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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코레일은 왜 ‘경쟁사’ 수서고속철 티켓을 팔아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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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코레일 “배임·불공정” 반발에도

박 정부 때 국토부가 밀어붙여

수수료율도 지나치게 낮게 책정

상호발매 매출 101억 - 24억 큰 차

코레일 적자로 이어져 공공성 악화

“기형적인 가짜 경쟁…특혜로 얼룩”


한겨레

지난해 철도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손실이 예상됨에도 상호 발매를 강요해 수서고속철도 운영사인 에스알(SR)에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24일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제기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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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수서고속철도(SRT)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매표소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에스알티 승차권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 당시 정부가 사실상 에스알에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코레일과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문서를 보면, 에스알 출범을 앞둔 지난해 국토부가 코레일 유통망을 통해 에스알 승차권을 상호 발매하도록 코레일을 압박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코레일은 지난해 7월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경쟁사인) 에스알에는 이익을, 코레일에는 손해를 가할 것이 명백히 예견되는데, 이를 추진하면 배임 행위 또는 불공정거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제출했지만, 국토부는 코레일에 공문을 보내 “상호 발매 시스템 구축을 즉시 착수하라”고 요구하는 등 관계기관 회의, 이행실태 점검, 지시공문 등을 통해 추진을 재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코레일이 요구한 손실 보전과 시장가 이상의 수수료율은 반영되지 못했다.

국토부와 코레일이 주고받은 공문을 보면, 2015년 코레일과 에스알은 경쟁체제의 취지에 맞게 두 회사가 각각 독립적인 발매 시스템을 만들기로 국토부와 협의했으나, 에스알 출범을 몇개월 앞둔 지난해 4월 들어 국토부는 승객들의 이용 불편 등을 이유로 상호 발매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상호 발매는 케이티엑스(KTX)만 정차하는 코레일 전용역이나 코레일 사이트, 앱을 통해 에스알티 승차권을 판매하거나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에스알티 사이트나 앱을 통해서도 케이티엑스가 안내된다. 두 회사는 현장 발매는 5%, 온라인은 3%의 수수료를 서로 지급한다.

당시 코레일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불공정한 경쟁이라며 반발했다. 에스알티의 요금은 케이티엑스 대비 10% 저렴하게 책정됐는데, 이는 가격 경쟁이 아닌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의한 결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코레일은 자신들의 고객에게 가격이 더 저렴한 경쟁사의 열차를 안내해주는 꼴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재형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철도 경쟁체제를 도입한 다른 나라의 경우 대부분 발권도 분리돼 있다. 가격과 마케팅 차이가 있는 항공사의 경우에는 경쟁사는 물론 계열사 간에도 상호 발매를 하지 않고, 통합 발매 시스템을 운영하는 고속버스는 대신 가격 경쟁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코레일과 에스알의 상호 발매는 경쟁도 아니고 통합도 아닌 기형적인 구조라는 것이다.

국토부에 의해 결정된 수수료율 역시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유사한 방식의 다른 전자상거래서비스 등을 참고해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는 중개하면 수익이 생기지만 코레일은 중개하면 매출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어렵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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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이 올해 상반기 코레일과 에스알이 서로 지급한 수수료 내역을 분석한 결과, 상호 발매를 통해 에스알이 거둔 매출은 101억원인 반면, 코레일은 24억원에 그쳤다. 게다가 에스알이 상호 발매로 얻는 매출은 꾸준하게 유지되는 반면, 코레일은 1월 5억여원에서 점차 감소해 6월에는 1억8천만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현재 방식이 에스알에만 유리하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국토부는 애초 철도 경쟁체제를 도입할 당시 “경쟁을 통한 비용절감과 수입증대로 코레일 적자 해소가 기대된다”고 했지만 코레일은 흑자를 보다 올해 4년 만에 적자를 보게 됐다. 코레일의 매출 압박은 결과적으로 벽지 노선 감축 등 공공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코레일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만,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무늬만 경쟁일 뿐 사실상 특혜로 얼룩진 가짜 경쟁에 불과하다”며 “경쟁체제를 원점 재검토하고 철도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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