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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리용호 “트럼프,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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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리용호 “美폭격기 영공 안넘어도 자위권 행사”… B-1B 원산 동해안 출격에 예상보다 낮은 대응

트럼프는 “북한인 美 입국금지”… 군사압박 이어 외교적 봉쇄조치

동아일보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 무대에서 김정은의 입을 자처해 온 리용호 북한 외무상(사진)이 미국의 전날 원산 인근 앞바다 B-1B 전략폭격기 전개 작전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미국이 선전포고를 한 이상 앞으로는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 해도 임의의 시각에 모든 자위적 대응 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리 외무상은 25일 오전 10시 48분(현지 시간) 숙소인 밀레니엄힐턴 유엔플라자 호텔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말싸움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주말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 가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을 공언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하였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 말이기 때문에 이건 명백한 선전포고”라며 “유엔 헌장은 선언국들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선택안이 공화국 최고 지도부의 작전탁 위에 올려 놓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미국이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김정은 참수작전으로 추정되는 비밀 작전을 수행한 뒤 이틀 가까이 침묵을 지킨 후 나온 북한의 공식 반응이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약 두 시간 전쯤 외신기자단에 알려 이날 새벽 평양에서 모종의 훈령이 긴급하게 떨어졌음을 시사했다. 내용은 예상했던 것보다 수위가 높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북한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원천 금지하는 새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으로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편대 전개 작전을 감행한 데 이어 외교적 압박 카드까지 꺼내 평양을 옥죈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 베네수엘라, 차드, 리비아, 소말리아, 시리아, 예멘, 이란 등 8개국에 대해 미국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함에 따라 다음 달 18일부터 북한 국적자는 미국 이민, 관광, 취업 등을 위해 입국할 수 없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상준·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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