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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폐암 걸렸나 … 숨만 내쉬어도 ‘전자 코’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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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ETRI 연구팀 개발

암세포 배출 물질 감지, 정확도 75%

중앙일보

한 남성이 폐암에 걸렸는지 아닌지를 판별하기 위해 숨을 모으고 있다.[사진 분당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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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쉬는 숨을 분석해 폐암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검사법이 개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 교수팀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대식 박사팀과 공동으로 ‘호기(呼氣) 가스 폐암 진단 검사법’을 개발했다고 25일 발표했다. 호기는 내쉬는 숨(날숨)을 말한다.

연구팀은 폐암 환자 37명과 건강한 성인 48명의 날숨을 채취해 전자 코(Electronic nose)로 암세포가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전자 코는 냄새를 구분하고 화학적 성분을 분석하는 전자 장치다. 인체에는 호흡과 관련한 단백질인 ‘시토크롬 P450 혼합산화효소’가 있다. 폐암 환자에게 이 효소가 활성화되면 특정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많이 분해된다. 전자 코가 이 화합물을 잡아낼 경우 폐암에 걸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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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한 날숨을 ‘호기 가스분석 시스템’에 넣으면 ‘전자 코’가 화학 성분을 분석해 판별한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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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코의 감지 정확도는 약 75%였다. 암 세포를 제거한 사람의 날숨 데이터는 건강한 성인과 비슷하다. 전자 코는 폐암 환자 판별에 적합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추출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개발했다.

아직은 전자 코 판별법을 진료 현장에 적용할 단계는 아니다. 연구팀은 검사 정확도를 더 높이고 여러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계속해 빅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전 교수는 “현재 폐암 진단에 쓰이는 X선 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 검사는 방사선 노출과 비용 부담, 조영제 부작용 등이 있다”며 “호흡을 분석해 폐암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검사법을 개발하는 단초를 제공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폐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다. 증상이 나타날 때면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이미 진행한 경우가 많다. 말기에 접어들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건강검진에서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선별검사(스크리닝)가 없다. 폐암 1기에 수술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지만 3기 이후는 30%에 불과하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센서 앤드 액추에이터(Sensors & Actuators; B. Chemical)’ 최근호에 실렸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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