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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짝퉁` 중고폰에 몸살 앓는 알뜰폰 업계…소비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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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A씨가 헬로모바일을 통해 구매한 갤럭시S7 중고폰. 왼쪽 단말을 삼성서비스센터로부터 가품이 섞여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오른쪽 기기는 소프트웨어는 KT인데 후면 커버는 SK텔레콤 모델의 것이다. 기기를 뜯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검수 과정을 통과해 '정품'으로 유통됐다는 설명이다. [사진 : 박진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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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업체들이 가계통신비 경감을 위해 중고폰을 임대·판매하고 있지만 가짜 부품이 섞인 단말이 속속 나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체들은 구매 시기와 상관없이 '짝퉁' 스마트폰으로 확인되면 조건 없이 교체를 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25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중고 스마트폰은 전문 업체가 매입해 검수한 뒤 알뜰폰 업체에 공급한다. 개인에게서 매입하는 물량도 있지만 통신사들이 운영하는 중고폰 보상프로그램을 통해 반납되는 게 대부분이다.

스마트폰의 최초 소유주가 반납 조건을 맞추기 위해 사설 업체에서 수리하는 경우 가짜 부품이 섞이는 경우가 많다. 외관이 유사해 중고폰 업체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렇게 매입된 스마트폰이 진짜 스마트폰으로 둔갑해 판매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짝퉁'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뒤늦게 알아채 알뜰폰 업체에 항의하는 소비자가 최근 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 접점에 있는 알뜰폰 업체가 빠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중고폰 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등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신문고에 따르면 지난 11일 소비자 A씨가 '불량 중고단말기 판매 중단 및 조치'라는 제목의 민원을 접수했다. CJ헬로비전이 운영하는 알뜰폰 '헬로모바일'을 통해 구매한 중고 단말이 불량으로 판명됐지만 구매 후 14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A씨는 "아무리 중고라지만 기능 보증도 못 받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사기"라며 "더 이상 저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허위광고 및 불량 단말기 판매에 대한 조치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헬로모바일 홈페이지를 통해 갤럭시S7 중고 단말 2대를 구매해 개통한 A씨는 이 중 1대에서 디스플레이 화면이 나오지 않자 삼성서비스센터에 방문해 수리를 의뢰했다. 수리 기사는 문제의 제품을 본 후 외부 수리 흔적이 있다면서 "가품이 있어 기능을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설 업체에서 수리가 된 제품, 더군다나 정품이 아닌 가짜 부품이 사용된 스마트폰은 정식 AS센터에서 수리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헬로모바일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규 휴대폰 구매 시와 동일하게 제조사 서비스센터로 방문해 AS받으시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허위과장광고의 소지가 있어 보이는 이유다.

한국소비자원도 민원을 접수된 지 8일 뒤인 지난 19일 "민원을 사업자에게 전달해 자발적 처리를 유도하는 절차인 '자율처리'를 진행했지만 회신이 없어 답변이 늦어졌다. 정품이라고 광고한 내용이 있을 경우 이의제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며 허위과장광고 관련 안내를 했다.

CJ헬로비전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판매하는 중고폰도 임대하는 중고폰과 동일하게 (중고폰) 업체를 통해 교체해드리기로 8월 말에 결정했다. 홈페이지에서는 수정이 안 됐던 부분이 있다"면서 안내 문구를 수정했다. 또 "CS(고객서비스)에서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원칙대로 교체를 해드린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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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삼성서비스센터로부터 받은 가품 판정 결과(왼쪽)와 헬로모바일의 A/S 절차 안내 원본(오른쪽). 헬로모바일은 취재가 시작되자 A/S 절차에 대한 안내 문구를 '기기의 교환 및 A/S 등의 불편한 사항이 발견되신 경우에는 ㈜착한텔레콤으로 연락부탁드립니다'라고 변경했다. [사진 : 박진형기자, 헬로모바일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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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고폰 검수를 강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사실상 검수는 중고폰 업체가 맡고 있다는 게 헬로모바일의 입장이다. 최근 임대 중고폰에서 가짜 부품이 섞인 단말이 발견됐을 때도 CJ헬로비전 측은 "우리가 유통한 게 아니다"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A씨도 중고폰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가 구입한 또 다른 중고폰은 부팅 시 나타나는 통신사 로고와 후면 커버의 통신사 로고가 달랐다. 메인보드는 KT인데 후면 커버는 SK텔레콤 모델이기에 제품을 분해 후 재조립한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중고폰 매입 시 기능 검사를 위해 전원을 켜야 하는데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게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더군다나 A씨가 항의하자 헬로모바일 측은 궁여지책으로 허위 안내를 내놨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A씨와의 통화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단말을 저희가 검수하고 중고폰으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CJ헬로비전이 KT망을 임대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KT 로고가 확인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적으로 조치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통신사 로고와 기본 탑재 앱 등은 제조사가 단말 생산 과정에서 설정한다. 이같은 해명은 소비자 설득을 위해 지어냈을 가능성이 높고,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제조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소프트웨어에 손을 대면 정식 AS가 불가하기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소비자는 극소수"라고 강조하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지만 단말 교체 등 신속한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알뜰폰 브랜드인 세븐모바일(SK텔링크), KT M모바일, 유모비(미디어로그) 측은 유사한 사례가 접수된 게 없다면서 "단말에 문제가 있을 경우 구매 시기와 상관없이 교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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