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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인가 실족인가...추석에 시댁 간 30대 여 추락사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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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경남의 한 가정폭력 피해자 임시숙소에서 30대 추락사

유족들 "경찰 신변 보호 제대로 하지 않아 이같은 일 생겼다" 주장

경찰 "숨진 A씨가 임시숙소 원했고, 필요한 조치는 했다"고 반박

투신인지 실족사인지 추락사하기 까지 의문점 남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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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한 모텔 앞에 설치된 추락 당시 목격자를 찾는다는 내용의 현수막 모습.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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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남 창원시 중앙동의 한 호텔 인근 도로가에 ‘목격자를 찾습니다’고 적힌 노란색 펼침막이 내걸렸다. 이 호텔은 경찰이 가정폭력 등 범죄 피해자들의 임시 숙소로 사용하는 곳이다. 그런데 추석 하루 전인 지난 3일 오전 4시50분쯤 이 호텔 4층에서 임시 숙소에 들어갔던 A씨(33·여)가 추락해 숨지면서 유족들이 당시 목격자를 찾아 나선 것이다. 현재 유족들은 “경찰이 A씨에 대한 신변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 같은 일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A씨가 투신을 한 것인지 아니면 실족사를 한 것인지 추락하기까지의 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주소지가 경기도인 A씨 부부는 추석을 맞아 지난달 말 남편의 고향인 창원 시댁으로 내려왔다. 이후 A씨와 남편, 남편의 친구 등 세 명은 지난 2일 오후 10시부터 3일 오전 2시59분까지 창원의 가장 번화가인 상남동 중식당과 포장마차 등에서 3차례에 걸쳐 소주 8~9병 정도와 맥주 등을 마셨다. 그러나 이곳을 나와 길을 걸어가다 A씨와 남자 행인 한명이 부딪혔다. 이후 잘잘못을 가리며 A씨 남편 친구와 행인이 다툼을 하는 과정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두 사람을 인근 신월지구대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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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상남동 한 폐쇄회로TV에 찍힌 A씨 부부 모습(모자이크 된 부분). [폐쇄회로TV 캡쳐 창원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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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A씨 부부는 이때부터 실랑이를 벌였다. A씨가 남편 친구가 간 지구대로 가 자신도 진술하겠다고 하자 남편이 말렸고 두 사람이 30여분간 다투게 된 것이다. 남편이 A씨를 앞뒤에서 안아 제지하면 A씨가 뿌리치고 가다 넘어지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해보니 폭행 등은 없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한 남자가 112에 “남자가 여자를 강제로 데려가려 한다”고 신고했다. 다시 출동한 경찰은 부부싸움으로 판단해 A씨 부부를 각각 다른 순찰차에 태워 신월 지구대로 갔다.

이후 A씨가 임시 숙소에 가게 된 과정을 놓고 경찰과 유족측 입장이 다르다. 경찰은 A씨가 경찰에서 남편의 처벌은 원하지 않았으나 “시댁에 가면 남편과 또 싸울 것 같으니 가기 싫다”고 해 가정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제공하는 임시숙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임시숙소는 가정폭력 등 범죄 피해자가 위험을 피해 일시적으로 머물 수 있도록 국가에서 1~5일간 숙박비 등을 대신 내주는 제도다. 경남에 31개, 전국에 292개가 있다. 그러면서 A씨가 임시숙소로 가겠다는 것에 동의하는 사인을 한 ‘가정폭력 피해자 권리 고지 확인서, 임시숙소 안전수칙 준수 확인서’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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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조사실에 있는 모습. [폐쇄회로TV 캡쳐 창원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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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조사실에 있는 모습. [폐쇄회로TV 캡쳐 창원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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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A씨 남편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처음부터 가정 폭력이 아니다는 것을 여러차례 이야기 했는데 경찰이 듣지 않고 가정폭력으로 판단했다”며 “또 부인이 술에 취했고 여기 사람이 아니다보니 경찰관들이 임시숙소에 대해 이야기 한 것도 제대로 못 알아들은 상태로 사인을 한 것인데 저도 모르게 임시숙소로 데려갔다”고 반박했다.

기자가 지구대 조사실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A씨는 조사실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아 여러 차례 우는 모습을 보였으나 경찰관과 대화를 나눈 뒤 몇차례 물을 마셨고, 이후 조사실을 왔다갔다 하며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나 문자를 주고 받았다. 휴대폰 충전을 하기 위해 사무실 탁자 밑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 남편이 조사실로 직접 들어가 대화를 시도했으나 A씨는 남편과 떨어지면서 외면하는 모습을 두차례 보였다. CCTV에 음성은 녹음이 되지 않아 경찰관과 A씨, A씨와 남편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CCTV 영상에는 A씨가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등 만취한 모습은 볼 순 없었다.

그러나 A씨가 조사실에 있던 시간에 가족들에게 보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내용을 보면 A씨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보인다. A씨는 “XX X서방 XX가 언니를 발아(팔아)넘겨서,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감금돼 있어. 한국말이 통하기는 하는데…”라고 했다가 “아빠 X서방 말은 절대 믿지 말고 나를 믿어요. 지금 경찰서에서 걷어나려(벗어나려)하는데 그들도 너무 미안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오전 4시26분쯤 경찰차를 타고 임시숙소로 이동하는 시간에는 “상남동 근처에서 출발 남자(경찰관) 줄(둘) 낲애(앞에) 나 하나 뒤에 탐”이라고 적혀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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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임시숙소에 도착해 방을 확인 한 뒤 엘리베이터 앞에서 경찰들을 배웅하듯 서 있다(왼쪽 위). 나머지는 숙소 내부 모습. [폐쇄회로TV 캡쳐 창원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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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경찰차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 블랙박스 영상은 경찰이 메모리 카드가 고장이 나 녹화되지 않았다고 밝혀 확인할 수 없었다. 임시숙소에 설치된 CCTV를 보면 A씨는 경찰관 2명과 호텔로 들어온 뒤 여자주인과 함께 방을 확인했다. 이어 경찰관 2명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돌아갈 때 배웅하듯 서 있다 다시 혼자 방으로 들어갔다. A씨 남편은 “여경도 동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취한 부인을 혼자 임시숙소에 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경찰이 제대로 보호조치를 하지 않는 과정에 부인이 그곳을 빠져나오려다 옥상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 관계자는 “당시 여경이 근무를 하지 않아 남자 경찰관이 동행한 것이고, A씨가 임시숙소에 간 뒤 엘리베이터에서 같이 간 경찰관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할 정도로 만취 상태는 아니어서 다른 조치는 더 하지 않은 것”이라며 “임시숙소는 일반 호텔이어서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어 감금 상태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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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머문 임시숙소 내부 모습. 쇼파 위에 A씨 휴대폰이 남겨져 있다. [사진 창원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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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오후 4시44분쯤 호텔 방에 들어간 7분 뒤인 51분에 추락사한 채 발견됐다. 화장실을 쓴 흔적은 있었지만 침대에 누운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침대 옆 소파에 휴대폰을 남겨둔 채 세로 40㎝, 가로 66㎝ 창문을 통해 4층 전체에 연결된 베란다 형태의 옥상으로 나간 뒤 36m를 이동한 뒤 50㎝ 높이의 화단을 지나 77㎝ 정도 높이의 난간을 넘어 아래로 떨어졌다. 핸드백을 맨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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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빠져 나온 임시숙소 창문. 실제 확인해 보니 어른 한명이 빠져나올 수 있는 크기였다. [사진 창원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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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창문을 빠져 나온 뒤 걸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옥상 모습. [사진 창원 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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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 여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도로가 보인다. 당시 화단에는 사람이 지나간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사진 창원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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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어 일단 타살은 아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 부부는 번듯한 직장에서 맞벌이를 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았고 금술도 좋았다는 것이 A씨 유족들 진술이다. 경찰도 A씨의 투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러나 옥상의 구조가 화단을 지나 일부러 난간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실족사하기도 어려운 구조여서 추락사하기까지의 과정이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남게 됐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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