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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터키 '세기의 불화'에 러·이란 군침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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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유라시아 연대' 외도…"교역 넘어 나토로까지 불신 확산"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미국과 터키의 역대 최악의 불화로 서방의 균열을 원하는 러시아, 이란이 반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터키에서 러시아, 이란, 중국과의 연대를 강화한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비롯한 서구 동맹체제에 불안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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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터키의 갈등은 터키 정부의 미국 총영사관 직원 구속을 기점으로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터키 정부가 지난 4일 수도 앙카라 주재 미 총영사관 직원을 지난해 쿠데타 연루 혐의로 체포하자 미국 정부는 이에 맞서 터키 내 미국 대사관에서 비(非)이민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터키도 미 주재 터키 대사관의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자 양국 관계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관측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WSJ는 이번 '비자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앙숙인 러시아와 이란 국민은 비자 없이 터키를 방문할 수 있는 반면 미국 국민은 그럴 수 없게 됐다고 사태의 상징적인 단면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터키의 갈등은 서로에 대한 불만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이란 등 양국의 분열을 원하는 국가들에 의해 조장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양국 간 관계가 악화할수록 터키가 미국 등 서구 대신 러시아·이란과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시리아 전쟁 등에서 터키가 미국의 이익에 맞서 행동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과 터키의 관계 경색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 동맹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서구 동맹의 근간 중 하나인 나토를 흔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WSJ는 미국과 터키의 갈등은 이미 예고된 것이라며 양국이 이렇게 신경전을 벌이게 된 배경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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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보를 문제 삼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터키도 시리아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싸우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 대한 미국의 지원에 반발해왔다.

터키는 YPG를 자국 내에서 분리독립을 꾀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된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작년에 미수에 그친 쿠데타의 여파도 양국 관계가 나빠지는 데 한몫을 톡톡히 했다.

쿠데타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송환하라는 터키의 요구를 오바마 행정부가 사실상 거부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미국이 쿠데타 배후에 관련됐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터키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친밀감을 표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자 귈렌 송환과 시리아 쿠르드계 정책의 변화를 기대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여기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한 경호원들이 항의하던 미국 시위대를 집단폭행했다 기소된 사건,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터키의 전 경제장관과 국유은행장이 기소되는 사태까지 뒤따르면서 양국 갈등은 더 커졌다.

WSJ는 터키의 안보·군사 기관에서 서구 대신 러시아·중국·이란 등 '유라시아' 세력과 연대할 것을 요구하는 극단적 국수주의자들이 부상하고 있음을 주목하며 양국 관계가 더 틀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의 아슬리 아이딘타스바스는 "1923년 터키 공화국 수립 이후 미국과 터키의 관계가 최악으로 가고 있다"며 "양국간 연대가 약화하고, 불신이 교역관계를 넘어서 나토까지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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