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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찰, ‘어금니 아빠’ 부인 성폭행 사건 영장 거듭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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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총기 위협도 못 믿어"… DNA 검출 후엔 "강간인지 불명확"

의붓 시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 아내 최모(32)씨의 성폭행 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성폭행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3차례나 기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씨는 “총기 위협 속에 성폭행당했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최씨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A씨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경찰은 최씨 자살 후 A씨 집에서 총기 5자루를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DNA 판단을 지켜보자”고 했다가 정작 DNA 검출 후엔 “강간인지 불명확하다”며 또다시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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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은 12일 오전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해 여중생 살인 및 사체유기 피의자인 이영학(35.구속)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한달 전 투신자살한 아내의 영정을 들고 있는 이영학의 모습.


◆최씨, “총기로 위협하며 성폭행당해”…검찰 거듭 영장 기각

12일 사정기관 등에 따르면 최씨는 시어머니와 사실혼관계에 있는 A(59)씨에게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달 1일 강원 영월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최씨는 고소장에서 A씨로부터 2009년 3월 초부터 지난 9월 초까지 8년간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간 남편 이씨는 딸의 치료비 마련 등을 위해 미국에 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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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에 나선 경찰은 총기 위협을 이유로 A씨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최씨가 경찰에서 “A씨가 총기로 위협하며 성폭행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춘천지검 영월지청은 “최씨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최씨는 닷새 후인 지난달 5일 영월서를 다시 찾아가 A씨에게서 추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했다. 경찰은 최씨 신체에서 DNA를 채취해 국과수에 성분 의뢰를 했다. 경찰은 같은 날 A씨에 대해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를 지켜보자”며 다시 기각했다고 한다.

최씨는 이튿날 집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검찰이 성폭행 진술을 믿지 않자 최씨가 어쩔 수 없이 혼자서라도 증거를 모으기 위해 재차 A씨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던 건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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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 씨가 11일 오전 현장 검증을 하기 위해 이씨가 거주했던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A씨 주거지에서 총기발견·국과수 “DNA 일치”

경찰은 지난달 8일 A씨를 불러 성폭행 혐의를 조사하고 A씨 주거지를 수색, 엽총 등 총기 5자루를 압수했다. “A씨가 총기를 갖고 위협했다”는 최씨 진술이 확인된 것이다.

국과수는 지난달 21일 DNA 분석 결과를 경찰에 통보하면서 “최씨 몸에서 나온 DNA가 A씨의 DNA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튿날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지만 검찰은 또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엔 “강간인지 불분명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이 애초에 “피의자 DNA인지 국과수 분석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다가 일치한다는 판단이 나온 후엔 “강간인지 불확실하다”고 판단을 거듭 바꾼 배경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특히 A씨가 총기를 사용해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범행 여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초동 수사과정에서 조금만 더 신경썼어도 최씨가 죽는 일이 없었을지 모른다”며 “따지고 보면 이번 사건으로 2명이나 애꿎은 목숨을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중이어서 영장기각 이유를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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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살해·시신유기 사건의 공범인 `어금니아빠` 이모씨 딸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2일 오전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편 서울북부지법은 사체유기 혐의 공범인 이씨 딸 이모(14)양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파란 담요를 덮은 채 휠체어를 타고 나온 이양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씨의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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