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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노래방, 속은 유흥주점…가락동은 단속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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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현장] 노래방 변칙 영업 단속

318곳 중 66곳 간판 바꿔 달고 술 팔거나 접객

강남 단속 풍선 효과로 송파에 유흥거리 생겨

송파 “거리 간판 완전히 바꾸겠다” 단속 예고



한겨레

11일 밤 12시, 단속으로 숨죽인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 노래방 골목. 송파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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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밤 9시,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 골목이 깨어나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평소 같으면 손님을 부르는 소리와 밀려드는 취객으로 흥청거렸을 거리는 조용했고, 불야성을 이루던 번쩍이는 간판의 불빛들은 절반 정도가 꺼져 있었다. 1일부터 송파구청이 ‘가락동 퇴폐행위 척결 추진팀’을 만들어 특별단속에 나서면서 많은 노래방들이 단속을 피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가락시장 건너편 가락본동 주민센터부터 가락시장역에 이르는 80번지 일대는 가락시장 상인들과 근처 사무실 직원들이 모여들며 ‘먹자골목’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2~3년 전부턴 ‘노래방 타운’으로 불리고 있다. 송파구청이 이달 1일 기준 이 지역 업소 현황을 꼽아보니 318곳 중 대중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은 곳은 178곳이고, 나머지는 노래연습장(61곳), 음반·영상제작업(27곳)에 단란주점과 유흥주점이 55곳이었다. 문제는 현황과 허가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흥·단란주점에 대한 규제나 높은 특별소비세 등을 피해 노래연습장이나 음악·영상제작실로 개업한 뒤 유흥주점으로 운영하는 가게들이 늘어났다. 원래 있던 단란주점들은 노래방으로 간판을 바꿨다. 가락 노래방 타운은 성매매가 이뤄지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 꺼진 가게들은 ‘노래짱짱’, ‘노래팡’, ‘노래바’ 등 대부분 노래방과 비슷한 간판을 달고 있었다. 구청은 10일 동안 단속으로 단란주점·음식점으로 등록했다가 노래방 간판을 걸고 술을 팔거나 접객을 한 46곳, 허가받지 않은 방을 만든 15곳, 종업원이 건강진단을 받게 하지 않은 6곳 등에 행정조처를 예고했다. 대부분 단란·유흥주점들이다. 또 접객원을 고용하거나 밀폐된 방을 만든 노래방 17곳과 영상제작실 3곳도 시정조처했다. 실제론 유흥업과 똑같은 영업을 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가게들이다. 그러나 예고 뒤 행정조처가 시작될 때까지는 1~2달 여유가 있어 버젓이 불을 켜고 배짱 영업을 하는 가게들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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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보건위생과 직원이 아파트 건물 1층에서 영업하고 있는 한 술집을 현장 점검하고 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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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가 지나자 단속에 나선 보건위생과 직원들의 발길이 한 주상복합 아파트로 향했다. 324가구 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곳 아파트엔 지하 1층~지상 2층까지 40곳 상가가 있는데 그중 15곳이 바(BAR) 간판을 달고 있었다. 이들 바엔 밀폐된 방은 없었지만 종업원들이 손님과 동석하고 있었다. 음식점으로 등록된 이들 가게에선 종업원이 옆에 앉아서 술을 따라주는 접객 행위를 해선 안된다. “손님 다 떨어지게… 그만 좀 오세요!” 한 주인이 구청 직원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거 참 술 좀 마십시다.” 바에 앉아 있던 손님들도 거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단속 소식을 들은 아파트 주민들이 상가 복도에 모여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한 주민은 “딸 아이가 친구들과 동네 노래방에 갔다가 ‘취업할 생각이 없냐’는 제의를 받았다”고 흥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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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단속이 심해지면서 2~3년 전부터 가락동 골목엔 노래방 타운이 형성됐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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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 송파구 보건위생과 위생관리팀장은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문을 닫고 버티는 업주들이 많지만 결국엔 거리분위기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노래방 4곳이 모인 한 건물을 기웃거리는데 갑자기 1곳의 문이 열렸다. 기자를 훑어본 주인은 “지금 영업 안한다”며 문을 닫았다. 그러나 문 안쪽엔 술을 마시는 손님들이 보였다.

남은주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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