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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반려견 카페 ‘참사’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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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대형견 전용 호텔 업주 “관리소홀, 자리 비움이 원인”

외국선 큰 개와 작은 개 분리 원칙

“같은 크기 반려견만 입장토록 하는 것도”



한겨레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반려견 카페에서 시베리안허스키가 비숑프리제(흰개)를 물어 죽인 참사가 발생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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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생한 ‘반려견까페 비숑프리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반려견 전문가, 반려견 호텔 운영자 등은 반려견의 생태습성을 고려한 호텔링, 놀이터, 카페 활동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대형견인 시베리안허스키가 소형견인 비숑프리제를 물어 죽인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외국은 크기에 따라 개들을 분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먼저 업체 쪽의 ‘관리소홀’을 꼬집었다. 파주에서 대형견 전용 호텔사업을 하는 여아무개씨는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애견 호텔 사고에 대해서 “사건 동영상을 보았다. 우선 동영상에 보이는 강아지 안전바 앞은 개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으로 보인다. 그 공간을 차지한 허스키가 자리를 비운 사이 비숑이 그곳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동영상을 보면 허스키가 (비키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비숑이 비키지 않고 으르렁거렸다. 그래서 싸움이 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씨는 “개들끼리 사고는 언제든 날 수 있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대형견을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만약 눈으로 개들의 움직임을 볼 수 없는 장소에 사람이 있어야 했다면 개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불투명유리벽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에 공개된 동영상은 사건이 발생한 폐회로텔레비전 화면으로, 허스키가 돌아다니는 비숑프리제 뒤에서 목과 머리 부위를 강하게 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전찬한 동물병원 이리온 교육 이사(전문훈련사)는 “영상을 보면 시베리안허스키가 보통 속도로 움직이며 주변을 탐색하다 비숑쪽으로 이동할 때만 신중하게 속도를 늦췄다. 공격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사람이 없었다. 사건이 종료할 때까지 7초 정도가 걸렸는데 발견만 일찍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라고 했다.

‘환경’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은 더 있었다. 최근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애견 카페 및 호텔 매니저 이아무개씨는 “우리 호텔에서는 관리할 수 있는 개의 수가 8마리뿐이라 그만큼만 받는다. 너무 많은 개를 수용하거나, 직원을 충분히 뽑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보호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여씨는 “사회화가 덜 된 강아지들은 호텔링을 할 때 보호자가 그 사실을 꼭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화가 덜 된 강아지의 잘못된 행동이 다른 강아지를 화가 나게 할 수도 있으니 업체쪽에 미리 대비하라고 알려달라는 것이다. 전 이사는 “사건을 낸 허스키는 공격성이 높은 품종인데 그런 개들은 품성이 검증된 상태에서 같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에서는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대형견과 소형견을 철저하게 분리한다. <한겨레>가 확인한 미국의 뉴저지 한 공립공원도 그랬다. 전 이사는 “만약 금전적 목적으로 안일하게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분리해야 한다”라며 “큰 개와 작은 개 보호자 중 어느 쪽을 주 고객으로 할지 고민하는 것도 이런 참사를 막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려견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3월 동물보호법을 개정했다. 기존 반려동물 관련 영업에서 ‘동물전시업’, ‘동물위탁관리업, ‘동물 미용업’, ‘동물운송업’ 등 4개 업종을 추가 신설해 관리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동물전시업의 경우 그 진입 장벽이 가장 낮은 편이다. 전 이사는 “물론 (카페 운영하는) 동물 전문가들도 많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많기에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 작은 개에게 큰 개의 움직임은 스치기만 해도 충격을 줄 수 있다. 자격이 있는 이들만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지슬 교육연수생 sb02208@naver.com,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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