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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아듀, 효리네①] 내 나이 쉰 다섯, '효리네민박'을 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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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사회생활 30년 차, 중견기업의 고위직까지 오른 한 50대 남성은 요즘 유일하게 보는 TV 프로그램이 '효리네 민박'이다. 이효리 그리고 아이유와의 접점은 없었다. '텐미닛'도 '유고걸'도 모르던 이 남자는 이효리가 '내려올 때 천천히 내려오는 방법'에 대해 말하던 그때, 이 낯선 여가수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기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기자가 취재중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저마다 '효리네민박'을 왜 열심히 보는지 말했던 이유들을 재구성했다. 나이와 성별은 다를지 모르지만, 이 많은 이유들이 우리가 '효리네 민박'에 열광했던 이유 중 하나임은 분명했다.

-20대 여대생, 나는 뭘 '좀' 아는 언니가 궁금했다.

이효리를 알고는 있다. 하지만 열광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아이유는 더욱 가깝다. 그런데 '한끼줍쇼'에서 우연히 이효리의 말을 듣고 그 '언니'가 하는 말을 더 들어보고 싶었다. 다른 MC가 우연히 만난 아이에게 '훌륭한 사람이 돼라'고 말하자 이효리는 '뭘 훌륭한 사람이 돼, 하고 싶은 대로 그냥 아무나 돼'라고 말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언니 뭘 '좀' 아는 언니같아서 '효리네'를 봤다. 대단한 가르침이 있었단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쿨하고 좋았다. '감동적'인 순간을 못 견디고 툴툴 대는 모습도, 나와 비슷한 나이인 아이유에게도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신기하고 매력적이었다. 이효리가, 가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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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차 30대 여성, 나는 이효리의 결혼생활이 궁금했다.

이효리는 이상순과 어떻게 살까 궁금했다. 으리으리한 집에 돈도 많은 수퍼스타이니 얼마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까 싶었다. 역시 부러웠다. 그런 여러 '매력적인' 것들을 본 후에 다른 것이 보였다. 이상순이 이효리에게 '너랑 놀 때' '너랑 대화할 때'가 가장 재미있다는 거다. 이효리와 이상순의 대화방법이 재미있었다. 편한 사이어도 두 사람은 서로가 기분 상하지 않게 말하는 방법이 몸에 배어있었다. 또 이효리가 유쾌한 농담을 던지면, 이상순 역시 웃으며 농담으로 답했다. 대화가 편안하니 애정도 더욱 샘솟는 것 같았다. 상대와 대화하는 방법을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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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 나는 전원생활이 궁금했다.

조금씩 나이가 드니 전원생활이 간절해진다. 그러던 차에 '효리네 민박'은 내게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꿈의 제주도 생활은 어떨까. 물론 이효리와 이상순처럼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몇 명 되지 않겠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제주도의 산과 바다, 초록의 풍경,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쉬는 것 같았다.

-50대 남성, 나는 '내려감'에 대해 이야기나누고 싶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보길래 우연히 '효리네민박'을 봤다. 이효리, 얼마나 유명했는지는 알지만 나와 공감할 수 있는 스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이효리가 정상에서 '내려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 '박수칠 때 떠나는 것보다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든 것이었다. 조금씩 나이든 모습을 보이는 것, 후배들에게 밀리는 모습, 그걸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한테 꽂혔다. 언젠가 사회에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날들이었는데 그 말이 어찌나 와닿던지. 마냥 나이 어린 여동생 같았던 이효리에게, 나는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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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안방극장에 편안한 웃음과 힐링을 선사했던 '효리네 민박'은 24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민박집에 도착한 수많은 손님들의 이야기, 그들과 함께 하는 이효리 이상순, 그리고 아이유의 케미스트리는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담담하고 편안하게 화면에 담겼다. 슈퍼스타 이효리 아이유는 세대와 나이를 넘어 소통했고, 어디서도 본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의 속마음은 이들을 더욱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많은 이들이 매주 일요일 이들의 나른하고, 잔잔한, 그러면서도 의미있는 일상으로 일주일을 마무리했다. 시청률 역시 9.995%(9회) JTBC 예능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효리네 민박' 신드롬을 이끌었다.
i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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