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단독]2012년 군 ‘사이버전 지침’ 작성자, 박근혜 당선 직후 대통령 표창 받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2년 총·대선 개입 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실행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2012 사이버심리전 작전 지침’(사이버전 지침) 기안자가 2013년 초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68)은 이 기안자를 추천하면서 “사이버 안전대책을 기획·시행해 국익 증진에 크게 기여함”이라고 공적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당선시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뒤 댓글 공작을 주도한 핵심 인사를 ‘유공자’로 표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불법 개입 정황이 뚜렷해지고, 이 전 대통령(76)이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25일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2013년 2월15일 사이버사 심리전단 2대장(4급)으로 재직 중이던 박모씨(47)에게 ‘국정과제 추진 및 숨은 유공자’ 명목으로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작전수행 담당인 2대장으로서 댓글 공작을 지휘했던 박씨는 2012년 2월28일 김관진 장관 결재를 받아 A4용지 5장 분량의 ‘사이버전 지침’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박씨가 작성한 이 문건은 당시 이태하 심리전단장과 연제욱 사이버사령관을 거쳐 김 장관에게 보고됐다. 2급 군사기밀인 이 문건에는 ‘총·대선을 겨냥한 종북세력의 사이버 선전·선동에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실제 선거에서 여당이 잇따라 승리한 뒤 ‘숨은 유공자’로 박씨를 선발한 것이다.

김 장관의 직인이 찍힌 박씨의 대통령 표창 공적조서에는 “여수박람회, 핵안보정상회의 등 중요 국가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사이버 안전대책을 기획하고 시행함으로써 국익 증진에 크게 기여함”이라고 적혀 있다. 박씨가 기안한 ‘사이버전 지침’에서 심리전을 수행할 ‘국가 중요 행사’로 “핵안보정상회의, 총선, 여수엑스포, 대선”을 규정한 부분과 겹친다.

박씨의 공적조서에는 “사이버 테러 탐지 및 분석 시스템 구축을 통한 상시 대응 가능한 사이버 보안체계를 구축하고, 운영대장으로 대원들의 수준 향상을 위해 부대 특성 및 국가 사이버 전장 환경에 부합한 교육계획 수립, 전문가 양성 등 사이버 안보 향상에 크게 기여함”이라고 기술돼 있다. 또 박씨는 2012년 총·대선 때 심리전단 2대 요원들을 이끌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여당을 옹호하고 야당을 비방하는 댓글을 작성했다.

박씨는 박근혜 정부 들어 한 계급 승진해 현재 사이버사에서 전략기획실장(3급)을 맡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2014년 11월 박씨를 군형법상 정치관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지만 군사법원은 박씨에게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김해영 의원은 “불법행위를 주도한 심리전단 요원에 대한 논공행상으로 군에 ‘댓글 공작은 정권 연장을 위한 전투’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면서 “심리전 기능을 다른 부대로 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