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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금호타이어, 대우조선식 자율협약…文정부 첫 기업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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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계자 고통분담"…분담내용 놓고 채권단 간 신경전 치열 예상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유상증자 신뢰도 떨어져 자구안 거부

연합뉴스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 (PG)
[제작 조혜인]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박의래 기자 =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주주협의를 통해 금호타이어가 내놓은 자구계획을 거부하고 자율협약 방식으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로써 금호타이어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번째 구조조정 기업이 됐다.

채권단은 우선 이달 말에 돌아오는 1조3천억원 규모의 채권 상환을 유예하고 실사를 통해 구조조정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채권단이 자율협약이라는 큰 방향에는 합의했지만 누가 얼마만큼 고통을 분담할지는 앞으로 정해야 하기 때문에 채권단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 '실효성 없다' 6천300억원 조달 자구안 '퇴짜'

채권단이 금호타이어가 내놓은 자구계획안을 거부한 것은 결국 자구안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6일 주주협의회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자구계획이 "실효성 및 이행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당면한 경영위기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는 앞서 금호타이어가 자구안을 제출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다.

산업은행은 지난 12일 금호타이어가 약 6천300억원을 조달하는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안을 제출하자 구체성이 없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자구안에는 중국 공장 매각으로 3천억원, 유상증자로 2천억원, 대우건설 지분 (4.4%) 매각으로 1천3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금호 측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빚을 일부 갚고 국내 신규 투자에 사용하는 한편 일반직 130명을 구조조정하고 임원의 급여를 일부 반납도 하겠다고 밝혔다.

공장 매각이나 유상증자 등 자구 노력이 실패하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우선 매수권을 포기하겠다는 내용도 자구안에 포함했다.

하지만 유상증자에 누가 어떤 식으로 참여하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산업은행 등은 증자가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 금호타이어 지분이 전혀 없는 박 회장이 지분 20%가량을 확보하는 반면 채권단의 지분은 42%에서 33%로 감소하게 돼 박 회장에 대한 견제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차입금이 많은 중국 공장 매각이 성사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도 있었다.

자구안은 주주협의회에서 의결권 기준으로 75% 이상이 동의해야 통과하는데 의결권 32.2%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이렇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기 때문에 나머지 채권단의 의사를 물어볼 필요도 없이 자구안은 퇴짜를 맞았다.

◇ "모든 이해관계자 고통분담해야"…대우조선해양식 구조조정 전망

채권단이 자율협약으로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이제 관심은 자율협약 내용에 쏠린다.

현재로는 채권단과 금호타이어 노사 등이 모두 고통을 분담하는 구조조정을 한 뒤 채권단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우조선해양'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일단 이달 말에 돌아오는 채권 1조3천억원의 만기와 이자 상환을 유예할 전망이다.

이어 실사를 거쳐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 재조정 방안을 수립하고 신규 자금 투입 방안도 마련하게 된다.

중국법인과 대우건설 지분 매각 등의 물적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및 복지 축소, 임원 급여 반납 등 인적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누가 얼마나 손해를 보고 돈을 내놓을지를 결정해야 해 채권단 내에서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자율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모든 채권단이 100% 동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율협약 내용을 정하는 과정에서 한 은행이라도 이탈할 경우 자율협약은 깨지게 된다.

일부 채권단은 금호타이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인 만큼 채권단의 역할은 출자전환이나 유동성 투입 없이 채무 상환 유예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산업은행은 채권단을 비롯해 모든 이해당사자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0일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이해당사자들이 협조해 고통 분담하면 금호타이어가 충분히 회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에서 인적 구조조정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도 자율협약 과정에서 진통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가진 금호타이어의 상표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산업은행과 논의를 통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금호타이어의 현 경영진이 동반 퇴진하기로 합의했다.

또 금호타이어 상표권 문제가 금호타이어의 정상화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영구사용권을 허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상표권 영구사용권 협상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자율협약에 의한 정상화 추진방안을 진행하면서 모든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하에 금호타이어가 조기에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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