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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800만弗 지원 소식에 '무반응' 北…뒤돌아서서 웃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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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까지 나서 식량 지원 요청한 北

국제기구 통한 공여…입장 발표까진 없을 듯

뉴스1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롯데국제관 WFP(세계식량계획) 서울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2017.9.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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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약 91억원) 규모의 대북 지원을 결정한 지 4일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없는 상황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23일 유엔기구 관계자들에게 대북지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상황이 여의치 않은 북한이 남한의 지원 결정을 두고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해 내색은 못하지만 속으로는 기대감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UNICEF) 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사업에 800만 달러를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WFP의 아동, 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사업에 450만 달러와 유니세프의 아동, 임산부 대상 백신과 필수 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사업에 350만 달러를 공여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발표 직후 국내에서는 큰 논란이 일었다. 북한이 잇따라 핵·미사일 도발을 펼치는 국면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하냐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분리해 추진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정부의 결정은 현재 북한의 주민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식량난이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실정이라고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FAO(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가 지난 21일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올해 3분기 보고서에는 북한이 외부 지원이 필요한 37개 식량 부족국에 포함됐다.

FAO는 지난 4~6월 가뭄과 관개용수 공급 부족을 올해 북한 수확량 감소의 원인으로 분석하며 북한이 외부 지원이나 수입으로 충당해야 할 식량 부족분은 45만8000t에 달한다고 밝혔다. 북한으로서는 현재 주민들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리용호 외무상이 공개석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비난을 퍼부으면서도 뒤에서는 유엔 지원단체에게 지원을 호소한 것도 북한의 긴급한 식량 사정을 가늠케 한다.

이같은 상황 속 북한은 남측의 지원 소식이 내심 반가울 법하지만 아직 관련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통 언급할 거리가 있으면 지도부의 입장을 매체를 통해 발표하던 것과 달리 잠잠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연일 말폭탄을 주고 받는 가운데 인도적 지원을 받게 된 것에 대한 반응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속으로는 웃고 있을지 몰라도 대놓고 지원을 반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정세가 긴박하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국제기구를 통한 남측의 지원은 북한으로서는 그다지 큰 이슈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우리 정부의 지원이 국제기구를 통한 공여인 만큼 굳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우리 정부의 결정에 대해 '남측 지원'으로 규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지 남측의 성의 정도로 해석할 뿐 거기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우리 정부가 직접주는 것이 아닌 만큼 북한이 남한에 감사 표시를 할 필요도 없고, 지금 국면에서는 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다만 북한의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지원을 뿌리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eggod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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