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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나치 추종’ 극우정당이 제3당… 메르켈 연정 구성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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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총선 파란… 與연합 246석 사민 153석 AfD 94석

24일(현지시간) 독일 하원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집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제1당을 차지,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이 확정됐다. 외신들은 25일 독일 첫 여성 총리의 4연임 소식을 전하면서도 극우 정당의 의회 입성을 우려했다. 미국 CNN방송은 “메르켈의 쓰디쓴 승리”라고 지적했고, 뉴욕타임스는 “너무 오른쪽”이라고 적었다. 영국 가디언은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3당이 됐다”고, BBC방송은 “국수주의가 득세했다”고 각각 보도했다.

이젠 메르켈 총리가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해 어느 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어떤 정책의 변화를 꾀할지가 관심이다.

세계일보

메르켈 공격 예고한 AfD 공동 총리 후보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제3당으로 부상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공동 총리 후보였던 알렉산더 가울란트(왼쪽)와 알리체 바이델이 베를린 당사에서 손을 맞잡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베를린=AP연합뉴스


◆4연임 메르켈, ‘자메이카 연정’·‘우클릭 정책’ 불가피?

이번 총선으로 4연임을 확정한 메르켈 총리는 16년간 재임한 정치적 스승인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최장수 총리에 오르게 됐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더 좋은 결과를 희망했다”며 “입법에서 매우 도전적인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끈 기민·기사 연합의 득표율은 2013년 총선(41.5%)에 비해 8%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4번째 집권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2당 사민당도 가까스로 20%대 득표율을 올렸다. 사민당을 이끌며 총리직에 도전한 마르틴 슐츠는 “선거에서 패배했다”며 “선거 결과는 우리에게 야당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연정 거부 의사를 밝혔다.

메르켈 총리로서는 새 연정 구성이 숙제로 남았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기민·기사 연합이 전체 연방의회 709석 가운데 246석을 차지, 과반(355석)에 109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자민당, 녹색당과 손잡으면 과반을 안정적으로 넘길 수 있다. 세 정당의 상징색(검정, 노랑, 초록)이 자메이카 국기 색과 비슷해 ‘자메이카 연정’으로 불린다. 친기업 보수정당인 자민당은 메르켈 2기 내각 파트너였지만, 지난 총선에서 득표율 5%를 넘지 못해 의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반(反)난민 성향이 강한 자민당과 손잡으려면 난민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석탄발전소 20기 폐쇄를 요구하는 녹색당과 이에 반대하는 자민당을 중재하는 것도 숙제다. 연정 협상 실패 시 메르켈 총리가 재선거를 선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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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이민자범죄 퍼나른 극우정당 의회 입성

슐츠의 장담과 달리 사민당과 다시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전에도 연정을 구성한 적이 있어서 정책 변화가 적어 안정적이다. 하지만 제1·2당이 합치면 제3당인 AfD에 제1야당 지위가 넘어간다. AfD는 의회 부의장직과 예산위원장직을 요구할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선 의회 입성조차 안 된 AfD가 100석 가까이 차지한 것도 충격인데, 의회에서 집권당 견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5% 이상 득표해 의회에 입성한 극우정당은 AfD가 처음이다. “인종주의는 대안이 아니다”, “나치는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가 난무하는 AfD 반대 집회가 베를린, 쾰른, 함부르크 등 주요 대도시로 확산하는 배경이다. 작센주 지역구에서 당선된 페트리 프라우케 AfD 공동 대표가 25일 “연방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겠지만 AfD 의석에는 앉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당내 강경 극우와 온건파 간 권력투쟁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하지만 기성 정당 및 정치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을 공략한 AfD의 약진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유럽 각국의 극우당 부상과 같은 맥락이다.

2013년 2월 창당한 AfD는 2015년 가을 메르켈 총리가 난민을 전격 수용하자 반난민 정서에 초점을 맞춰 세를 키웠다. 인종차별 및 나치당이라는 비판을 불식시키려고 여성 경제학 박사이자 동성애자인 알리체 바이델(38)을 공동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주류 언론에 외면받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무기 삼아 이민자 범죄 뉴스를 끊임없이 공유, 반이민 정서를 자극했다. AfD의 페이스북 팔로어 숫자는 모든 독일 정당보다 많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지난 1∼10일 100만건의 정치 트윗 가운데 30% 이상이 AfD 관련 해시태그가 포함된 게시물이었다고 밝혔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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