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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우리가 남이가"…밀착하는 中 공산당과 인터넷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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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 주요 IT기업 지분 확보 노려…기업들도 적극적인 충성경쟁]

머니투데이

중국 공산당 정부와 인터넷기업이 밀착하고 있다. 수억 명의 국민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인터넷기업들을 마음대로 주무르기 원하는 당국과 경영에 도움을 받으려는 기업들의 이해가 일치했다.

중국 정부는 민간 기업의 지분 취득으로 의결권 획득을 노리고 있으며, 공산당과 거리 두기를 원하던 기업들은 태도를 바꿔 사내 공산당 조직을 신설하는 등 충성경쟁을 벌이고 있다.

◇ 中 당국, 대형 인터넷기업 지분 획득 추진…특수관리주로 영향력 극대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 정부가 텐센트홀딩스, 웨이보, 요쿠·투도우 지분 1%를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요쿠·투도우는 중국판 유튜브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 소유다.

중국 정부의 주요 인터넷 기업 지분 취득설은 지난해 봄부터 흘러나왔다. 중국 공산당이 2015년 8월 기업지배구조 개혁방안의 하나로 '특수관리주'(Special management share) 제도를 민간 기업으로 확대했다. 특수관리주는 보통주보다 의결권이 많은 주식을 의미한다. 지분이 적어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미디어 스타트업 두 곳이 중국 정부 기관에 특수관리지분을 넘겼다. 베이징시 인터넷규제 당국은 중국 재무부와 사이버공간관리국 등이 합작으로 만든 투자펀드와 뉴스 앱 '이덴즈신' 지분 1%를 7000만 위안(약 120억 원)에 사들였다.

이덴즈쉰 주요 주주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와 오포, 미국 뉴욕증시 상장기업 피닉스 뉴미디어 등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이사회 진출과 의사결정 거부권 행사 권한을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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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매체 인민일보는 군사전문 포털사이트 '티에쉬에' 지분 1.5%를 720만 위안(약 81억 원)에 인수하고 이사 한 명을 직접 지명했다. 또 해당 사이트에 올라오는 모든 콘텐츠와 관련 서비스를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인터넷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와중에 나왔다. 텐센트, 웨이보, 바이두 등이 불법 콘텐츠와 가짜 뉴스 게재 등의 이유로 지난달 벌금을 부과받았다.

텐센트의 인기 게임 '왕자영요(Honor of Kings)'는 중독성이 과도하다는 인민일보의 기사 하나로 시가총액 140억 달러가 하루 새 증발했다.

WSJ는 "권위적인 중국 정부가 이미 규제를 통해 인터넷기업들에 크게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특수관리주를 통한 경영 개입은) 중국의 혁신기업들을 직접 통제할 힘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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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난성 란카오시의 한 거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걸려 있다. 중국 공산당은 오는 18일 제19차 전국대표대회를 열고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2기 지도부를 결정한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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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상장기업 간섭 확대…기업들도 적극 협력으로 돌아서

과거 정부 개입을 꺼리던 중국 기업들도 최근 적극적인 협력으로 입장을 돌렸다. 중국 정부가 경영 개입을 대가로 막대한 투자와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최소 288곳이 정관을 고쳐 공산당의 경영 개입을 인정했다. 전체 상장기업의 8.7% 규모다.

중국 최대이자 미국 아마존과 세계 1위 유통업체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비롯해 텐센트, 바이두, 시나닷컴 등은 사내에 공산당위원회를 설치했다. 당 위원회는 기업의 경영 활동이 중국 정부의 목표와 부합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당 위원회 설치가 확인된 주요 IT 기업만 35곳에 이른다.

FT는 "과거 IT 기업들은 해외 파트너나 투자자를 의식해 공산당과의 결탁을 꺼렸으나, 최근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당 조직을 홍보하고 있다"며 "중국의 차기 지도부를 결정하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 인터넷 업계와 정부가 더욱 밀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에 지분을 넘긴 이덴즈쉰은 영상 자료 허가권을 확보했다. 티에쉬에도 사업에 필요한 모든 허가를 획득했다.

인민일보의 티에쉬에 인수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모든 기업이 결국 그것(중국 정부의 투자)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빨리 받아들일수록 더 많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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