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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트렌드 yes or no]④복대 가방이 잇백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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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에 차는 '패니 팩'

"촌티 나는 가방" VS "독특하고 신선"

80~90년대 유행하다 '전대' 취급

스트리트 패션 강세에 '잇백'으로 부활

계절마다 새로운 유행이 나타난다. 하지만 요즘 대중은 멋쟁이들의 앞서가는 스타일에 무조건 혹하는 건 아니다. '트렌드 Yes or No'는 트렌드를 대중적 눈높이에서 판단하는 코너다. 떠오르는 트렌드 중 호불호가 갈릴 만한 옷·액세서리·스타일링 등을 대상으로 삼는다. 당신의 취향은 어느 쪽인가. 이번엔 허리에 차는 작은 가방, '패니 팩(Fanny Pack)'이다.

퇴물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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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구찌 크루즈 컬렉션에 등장한 패니 팩. [중앙포토]


2017년 가을 가방 트렌드를 꼽자면 단연 패니 팩이다. 당장 9월에 열린 뉴욕· 런던패션위크의 스트리트 패션만 봐도 가방의 대세가 패니 팩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대체 패니 팩이 뭔가 싶지만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힙색(hip sack)'이다. 벨트백·웨이스트백이라고도 하고 영국에서는 범 백(Bum Bag)이라고도 하는 복대 가방 말이다. 패니(Fanny)나 범(Bum) 모두 엉덩이를 뜻하는 속어라서 허리에 벨트를 둘러 엉덩이에 걸치는 가방을 통칭한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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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YP, 모스키노, 허쉘 By 플랫폼 플레이스, 휠라, Cottweller by 매치스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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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패니 팩은 2016년까지도 '퇴물'이나 다름없었다. 1980년대 스포티한 나일론 소재 가방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90년대 후반부터는 촌티 나는 가방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간결하고 세련된 미니멀리즘의 대세 앞에 한순간 무너졌다. 이후에는 그저 여행 중 소매치기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혹은 시장 상인들의 전대(纏帶)로나 쓰였 뿐이다.

업그레이드 패니 팩의 등장
그러던 패니 팩이 2017년 봄부터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휠라·이스트팩·MLB 같은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럭셔리 브랜드까지 패니 팩을 쏟아냈다. 지난 1월 슈프림과 협업한 루이비통은 남성복 컬렉션에서 슈트에 패니 팩을 걸친 모델들을 등장시켰다. 여성복 역시 오프 화이트, 스텔라 매카트니, 마르니 등이 너나없이 패니 팩을 내세웠다. 가을·겨울 컬렉션 역시 에르메스, 구찌, 알렉산더 왕, 겐조 등이 패니 팩 대열에 합류했다.

다만 디자인이 보다 다양해지고 고급스러워졌다. 가령 가방끈을 실버 체인으로 단다거나(알렉산더 왕), 몸통을 납작한 파우치로 바꾸거나(스탤라 매카트니). 미니 백을 교체하거나 겹쳐할 수 있게 만드는(겐조) 식이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90년대 스트리트 패션이 강하게 되살아나면서 패니 백처럼 다시 돌아올 것같지 않은 트렌드까지 소환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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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슈프림과의 협업으로 선보인 루이비통 남성 컬렉션.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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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마라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 막스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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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피플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모델 벨라 하디드, 가수 리한나, 래퍼 에이셉 로키 등 세계적 패션 아이콘들은 촌스러움과 쿨함의 줄타기를 하며 패니 팩을 멨다. 특히 켄달 제너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운동복에서부터 바지 정장까지 다양한 스타일링을 보여줬고, 실제 할머니가 가지고 있던 빈티지 패니 팩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소녀시대 수영, 래퍼 비와이와 지코 등이 공항 패션과 공연 의상으로 패니 팩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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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패니 팩을 허리에 찬 가수 수영.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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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정장에 패니 팩을 멘 모델 켄달 제너. [사진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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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밀라노 패션위크 쇼장 주변에서 포착된 패니 팩 스타일링. [사진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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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겐 새로운 멋
이처럼 돌고 도는 유행 속에 부활한 패니 팩, 일반인들의 시각은 어떨까. 실제 SK플래닛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를 이용해 20~50대 성인 남녀 551명(남자 168명, 여자 383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었다. 일단 호불호는 비슷했다. '좋아 보인다'가 42.3%(233명), '좋아 보이지 않는다'가 37.2%(205명)였다. '잘 모르겠다'는 유보적 입장도 20.5%(113명)나 됐다. 특히 남자 응답자 중 57.1%(96명)가 호감을 보인 반면, 여자 응답자 중에서는 35.7%(137명)만이 호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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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 패니 팩을 메고 패션쇼장을 향하는 래퍼 에이삽 로키. [사진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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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로 흥미로운 결과도 나타났다. 동일 세대 응답자 비율로 볼 때 호감도는 20대에서 가장 낮았고(33.8%) 세대가 올라갈 수록 늘어나 50대에서 가장 높았다(56. 9%). 호감의 이유 역시 세대간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과거'를 모르는 20대에서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스타일이 새롭다"라는 의견이 주류인데 비해, 30대와 40대는 "옛 추억이 살아나서" "과거 생각이 나서" "젊고 예뻐 보여서" 등 향수에 기반한 이유를 댔다. 50대는 "소지품을 보관하기 쉬워서"라거나 "양손이 자유로워서" 등 다른 세대에 비해 기능에 초점을 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비호감에 대한 이유는 세대를 막론하고 '촌스러워 보인다'는 이유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스타일링이 어려울 것 같다' '나에게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직접 패니 팩을 써 볼 의향이 있냐는 물음에는 33.9%(187명)가 그렇다고, 66%(364명)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호감을 표시한 응답자 중에서도 39.9%(93명)가 정작 '직접 멜 생각은 없다'고 했는데, 그 이유로는 20~50대 모두 '나이가 들어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이유가 다수였다. 그만큼 소화하기 어려운 패션 아이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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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왕의 2017 가을겨울 컬렉션. 실버 체인으로 된 패니 팩을 토트백처럼 들거나 숄더백처럼 어깨에 걸쳤다. [사진 알렉산더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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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패니 팩을 '패션 피플만의 전유물'로 봐야 할까. 김윤미 스타일리스트는 "패니 팩 자체에 대한 관점을 바꾸면 된다"고 조언한다. 주말 나들이나 특별한 이벤트에서 캐주얼한 멋을 내고 싶을 때 '컨셉트 있는 액세서리'로 활용하라는 얘기다. 라이더 가죽 재킷이 '젊은이들의 패션'이지만 TPO(시간, 장소, 행사 성격)에 맞춰 시도하면 40~50대까지도 멋지게 입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때 허리에 메는 것 외에도 어깨 한쪽에 숄더백처럼 걸치거나, 크로스백처럼 활용하면 새로운 스타일링이 된다.

촌스럽다는 느낌을 피하려면 처음 고를 때부터 주의해야 한다. 되도록 디자인이 단순한 것이 최선이다. 김 스타일리스트는 "볼륨이 크고 컬러가 튀고 지퍼 장식이 많은 제품은 피하라"면서 "무채색에 납작하거나 작은 크기를 고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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