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중국 감시하는 '인공지능 빅브러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공지능 CCTV 2000만대, 中당국의 범죄 감시망 논란

성별·옷차림·차종 실시간 파악… 서방 언론 "사생활 침해" 비난

온라인 감시도 갈수록 강화

검열 소홀 업체 무더기 벌금, 美 와츠앱 메신저 접속도 막아

최근 중국에선 도심 거리를 담은 9초짜리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네티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평범한 도심 모니터용 CCTV 화면인 듯한 이 동영상에는 카메라가 움직이는 사물 하나하나를 끝까지 추적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행인이든 오토바이 배달꾼이든 자동차든 움직이는 사물마다 '남자-40세-검은 양복' '백색-SUV' 등의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 시야 속 모든 사물의 정보를 알려주는 영화 터미네이터 속 살인 로봇의 선글라스를 연상시키는 동영상이었다.

이 동영상은 중국 공안 당국이 2000만대의 인공지능 감시카메라를 기반으로 구축한 범죄 용의자 추적 시스템인 '톈왕(天網·하늘의 그물)' 화면 일부임이 밝혀졌다. 때마침 중국 관영 CCTV는 시진핑 국가 주석의 업적을 선전하는 다큐멘터리에서 "중국이 세계 최대의 영상 감시 관리 시스템 톈왕을 완성해 국민 안전을 수호하는 '눈'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조선일보

행인 정보가 고스란히… - 중국 정부가 공개한 인공지능 감시·추적 시스템인 ‘톈왕(天網·하늘의 그물)’의 영상 화면. 모니터에는 길거리 CCTV에 찍힌 사람에 인공지능이 분석한 성별·연령대 등의 정보가 꼬리표처럼 실시간으로 따라붙고 있다. /사진=중국 미래망·일러스트=박상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26일 "중국 네티즌들은 안도감보다는 '빅 브러더' 사회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국제라디오(RFI)도 "CCTV 2000만대로 이뤄진 감시망의 존재는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사생활을 침해하고 있는 실상을 확인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이 반부패·반범죄 시스템 일환으로 2015년 구축을 시작한 '톈왕'은 움직이는 사물을 추적·판별하는 인공지능 CCTV와 범죄 용의자 데이터베이스가 연결돼 있다. CCTV에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안면 인식 장치 등이 장착돼 있다. 신호를 어기고 질주하는 차량이나 갑자기 뜀박질하는 행인 등을 포착한 뒤 모습을 확대해 안면 인식 등을 실행한다. 만약 수배자 명단에 있는 용의자와 같다고 판명되면 경보가 울린다.

실제로 중국 일부 지방 공안당국에선 이 톈왕을 통해 수배자를 검거한 사례를 보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인터넷에서는 "톈왕이 있는데도 왜 그렇게 많은 아이가 여전히 유괴되는 건가" "정부의 감시 아래 더 이상 사생활이 없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길거리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도 중국 당국의 감시망은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인터넷정보판공실은 25일 텐센트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과 신랑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바이두 인터넷 게시판 등 중국 3대 IT 업체의 대표적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대해 '불순한 정보에 대한 관리 소홀'을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다. 음란 정보와 테러 정보, 민족 간 증오를 부추기는 정보나 논평 등을 퍼뜨렸다는 책임을 물었다. 해당 업체들에는 법정 최고액인 50만위안(약 86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지난 23일부터 세계 최대 온라인 메신저인 미국 와츠앱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중국에서 와츠앱 접속이 전면 차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구글에 이어 와츠앱까지 중국 정부의 차단 리스트에 오른 것이다.

중국 허난성 푸양시에서는 웨이신 메신저에서 '멍(孟)'자를 사용해 해외 도피한 재벌 궈원구이의 폭로를 암시했다는 이유로, 40대 네티즌이 구류 5일 처분을 받았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6일 보도했다. '멍(孟)' 자는 멍젠주 공산당 정법위 서기를 뜻한다. VOA는 이 네티즌이 멍 공안부장의 치부에 대한 궈원구이의 폭로 내용을 전파해 국가 지도자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다고 전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