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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수천명 제빵기사 본사서 컨트롤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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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논란

가맹사업자들의 항변 “직고용시 숱한 문제”

협력업체 대표 “프랜차이즈 특성 모르는 처사”

지나친 본사 노무관리 개선·현실적 대안 필요


“‘사장님 이건 못합니다. 전 본사지침에 따라야 해서요’라고 나오면 어떡해야 하죠? 그리고 전체 직원보다 많은 수천명의 제빵기사를 본사가 컨트롤 할 수 있을까요?”

서울 중구서 7년째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가맹사업자 A(41) 씨는 지난 25일 오후 기자와 만나자 대뜸 이렇게 운을 뗐다. A 씨는 최근 불거진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논란에 대해 “제빵기사를 전부 본사 직고용하는게 과연 효율적인가”라고 반문하며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헤럴드경제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본사가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는 등 사실상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뒤 업계의 혼돈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이른 아침부터 제빵기사들이 분주한 손길로 당일 판매할 다양한 빵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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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에 따르면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제빵기사의 소속과 가맹사업자의 관계에 따른 업무 관리다. 직고용시 가맹사업자의 자율 경영권을 침해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A 씨는 “현재 제빵기사와 협의해 매장 상권과 특성에 따른 업무 지시ㆍ감독을 하고 있는데, 본사 소속의 제빵기사일 경우 절대적으로 본사 지침에만 따른다면 업무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실질적으로 하루에 수십 번도 넘는 업무 조율을 해야하는데 ‘내 가게’에서 본사 인력이 상주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18년간 협력업체를 운영해 온 함경한 도원 대표 의견도 같았다. 경기도 성남에서 열린 파리바게뜨 협력사 폭리 의혹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만난 함 대표는 “고용부의 이야기대로면 고객 한분이 빵집에 와서 빵 대신 커피를 주문할 경우 점주가 협력업체에 전화해 ‘커피 한잔 만들어 달라’고 해야 한다. 직접 (우리)기사에게 고객주문을 이야기 하면 불법 파견이 되는 것”이라며 “한 공간에서 점주가 근무하는 직원에게 ‘커피한잔 주세요’를 협력업체에 전화해서 다시 우리가 재지시를 내린다는게 맞는 말인가. 이건 프랜차이즈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행위”라고 했다.

실제로 고용부 지침대로라면 현장에서의 혼선은 클 것으로 보인다. 파리바게뜨가 고용부 시정지시를 수용해 제빵기사 5378명을 전원 본사 직원으로 채용할 경우 협력업체ㆍ가맹점간 도급계약이 본사와 가맹점간에 도급계약으로 바뀌게 돼 가맹점주는 어떤 형태로든 제빵기사에게 업무지시를 할 수 없다.

직고용 전환 시에 따른 시스템 혼란도 우려된다.

가맹사업자 C 씨는 “제빵기사의 업무 특성상 이퇴직이 잦다”며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협력업체가 제빵사의 인아웃(In-Out)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줘서 문제가 없었는데, 당장 본사가 3300여개 매장 5000여명 제빵기사를 직고용할 경우 본사 직원보다 많은 숫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제빵기사의 임금 인상도 부담이라는 업계 주장이다. 서울 마포구 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B 씨는 “협력업체 보다 본사소속 제빵기사의 월급이 30만~40만원이 높다”며“직고용 전환시 추가비용 부담은 가맹점주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수익률이 떨어져 경영악화가 예상된다”고 난색을 표했다.

한번 고용부의 결과에 파리바게뜨 측은 공식적으로 ‘당혹스럽다’는 입장만을 밝힌 상태다. 직접 고용을 하게 될 경우 ‘인건비 폭탄’을 맞게 되고, 과태료 폭탄을 감수하며 명령을 어기면 정부와의 법정 공방이 불가피한 진퇴양난이다.

업계에선 파리바게뜨의 타이트한 업무 관리 체계가 부른 부작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사업 본사가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의 출근관리나 노무관리까지 간섭하는 지나친 행위를 개선하되,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조치보다는 적용가능한 절충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원혁ㆍ김지윤 기자/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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