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황금연휴, 한숨나는 사람들①]“한달의 1/3 쉬는데 월세라도…” 자영업자 ‘10일간의 악몽’

댓글 10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긴 연휴에 문 열고도 손해 보는 자영업자들

-“지난 5월 적자 악몽 다시 반복될까 무서워”

-“국내 물가 비싸서”…해외로 발길 돌리기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손모(61ㆍ여) 씨는 열흘에 걸친 이번 추석 연휴가 달갑지 않다. 사실상 한달 중 1/3을 쉬게 되면서 큰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찾아올 가족도, 고향도 없어진 손 씨는 결국 이번 연휴에도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손 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너무 긴 연휴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며 “지난 5월에도 남들은 황금연휴라고 하는데 혼자 빈 거리에서 점포를 열었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정호(46) 씨도 추석 연휴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좀처럼 돈을 모으기 힘든 상황에서 일은 없는데 월세는 그대로 나가기 때문이다. 이 씨는 “연휴 때 인력시장에 나가면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며 “몇 안되는 일거리를 차지하려 또 큰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헤럴드경제

정부가 다음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최장 10일의 황금연휴가 생겼지만, 정작 일부 자영업자와 일용직은 한숨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다음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최장 10일의 황금연휴가 생겼지만, 일부 자영업자와 일용직은 한숨을 짓고 있다. 사무직 등은 연휴를 온전히 즐기는 반면, 자영업자는 일을 나가야하면서도 장사가 안될 게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최장 9일에 달했던 5월 황금연휴(4월29일∼5월7일) 당시 사정도 비슷했다. 여의도에서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1) 씨는 “긴 연휴 동안 회사에 나와 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유일한 고객이었다”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연휴에 장사를 해야 하는 자영업자나, 회사에 출근해야만 하는 직장인들이나 모두 불쌍한 처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휴에도 지난 5월의 악몽이 다시 살아날까 무섭다”며 “그렇다고 문을 계속 닫아둘 수만은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노총이 지난 12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서비스와 유통 직종에서 임시공휴일에 근무를 한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71.5%에 해당했다. 연휴 중 휴무 일수도 7.7일로 사무직(9.4일)과 제조업(8일)에 비해 낮았다.

헤럴드경제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남아 일을 하지만, 정작 긴 연휴에 시민들은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번 연휴 중 해외여행에 나서는 비율은 지난 추석 연휴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늘어났다. 사람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며 도심이 텅 비자 정작 자영업자들은 장사를 하면서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반복된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세부 계획 없이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다보니 내수 진작으로 골목 상권까지 효과가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연휴에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사정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추석 연휴 때 가족들과 함께 동남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정모(30) 씨는 “연휴에 국내에 남아 여행을 하거나 외식을 하려 해도 비싼 가격 탓에 차라리 해외여행을 하자는 쪽으로 가족 의견이 모였다”며 “TV나 인터넷에서는 연휴에 국내 여행을 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돈을 쓰는 입장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