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자본확충 전쟁]줄이고 또 줄이고…자본확충 나서는 보험사

하반기 들어 상당수 보험사들은 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예의주시하며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중소보험사들은 상황이 다르다. 현저히 낮은 지급여력(RBC) 비율로 인해 더 이상 관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중소형 보험사 RBC비율 ‘빨간불’

지난 상반기 기준 중소형 보험사들의 RBC 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을 간신히 넘고 있다.

통상적으로 RBC비율은 200%를 넘어야 안정권으로 평가한다. 낮은 RBC 비율은 보험사의 영업력 저하뿐만 아니라 지급 여력금액 증가를 위한 자본확충 우려를 유발한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최소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흥국화재(168.5%), 현대라이프(164%), 흥국생명(162.2%), 롯데손해보험 (161.3%) 등 5개 보험사의 RBC비율은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수준인 150%를 겨우 넘었다. KDB생명은 128.4%, MG손보는 121.4%로 여전히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을 하회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중소형보험사들은 자본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MG손보는 최근 열린 새마을금고 정기 이사회에서 유상증자 여부 논의했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며, KDB생명은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다.

현대라이프의 경우, 당초 최대주주 현대차그룹과 2대주주 대만 푸본 생명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 줄이고 또 줄이는 중소형 보험사들

자본확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RBC비율이 현저히 낮은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은 5년 연속 적자 끝에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최근 3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해 120명을 내보냈다.

전 직원 450명 중 3분의 1 수준이다. 또 기존 75개 점포를 지역별·거점별로 10여개로 통폐합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녹십자생명을 인수하면서 해외투자 유치와 유상증자 등을 통해 4200억원을 쏟아부었고, 대만 푸본생명이 2015년 현대라이프의 지분 48.6%를 인수하며 2대 주주로 들어왔지만 현대라이프의 적자 경영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앞서 KDB생명은 7~8월 희망퇴직을 진행해 230여명을 퇴직시켰다. 또 190여개 점포를 99개로 줄이기도 했다.

KDB생명은 외부 컨설팅업체의 경영진단 결과 비용 절감을 위해 감원과 지점 축소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나 이같이 구조조정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KDB생명은 RBC 권고기준을 맞추기 위해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유상증자를 요청했다.

흥국생명도 전국 140곳의 전속 지점을 80곳으로 축소 재편했다. 고정비가 높은데도 생산성이 낮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영업 지점들을 인근 거점 지점으로 통합·대형화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인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보험사들은 몸집 줄이기를 통한 자구책 마련에 열을 올릴 것"이라며 "이에 따라 향후 시장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운 기자 jw@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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