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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취재파일] 출산율 바닥인데, '이른둥이'는 급증…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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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17명으로 2009년 1.15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신생아 수도 역대 처음으로 20만 명에 미달해 이런 추세라면 연간 40만 명은 고사하고 30만 명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혼부부 역시 상반기 14만쌍에 미치지 못하며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습니다. 결혼 안 하고 아이 안 낳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심각한 저출산 상황에서 이른둥이 출산은 늘고 있습니다. 이른둥이는 임신 37주 미만에 태어나거나 체중이 2.5kg이 안 되는 신생아를 일컫는 말로, 2005년 2만498명으로 전체 신생아의 4.8%이던 이른둥이 수는 10년 동안 48.3% 증가해 2015년에는 전체의 6.9%인 3만408명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신생아 수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이른둥이 출생이 10년 새 만 명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조산의 원인은 여러 가지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 의학적으로 뚜렷한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의 성태정 교수는 “고령산모와 인공수정 등을 통한 쌍둥이 임신 증가 등이 조산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35세 이상 여성의 분만비율은 1993년 4%에서 20년 후인 2013년엔 20%로 급증했습니다. 초산 연령도 평균 30.97세로 갈수록 늦어지고 있습니다.

여성의 생식 능력은 30세 이후 서서히 감소해 35세 이후에는 난임이나 불임, 임신 합병증 위험이 높아집니다. 때문에 인공수정 등을 통한 다태아 임신으로 조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가설은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신생아 중 다태아 비중은 2000년 1.69%에서 2015년 3.7%로 상승했습니다. 2014년 난임부부 지원사업에 따른 출산 건수는 1만2,541건, 출생아 수는 1만5,636명으로 출산건당 1.25명의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이 가운데 둘 이상 다태아 비중이 39.2%에 달했습니다.

한 번에 두 명 이상의 아이가 태어난다는 건 국가적으로는 축복이지만 산모와 아이 입장에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쌍둥이의 경우 조기분만이 많고 저체중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2015년 조사에 따르면 한명의 아이(단태아)인 경우 평균체중이 3.23kg인 반면 쌍둥이는 2.36kg, 세쌍둥이 이상은 1.75kg으로 감소했습니다. 이처럼 쌍둥이 임신은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의 집중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공수정과 쌍둥이 임신만으로 이른둥이 증가 이유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조산은 나이든 산모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일병원 안현경 교수팀이 2015년 분만한 4,869명을 대상으로 조산비율을 조사한 결과 임신 36주 이하에 출산한 임산부는 278명으로 17.5명 중 1명꼴로 발생했습니다.

이를 연령별로 나눠보면 25세 미만 4.8%, 25~29세 4.6%, 30~34세 5.9%, 35~39세 5.6%, 40세 이상 6.6%로 고령 산모일수록 조산비율이 조금 높아지긴 하지만 통계적으로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산모의 분만횟수와의 상관관계에서도 아이를 처음 낳는 초산 5.4%, 아이 낳아본 적 있는 경산 6.2%로 큰 영향은 없었습니다.

결국 쌍둥이 임신이 이른둥이 출생의 한 원인인 건 분명하지만, 나이와 분만경험 등과 무관하게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합니다. 젊고 합병증이 없는 건강한 임신부도 발생빈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제일병원 주산기센터 안현경 교수는 “진통전에 양막이 파열되는 경우, 임신성 고혈압, 태반유착이나 태반의 위치이상 등이 조산아 출생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며 이런 요인들을 미리 관리하면 조산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평소 건강한 식사가 중요한데, 임신기간 중에 엽산과 철분, 칼슘 등 필수영양소들이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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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이른둥이 중에서도 1.5kg 이하의 극소저체중 출생아가 1995년 1,147명이었던데 반해 2015년에는 3,032명으로 수적으로는 2.6배 증가했습니다. 같은기간 전체 출생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0.69%로 4.3배나 급증했습니다.

이런 극소저체중 출생아는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동안 정부 지원으로 꾸준히 신생아집중치료실을 늘려왔지만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해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 초에는 경북도내 유일하게 신생아집중치료실을 둔 순천향대 구미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공급받지 못해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특히 서울대병원 조사결과 전국 신생아집중치료실(중환자실)의 56.5%가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광주, 울산, 충북, 충남, 전북, 경남은 신생아집중치료실 운영 병원수가 3개 이하로 나타나 지역 간 편차가 컸습니다. 앞으로 고령산모와 이른둥이 출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생아집중치료실이 인구에 비례해 지방에도 설치 확대될 수 있도록 보건당국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지금은 병상수가 부족하지 않지만 지방의 위급한 산모와 신생아가 언제든 올라올수 있는 만큼 예비 병상도 충분히 확보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송인호 기자 songst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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