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복비, 집주인한테만 받겠다” VS “시장질서 허무는 출혈 경쟁”

댓글 6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수료 낮춘 중개 스타트업

중개사들 반발로 개점휴업

“기득권 지키려 혁신 죽여”

“설 자리 없어진다” 공방

“중개수수료를 높여도 부족할 판에 출혈경쟁을 벌여선 안 된다. 계속 이런 식이면 협회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강남구지회 회원들은 지난달 부동산중개 관련 신생혁신기업(스타트업) ‘집토스’ 강남점을 찾아 “수수료를 깎아준다는 인식이 퍼지면 다른 곳도 수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항의했다. 집토스는 서울대 학부생 3명이 2015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중개수수료를 받는 기존 중개업소들과 달리 집주인에게만 수수료를 받고 있다. 협회 소속 지도단속위원들도 이곳을 방문해 “매일 한두 명씩 와 피켓 들고 서 있을 테니 얼마나 버티나 보자”며 겁을 줬다.

이재윤(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4년 휴학) 집토스 대표는 “8월 문을 연 강남점은 기존 중개업소들의 업무 방해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관악점과 왕십리점(올해 6월)에 이어 강남점도 문을 열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유독 강남구 중개업소들의 반발이 심하다. 강남구엔 서울 전체 공인중개사무소(2만3,873곳)의 9.7%(2,324곳ㆍ8월 기준)가 몰려있다.
한국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수료 절감을 내세운 부동산중개 관련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며 기존 공인중개사무소와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기존 중개업자들의 주장에 대해 스타트업 대표들은 기득권 때문에 혁신을 죽이려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집토스가 인기를 끌자 집주인에게만 수수료를 받겠다는 부동산 매물을 소개시켜 주고 해당 중개업소로부터 매물 광고비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스타트업 ‘공짜방’까지 생겼다. ‘우리방’도 집주인에게만 복비를 받는 스타트업이다. 가격에 상관없이 0.3%만 수수료를 받는 ‘부동산다이어트’란 곳도 주목받고 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부동산중개수수료 상한선(전세계약의 경우 보증금의 0.3~0.8%)만 정하고 있다. 집주인에게만 수수료를 받거나, 집주인ㆍ세입자 모두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아도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존 공인중개사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중개수수료를 깎는 사업방식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라며 “항의성 데모 등 실력행사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대표는 “결국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이라며 “업무방해 행위가 계속 되면 법적 대응도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서비스를 시작한 공짜방의 정연태 대표는 “집주인에게만 중개수수료를 받겠다는 조건으로 우리에게 광고한 곳에 대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거래를 계속하면 제재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존 부동산업체 스스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ㆍ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공인중개사무소가 주기적으로 시장조사 보고서를 내고, 세무상담까지 해준다”며 “국내 공인중개사무소가 과연 중개수수료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2015년 설문조사에서 부동산 거래 경험이 있는 531명 중 응답자의 81.9%는 부동산중개수수료가 비싸다고 답했다. 싸다는 답변은 1.5%에 그쳤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