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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60%는 '나홀로' 아빠들… 출구전략 준비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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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생활로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10년 이후 우리나라의 귀농·귀촌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13년 29만1000가구 수준이던 귀농·귀촌 가구는 지난해 33만6000가구로 약 15% 늘었다. 가구원 총수로 따지면, 49만7000명으로 50만명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총인구 5100만명의 1%에 달한다. 귀촌은 전원생활을 위해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것을 뜻하고, 귀농은 도시에서 농업을 생업으로 하기 위해 농촌으로 이주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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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ty Images Bank



은퇴 후 삶으로 귀농·귀촌 관심 높아져

최근 들어 귀농·귀촌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저성장으로 고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고령화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물러나는 평균 나이가 49.1세로 낮아지면서, 은퇴자가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소일거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40~50대는 어릴 때 부모가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 농·어촌 출신이 많다. 어릴 때 직접 논·밭일이나 고기잡이를 해 본 이도 많다.

앞으로 귀농·귀촌 인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이가 늘어나면서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 재학생은 4500명을 넘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귀농·귀촌 학교들도 중장년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귀농·귀촌인 유치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귀농인 10가구 중 6가구는 '나 홀로'족

하지만 귀농·귀촌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우선 귀농·귀촌 가구의 10가구 중 6~7가구는 남성 혼자 가서 사는 '나 홀로' 가구라는 점이다. 타의건 자의건 직장을 그만둔 남성이 귀농·귀촌을 하려고 할 때 배우자 반대나 자녀 학업 때문에 혼자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귀농 남성은 농사일뿐 아니라 평소에 하지 않던 집안일도 혼자서 해야 한다. 갑자기 아플 때 옆에서 즉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 나이가 더 들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의 해결책도 생각해봐야 한다. 70대까지는 건강하다고 하지만 80대가 되면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마련이다. 특히 암처럼 큰 질병이라면 병원을 오가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부부가 살다가 한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홀로 남은 배우자는 말 그대로 '오리무중'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

영농에 실패하면 역귀농·귀촌 하기도

'귀농·귀촌인 100명 중 7명,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 지난달 25일 농촌진흥청이 이 같은 역귀농·귀촌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으로 돌아간 귀농·귀촌 인구 1039명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추적해보니, 이 중 71명(6.9%)은 도시로 되돌아가더라는 내용이었다.

함께 뉴스를 듣던 지인이 물었다. "100명 중 7명이면 많다는 건가요, 적다는 건가요?" 귀농·귀촌도 이주 또는 이사의 한 형태다. 마음에 안 들거나 어려움이 생기면 다시 이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3년 동안 100명 중 7명이라면 그다지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수치다.

농촌진흥청의 역귀농·귀촌 실태 조사 결과 역귀농 이유로는 '영농 실패'(43.5%)가 가장 많았다. 일자리(17.4%), 자녀 교육(13.0%), 건강(13.0%) 등도 이유로 꼽혔다.

'귀농 연습' 해보고, '출구 전략'도 마련해야

귀농·귀촌인과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출구 전략(Exit plan)은 가지고 있는가"다. 귀농이나 귀촌을 해서 그곳에서 끝까지 살다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언젠가는 농촌을 떠나 병원이나 자녀가 사는 곳 가까이로 나와야 한다. '출구 전략' 즉 '역귀농·귀촌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귀농·귀촌을 할 때는 어떻게 그곳에서 성공적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가에 못지않게 언제쯤 어느 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인가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귀농·귀촌과 같은 은퇴 전후의 이주는 '철새'처럼 해야 한다. '철새'는 기후가 적당할 뿐 아니라 먹잇감이 풍부하면서도 새끼를 기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을 찾아서 이곳저곳 옮겨 다닌다. 은퇴자들도 살고 싶고 또 살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면서 사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언제든 사는 곳을 바꾸고 싶을 때 가볍게 옮겨 다닐 수 있으려면, 미리부터 생각해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집과 농지를 구할 때도 빈집과 노는 땅 등을 빌려서 일단 몇 개월 또는 몇 년을 살아보는 식이다. 아울러 그간 열심히 마련해 놓은 은퇴자금도 가급적 아껴 쓰는 쪽으로 계획을 잡아야 한다. 귀농 또는 귀촌에 실패할 경우에도 먹고살고 병치레를 할 정도의 목돈과 연금은 남겨두어야 몸도 마음도 편안할 것이기 때문이다. 철새가 오가는 시기를 아는 것처럼 우리도 '은퇴 철새'가 되어 갔다가 다시 돌아올 시기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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