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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병원에서 환자 살인'…김기춘 변호인 측의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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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구용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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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비서실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김기춘 피고인측 변호인들은 항소 이유서를 기간내에 제출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검사측이나 변호인측이 정해진 기간내에 항소 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항소 기각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다만 재판장이 직권조사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거나 항소장에 항소이유의 기재가 있는 때는 예외를 두도록 하고 있다.

김기춘 피고인측은 항소장에도 항소 이유를 적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본안 재판을 열지 말지는 오직 항소심 재판부 판단의 몫이다. 재판부의 직권 조사 사유가 너무 막연해서 해당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 식'으로 운용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6일 열린 김기춘 피고인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도 특검측과 변호인측이 항소 기각 결정의 찬부를 놓고 1시간 남짓이 안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말 그대로 불꽃튀는 공방을 벌였다.

김기춘 피고인측의 이동명 변호사는 일단 "정해진 기간내에 항소 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는 명명백백하다"며 "그러나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재판부가 직권 조사나 직권 심판 사유로 본안 심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특검은 물론 항소 기각을 단호히 요청했다.

이용복 특검보는 "피고인측이 항소 이유서를 명백히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소 기각' 결정을 해달라"며 "그러나 재판부가 직권 조사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 사유 범위'를 명확하게 확정해 그 부분에 대해서만 심리를 해달라"고 맞섰다.

법조인들은 "변호인들이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을 넘긴 것은 명백하게 해당 변호인측의 잘못이라고 입을 모은다. 항소기각 결정을 해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기춘 피고인측은 변호인은 이동명 변호사를 비롯해 10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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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질장 (사진=박종민 기자)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김기춘 피고인측은 항소심의 본안 심리를 이끌어내기 위해 온갖 궁리를 다 꺼냈다. 그 중 하나가 이른바 '병원에서의 환자 살인' 비유이다.

이 변호사는 설령 "항소 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직권조사 사유가 되지 않는다 해도1심 재판부가 공소 사실 자체가 특정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판단했다"며 김 피고인에 대한 1심 재판이 원인 무효라는 취지의 변론을 가동시켰다.

이 변호사는 "사람을 죽였다면 사람을 어떻게 어떻게해서 죽였는지 공소사실이 특정돼야 하는데 '그냥 죽였다'라고만 공소사실이 돼 있는거다"라며 "이렇게 되면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고 1심 재판 자체를 무효화 하는 주장을 펼쳤다.

즉 김기춘 피고인이 블랙리스트 단계단계에서 구체적으로 개입한 증거나 정황이 특정되지 않고 '그냥 부당 개입했다'는 식으로 가치 평가만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변호사는 '비유'라 할지 아니면 '궤변'이라 할지 구분하기 어려운 이른바 '병원에서의 환자 살인 사건'을 꺼내 들었다.

이 변호사는 흥분된 목소리로 재판부를 향해 목청을 높였다.

"쉽게 예를 들면 범죄자들이 작당해서 병원 의사나 간호사 아닌 일반 직원한테 병원에 있는 마음에 안드는 100명 환자 리스트 중에서 몇 명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합시다.

그 다음 그 살생부에 있는 그 사람들을 실제로 죽였다 합시다.

이 경우 이 살생부대로 병원 일반 직원이 의사한테 뭔가 얘기해서 죽였겠지라고 추측은 되지만 어떻게 해서 일반 직원이 의사나 간호사에게 이야기해서 죽였는지는 없습니다. 그냥 (직원이)부당하게 개입됐다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시체만 있고 살생부만 있을 뿐입니다.

어떻게 해서 시체로 발견됐는지 그 과정에서 (직원이) 어떻게 압박을 받아 직권을 남용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검찰의 공소 사실은 '그냥 죽였다'라고만 돼있습니다"

1심 재판부의 판결이 특정되지 않은 공소사실을 판단했기 때문에 단지 원천 무효라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도무지 적절한 비유인지 알 수 없는 해괴한 논리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궤변 같은 격렬한 논쟁 속에서 일단 직권으로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결정했다. 김 전 실장 등에 대한 재판은 오는 10월 17일부터 본격 진행된다.

특검 관계자는 "김기춘 피고인 대한 항소심 재판은 (상대측의) '해괴한' 법논리 다툼이 될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산으로 가는 논쟁이 빈발할 것 같다는 예상이다,

이동명 변호사는 의정부지법 원장출신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변호인을 지내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원세훈 피고인에 대한 첫 상고때에도 "원 전 원장은 심리전단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자세히 몰랐다"고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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