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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로봇팔이 최적의 초점 맞춰 글라스 렌즈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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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글라스 렌즈 탑재 V30… LG이노텍 카메라 모듈공장 르포

동아일보

광주에 위치한 LG이노텍 카메라 모듈 생산공장에서 연구원들이 LG전자의 스마트폰 ‘V30’과 그 안에 장착된 카메라 모듈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20일 광주에 위치한 LG이노텍 공장 카메라 모듈 생산 공정에서는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스마트폰 ‘V30’의 카메라 ‘색상 보정’ 시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렌즈를 통과한 빛이 손실 없이 이미지 센서에 반영되는지, 왜곡 없이 실물 그대로의 모습과 색상을 표현하는지 시험하는 과정이다. 컴퓨터가 색을 수치화해 계산하고, 조금이라도 오차가 있을 경우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

LG이노텍이 색상 보정 시험을 강화한 이유는 V30의 카메라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첫 번째 렌즈가 유리이기 때문이다. 일반 스마트폰의 플라스틱 렌즈보다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다. 반면 색상 보정 등의 제조 공정이 더 까다롭다.

LG가 렌즈 생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최근 스마트폰 경쟁에서 카메라 성능이 최대 격전지로 떠올라서다. 삼성이 광각렌즈와 망원렌즈를 사용한 듀얼카메라를 처음 ‘갤럭시 노트8’에 장착했고, 화웨이도 올해 초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P10’의 최대 강점으로 카메라를 내세웠다.

LG전자는 업계 최초로 카메라를 구성하는 6장의 렌즈 중 첫 장에 유리 소재의 ‘크리스털 클리어 렌즈’를 적용했다. LG이노텍이 축적한 기술 노하우로 플라스틱 렌즈보다 까다로운 글라스 렌즈 개발 및 장착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LG이노텍은 2011∼2016년 카메라 모듈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6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카메라 모듈 매출액은 2조8500억 원에 달한다.

크리스털 렌즈를 장착하면 플라스틱 대비 글라스 렌즈가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빛이 거의 소실되지 않아 실제와 가장 흡사한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조리개가 빛을 받아들이는 양을 나타내는 F값이 1과 가까울수록 빛을 받아들이는 양이 많은데, V30은 업계 최고 수준인 F1.6을 구현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8(F1.7), 애플의 아이폰X(F1.8)보다 높은 수준이다. 글라스 렌즈를 장착한 덕분에 로맨스, 다큐멘터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 촬영 효과를 넣을 수 있는 ‘시네 이펙트’ 기능 구현이 가능해졌다. 글라스 렌즈가 장착되면서 이미지 센서 위에 렌즈를 얹는 ‘액티브 얼라인’ 공정도 한층 더 정교해졌다. 이날 LG이노텍이 외부에 처음 공개한 액티브 얼라인 공정에서는 로봇 팔이 렌즈를 가로, 세로, 위, 아래의 입체 좌표에 따라 움직이며 최적의 초점을 찾아내 맞추고 있었다. 얼라인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초점이 안 맞아 해상도가 떨어진다.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글라스 렌즈는 빛을 기존 렌즈 대비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빛의 반사와 흡수를 통제하는 과정이 복잡하다. 글라스는 플라스틱보다 녹는점이 높아 일정 형상을 유지하며 대량 생산하기도 힘들다. 플라스틱 렌즈 대비 원가도 10배 이상 비싸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나 폐쇄회로(CC)TV와 같은 촬영용 카메라에만 사용돼 왔다.

현장에서 만난 이현주 LG전자 상품기획팀 책임은 “LG전자의 목표는 DSLR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스마트폰 카메라를 개발하는 것이었다”며 “3년 전부터 일본, 미국 등 해당 기술 보유 업체를 다니며 벤치마킹을 하고, 6개 렌즈 중 몇 번째에 글라스를 넣는 것이 빛을 받아들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지 알아내기 위해 순서를 바꿔 가며 실험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광주=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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