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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라스베이거스의 총탄, 피에 젖은 美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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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공포, 충격, 고통, 분노, 그리고 끔찍한 슬픔. 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로 10월의 미국은 악몽이다. 연방수사국은 "테러보다는 사이코패스 성향의 반사회 범죄일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국제 테러조직과는 연계되지 않은 '외로운 늑대'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외로운 늑대'란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의미한다. 특정 조직이나 이념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개인적 반감을 이유로 스스로 행동에 나선다는 게 특징이다. 더구나 자국의 인물이나 거주민에 의해 저질러지기 때문에 공항이나 항만을 원천봉쇄해도 막을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애초 러시아의 체첸 반군을 지칭했던 '외로운 늑대'라는 표현은 1990년대 미국의 극우 인종주의자 앨릭스 커티스가 사용한 게 시초다.

세계 각국 이민자들로 구성된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용광로(Melting Pot) 국가'로 불리는 미국에 증가하는 자생테러는 새로운 안보위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며 테러 위험을 이유로 이민과 난민,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했다.

그러나 정작 적은 내부에 있었다.

21세기 최강대국 미국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이 단순히 미치광이 백인의 폭력적 행위나, IS의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에 감화된 투사의 외로운 투쟁인지 그 관점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는 국가의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서로 믿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자유주의 사회에서, 왜 무차별 살상이 이루어질 수 있었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한국 역시 자생적 테러에 대비해야 한다.

세 가지 관점이다.

가장 먼저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빈부격차 심화로 사회, 경제적 열등감을 가진 약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기대감은 증가하지만 그 열망을 채워줄 수 있는 충족감이 변하지 않을 때, 확대된 격차는 폭력행위로 분출될 수 있다. 굳이 특정 이데올로기나 테러집단과 연계되지 않으면서도 테러를 자행할 수 있는 소외계층이 얼마든지 형성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다음은 다인종사회 진입이다. 이주노동자 100만명 시대에 진입했고, 새터민 수도 증가했다. 얼마 전 프랑스 대테러 사령탑인 브뤼기에르 수석판사는 테러조직이 한국을 경유할 가능성과 한국에 들어와 있는 중동 사람들 속에 테러분자들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했다.

마지막으로는 소외와 차별이다. 외국인 근로자, 혼혈아, 그리고 새터민 등이 비본토박이로서 겪는 고통과 좌절이 특수한 환경과 접목되고, 피부색, 언어, 종교, 가난 등을 이유로 차별이 지속된다면 이들의 좌절감이 분노가 되어 대형 테러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결국 자생테러의 해법은 예방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9·11 테러 이후 전 세계가 테러에 대처해 왔음에도 대형 테러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가 테러를 대증요법으로 치료할 뿐, 근본적인 원인 제거에는 무관심한 편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테러에 대처하는 제도만으로는 테러의 근절은 어렵다.

이번 사건이 미국에 던진 가장 큰 과제는 집안 단속이다. 최근 미국은 인종갈등 문제도 폭발 직전의 임계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강조하지만, 인종 간의 공존이 경시되고 나라 안 집안단속에 실패한다면, 앞으로도 등잔 밑 재앙의 강한 역풍은 계속될 것이다. 비록 국제사회에서 최고의 권위를 누리고 있는 강한 미국이지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강화가 아니라 약화로 귀결될 뿐이다.

온갖 이해관계로 뒤덮인 우리 사회도 테러와 폭력의 참담한 결과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는 결코 미국과 유럽만의 상황이 아님을 깨달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발달한 민주주의는 갈등과 대립에 대한 긍정적 대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소수자의 신념이 극단화됨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평등으로의 역사적 진보는 권력이 아니라 '상호 간의 공존과 공영'으로써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지역분열·이념대립이란 사회적 질병에 필요한 것은 상처를 아물게 할 치료이지, 상처를 덧나게 할 공격은 아닌 것이다. 극단적 대립과 증오가 해소되고 나와 다른 생각, 다른 가치를 서로 존중하면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지혜를 강구해야 하는 게 이번 사건의 교훈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한국테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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