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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10년 전 세상 떠난 노무현, ‘2017년 정치’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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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다시 고성 치고받고…프레임도 비슷

-추미애 “정진석 막말 국민 상처…다분히 계산”

-홍준표 “침소봉대 시 뇌물사건 재수사로 귀착”

-친노·반노로 정치 이익 얻는 세력 모두 해당

고인은 말이 없지만, 남은 사람들은 그의 이름에 흔들린다. 산 사마의를 쫓아낸 죽은 재갈량 같은 삼국지 이야기가 21세기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또 다시 재현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놓고 정치권이 또 다시 고성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10년 동안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만 하면 나왔던 시비다. 프레임도 비슷하다. 친노 정치세력이 ‘이명박 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말하면, 보수야당이 ‘노 전 대통령’으로 치받는 형상이다. 나오기만 하면 모든 정치현안을 뒤집는다. 마치 ‘노 전 대통령’이 정치권을 집어 삼키는 마법의 단어가 된 형국이다.

정진석 의원의 발언을 기점으로 진보와 보수는 이번에도 ‘노무현’으로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노 전 대통령이 성역이냐’며 비판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25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 이야기만 나오면 벌떼처럼 일어난다”며 “그런 반응을 보여야 충성심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이 성역이 아니지 않느냐”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하니까, 전 정부 비위를 들추자면 모두 같이 하자는 이야기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우리당 정진석 의원의 발언을 놓고 더불어 민주당이 침소봉대해 문제를 키우는 것은(노 전 대통령의) 640만 달러 뇌물사건 재수사, 그리고 범죄수익 환수 문제로 귀착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부부싸움 등을 연결지은 정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정치보복 프레임 구축 시도’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의원의 막말이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며 ”현직 대표와 전직 원내대표 간에 막말 경쟁이라도 하듯, 정치가 (이렇게)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는 것인지 민망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이어 ”그 막말을 거듭거듭 스스로 옹호하는 것을 보니 다분히 계산된것이다“라며 ”아무리 노 전 대통령을 부각하면서 정치보복 프레임 구축을 시도한다 해도, 국민은 그 의도를 간파하고 넘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허위사실로 고인과 유족을 욕보였으니 법적 책임을 지면 된다”며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정의당도 ‘사죄하라’며 들고 일어났다. 정치 보복 같은 이번 논란의 배경이나 정치적 목적은 관심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케케묵은 노 전 대통령 시비가 정치권을 10년째 뒤흔드는 이유는 사건이 미완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공격하는 측은 망자가 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마음 놓고 때린다. 또 죽은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을 반정부 투쟁의 도구로 활용해 ‘폐족’에서 ‘집권 세력’으로 변신하는 정치적 쓰임새도 10년째 유효하다.

그래서 서로 분이 풀릴 때까지 큰소리를 치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끝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번 사태도 법적 책임은 요원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사장 출신인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진실을 파악하기가 매우 힘든 경우다”며 “일단 죽으면 공소권이 사라지기 때문에 말이 안 된다. 정치공방이 있다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사장 출신인 박영관 변호사도 “사자 명예훼손으로 물론 고소할 수 있다”면서도 “사자 명예훼손은 허위여야만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소모적 논쟁이 계속되는 와중에 정치권에서는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 정쟁’의 악순환을 끝내야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사실 이 건은 그 당시에(노 전 대통령 서거 전에) 밝혀졌어야 했다”며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8년, 9년이 지난 일을 가지고 이렇게 서로 치받는 것이 우리나라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제대로 진실규명을 할지에 대해 당의 총의를 모을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최정호ㆍ홍태화 기자/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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