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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양국관계 푸는 ‘흑묘백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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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중국 인민은행이 13일 한ㆍ중 통화스와프 연장 계약을 체결하면서 경색된 양국 관계를 푸는 물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문제로 양국 갈등이 최악의 정점을 찍은 상황에서 사드가 다른 경제 현안까지 지배하게 하지 말자는 의지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쥐를 잡는데 검은 고양이면 어떻고 흰 고양이면 어떠냐”인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 취지다.

중앙일보

한ㆍ중 통화스와프가 만기되는 10일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에 쌓여있는 원화와 위안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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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정상회담에 속도 붙을까=정부는 이달 18일 중국 공산당대회를 기점으로 한ㆍ중 정상회담 추진 등 관계 회복을 꾀하고 있다. 지난 10일 노영민 신임 주중 한국대사는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사드로 촉발된 양국 간 갈등에 대해 이대로 갈 순 없다”며 “사드 문제로 인해 양국 간 경제관계가 지금처럼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양국에서 모두 커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해결의 실마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한ㆍ중 관계가 금년 말 전에 뚫릴 것”이라며 “연말 정도 되면 한ㆍ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한ㆍ중 협력 통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가에선 사드로 인한 갈등이 1년 반 이상 지속되고 있고, 내년 2월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 때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을 위해서라도 그 전에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이 이뤄지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고 보고 있다. 차기인 2022년엔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데, 2016년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폐막식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인기 게임 캐릭터 슈퍼마리오의 복장을 하고 등장해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소개한 바 있다.

②사드 갈등, 잠수할까=현재로선 한ㆍ중관계의 근본적 걸림돌인 사드 배치 문제에서 입장 차를 좁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7일 사드를 임시 배치했고, 연내 일반환경평가를 끝낸 뒤 공식적으로 최종 배치키로 했다. 북핵 문제가 고조화되고 있고,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중국의 요구대로 사드 철회 입장으로 가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 역시 11월 미ㆍ중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있는 등 이 문제로 한국과 계속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담이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정부도 이렇게 어려운 관계가 장기간 계속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데는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으로선 대외적으로 사드 반대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일단 협력할건 하자는 식의 투트랙 접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③북핵 협력 수준 높아질까=한ㆍ중 관계가 개선되면 당장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의 공간이 넓어진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데다 중국도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중국을 끌어들이면 현 정부가 추구하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펼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앞서 지난달 청와대는 사드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와 관련 “지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따라 중국과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라며 국제무역기구(WTO) 제소가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중국과의 북핵 협력이 최우선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통화스와프 연장 체결에도 한·중 관계 회복을 단언하기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통화스와프 연장 하나만으로 아주 획기적인 국면 전환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최소한 중국의 입장에선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주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올해 초 일본은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아 한ㆍ일 통화스와프 협상 종료를 통보해 연장이 무산된 바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당 대회는 향후 5년 간 중국의 대내 정치의 흐름을 잡는 계기인데, 시진핑 주석의 지난 5년은 주변에 적을 많이 만들었다”며 “당 대회를 기점으로 전략을 수정해 유화적인 대외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고, 한ㆍ중관계에서도 사드와 북핵 문제를 분리대응하는 쪽으로 전략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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