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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10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경쟁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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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간 전국민이 아이돌이 되겠다”는 말은 과장된 표현이지만, 최근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잇따라 제작·방영되는 것에 대한 대중의 여러 반응 중 하나다. 아이오아이(I.O.I)와 워너원이라는 인기 아이돌 그룹을 배출한 <프로듀스 101>의 성공으로 ‘아이돌 오디션’이라는 콘셉트의 음악 예능 방송이 급부상했다. 10월 Mnet의 <스트레이 키즈>, KBS의 <더 유닛>, JTBC의 <믹스나인>까지 3개 방송사에서 각각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아이돌 지상주의’를 전파하는 비슷비슷한 프로그램들의 범람일까, 대중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방송 트렌드일까.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는 쪽은 Mnet과 JYP엔터테인먼트다. JYP가 자사 보이그룹 선발 과정을 방송에 담는다. ‘집나온 아이들’이라는 뜻의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가 제목이다. 앞서 Mnet과 JYP는 2015년 <식스틴>이라는 방송을 통해 트와이스라는 걸출한 걸그룹을 선발했다. 트와이스가 대세 걸그룹으로 성장하면서 Ment과 JYP는 이번에도 또 한 번의 야심을 드러낸다. 다만 연습생 간 경쟁 오디션이 아니라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 9명과 JYP의 대결’이라는 설정을 짰다. JYP 관계자는 “미션을 통해 개개인이 살아남아 팀이 되는 구조가 아니라 ‘전원 데뷔’라는 공동 목표를 가진 연습생들이 개별 역량은 물론 팀워크를 과시하며 소속사와 데뷔를 건 서바이벌을 펼친다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오는 17일 오후 11시에 첫방송된다.

KBS2TV의 <더 유닛>의 기획 취지는 “(데뷔를 했으나 주목받지 못한) 아이돌들의 가치와 잠재력을 재조명하고 한국 대표 유닛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부제는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다. 가수 비가 진행을 맡고 황치열, 산이, 조현아, 태민, 현아 등이 멘토로 출연할 예정이다. 다이아, 보이프렌드, 멜로디데이 등 데뷔 이력이 있는 아이돌 멤버의 출연 소식이 이미 화제가 되고 있다. KBS는 지난달 29일부터 3일간 2000여명의 관객이 모인 자리에서 첫 공개녹화를 진행했다. 이번 공개녹화 방청 신청자만 7만여명에 달했다. 오는 28일 첫회가 방영된다.

<프로듀스 101>을 기획했던 한동철 PD는 CJ E&M에서 YG엔터테인먼트로 자리를 옮긴 뒤 JTBC에서 <믹스나인>을 선보인다. 한 PD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믹스나인>은 <프로듀스 101>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걸그룹을 뽑은 시즌1, 보이그룹을 선발한 시즌2에 이은 것으로 <믹스나인>에선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대결을 염두에 두고 있다. 노홍철이 진행을 맡은 <믹스나인>의 관전 포인트는 YG의 양현석 대표프로듀서가 직접 전국 곳곳의 75개의 기획사를 돌아다니면서 400여명의 연습생을 대상으로 아이돌을 선발한다는 설정이다. 양 대표는 <믹스나인> 소개 티저 영상에서 “제가 직접 기획사를 돌면서 저의 감각으로 대스타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는 29일 오후 4시50분 첫방송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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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왜 대세가 됐을까. 기획사 차원에서 아이돌 선발 과정을 담아 케이블 채널이나 인터넷을 통해 보여준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이제는 KBS처럼 지상파 방송사 차원에서 기획하는 단계로, 또는 대형 기획사들이 타사 기획사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아이돌을 선발하는 단계로 판이 커졌다. 이는 대중의 반응에 힘입은 것이다. 노준영 대중음악평론가는 “대중들은 이제 만들어진 아이돌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본인이 직접 아이돌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돌 데뷔에 대한 담론을 조금은 입체적으로 바꾼 것인데 시간이 지나면 이 역시 정체될 수도 있지만 현재는 유효한 코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동안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위대한 탄생>, <K팝스타>까지 방송사들이 보컬 중심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해 인기를 끌었다. 이런 방송은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보다도 일반인 중에서 ‘숨은 보석’을 발굴하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체로 기획사 연습생, 연습생 출신, 혹은 데뷔한 아이돌들을 대상으로 한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습생이나 데뷔 이력이 있으면 아무래도 일반인보다는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입소문 내기에도 좋다. 실력면에서도 준비돼 있어 방송사에서는 리스크를 줄일수 있는 방편이면서 기획사에선 소속 연습생들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한꺼번에 3개 방송사에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송하면 화제성 측면에서 대중의 관심은 받겠지만 각 방송 프로그램별로는 인기를 나눠가져야 한다. 또한 방송마다 새로운 콘셉트라고 홍보하지만 ‘아이돌 발굴·육성·선발’이라는 기본 틀은 변하지 않아서 <프로듀스 101>만큼, 또는 그 이상의 파급력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아이돌학교>(Mnet)는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디션 프로그램 특성상 ‘경쟁’이라는 설정은 재미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여기에만 집중하면 출연자 간 과잉경쟁 구도를 내보내는 ‘악마의 편집’이라는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김교석 평론가는 “기본적으로 예능이기 때문에 기존 오디션 방송들의 부작용이 뒤따라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음악제작사연합은 지난 8월 성명을 내고 방송사들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연습생들이 빛을 보기 때문에 기획사들도 대개 협조적이었지만, 방송사가 아이돌 육성 및 데뷔 후 매니지먼트까지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군소 연예기획사들 입장에서 보면, 아이돌을 데뷔시키는 데 있어 대형 기획사뿐만 아니라 방송사와도 경쟁해야 하고 오디션 프로그램들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방송사와 기획사들이 상부상조하는 구조가 될지, 아니면 한 쪽으로 힘이 치우친 구조로 정착될지 논란의 씨앗은 남아 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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