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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Top-Notch]㊶ 당신의 생체정보는 안전할까... 생체인식 기술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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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생체 정보는 안전할까?.’

생체 인식 기술 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기술들이 속속 상용화되면서 지문, 홍채, 얼굴, 혈액, 정맥 등 개인의 고유한 생체 정보를 이용한 산업이 본격 성장하고 있다.

모바일 생체인식 산업은 2019년 246억달러, 2020년 333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인의 신체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고 분석하고 안전하게 보호하는 기술이 곧 돈이 되는 시대다. 하지만 모든 기술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고 완벽한 보안 기술은 없다.

보안과 안전, 편리성을 위한 생체인식 기술이 확산될 수록 개인 사생활은 더 지키기 어렵고 더 위협받을 수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올 것이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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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인식 기술이 급속히 보급 되면서 보안과 안전, 개인 정보와 사생활 보호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사진은 홍채 인식, 안면인식 등 생체 인식 기술이 일반화된 시대의 암울한 모습을 그린 2002년 스릴러 영화 마이너너리티 리포트의 포스터./사진=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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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갤럭시 S8, 최신 홍채 인식 기술 탑재

올해 출시된 삼성 갤럭시 S8, 애플의 아이폰 X 등이 지문, 홍채, 얼굴 인식 기술을 대거 탑재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생체 인식 기술이 탑재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2020년쯤 생체 인증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이 48억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S8, S8+ 등은 지문, 2D 안면 인식 기능은 물론 최신 홍채 인식 기능 등 3대 생체인식 기술을 모두 탑재했다.

특히 홍채 인식 방식은 보안성이 뛰어나고 손 댈 필요가 없는 비접촉 방식이어서 편의성이 높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한다.

S8 몸체 상단에 장착된 홍채 인식 전용 카메라, 적외선 발광다이오드(IR LED)로 사용자의 눈을 여러번 촬영한 뒤 저장하면 홍채·눈꺼풀·동공을 구분한 뒤 홍채 영역만 찾아내 디지털 정보로 바꾼 뒤 암호화 절차를 거쳐 트러스트존(trust zone)에 저장한다.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있는 인간의 홍채는 인체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섬유 조직으로 구성돼 있고 생후 18개월 정도가 지나면 고유한 패턴이 형성된 뒤 평생 변하지 않는다. 일란성 쌍둥이끼리도 다르고 오른쪽과 왼쪽의 홍채 무늬도 다르다. 동일한 홍채를 가진 사람은 20억 명 중 하나 꼴의 확률이라고 한다.

홍채의 주름을 주파수로 바꾸는 과정을 통해 2초 내에 신분을 판별할 수 있고 살아있는 사람의 홍채는 미세한 떨림이 있어 도용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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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출시된 삼성 갤럭시 S8(사진 위)는 지문, 홍채, 안면 인식 기술을 모두 탑재하고 있다. 올 11월 출시 예정인 애플의 아이폰 X(사진 아래)는 3D 안면인식 기술을 채택, 보안성을 한층 강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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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세계 최초 3D 안면 인식 기능 탑재”

삼성전자의 최신 홍채 인식 기술에 대한 애플의 대답은 3D 안면인식 기술이다. 애플은 오는 11월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폰 X의 탑재된 페이스ID를 통해 최고의 정확도와 보안성을 획득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애플의 페이스ID는 트루뎁스 카메라 시스템, A11 바이오닉칩, 뉴럴엔진 등의 하드웨어와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동시에 구동하는 방식이다.

트루뎁스 카메라 시스템에는 3D 안면인식을 위한 적외선 카메라와 조명기, 근접센서, 주변 광센서, 스피커, 전면 카메라, 닷 프로젝터 등을 배치, 3만개 이상의 보이지 않는 지점을 얼굴에서 찾아낸다.

적외선 이미지와 도트 무늬가 얼굴의 수학적 모델을 만들고 이런 알고리즘을 통해 구현된 3D 안면은 뉴럴엔진 네트워크를 통해 보안 영역으로 전송된다. 저장된 모든 얼굴 정보는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클라우드로 옮겨지지 않고 하드웨어 칩에 숨는다.

필립 쉴러 애플 글로벌 마케팅 수석 부사장은 "다른 사용자에 의해 터치 ID가 잠금 해제될 확률은 5만분의 1 수준이지만 페이스 ID는 100만분의 1수준의 확률에 불과하다”며 최고의 보안성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 범죄 악용, 사생활 침해 가능성···”법적 장치 필요”

인간의 지문, 홍채, 얼굴 등은 도난이나 위조가 어렵기 때문에 생체 인식 기술은 편의성과 보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있는 해결책으로 꼽힌다.

생체인식 기술은 이미 스마트폰 외에도 금융과 기술이 결합된 핀테크(fintech) 서비스의 핵심 기술로 널리 쓰이고 있다. 생체 인식을 통해 직원들의 근태 관리를 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많다.

최근 중국에는 고객의 얼굴을 인식, 예금을 인출할 수 있는 ATM(현금인출기)가 등장했고, KFC차이나가 바이두와 제휴해 베이징에 개설한 ‘스마트 레스토랑’ 처럼 얼굴 인식 기술을 이용해 고객의 나이, 성별, 얼굴 표정 등을 판별하고 고객에 맞는 메뉴를 추천하는 레스토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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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인식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몸이 곧 비밀번호인 시대가 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개인 정보를 지키기 더 어려운 시대가 왔다는 우려도 나온다./사진=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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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인의 정보 보호라는 당초 의도와 달리 생체인식 기술이 잘못 사용될 경우 사생활 침해와 신분 도용 등의 피해를 부를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보안을 위해 도입된 기술들이 해킹이나 범죄 등을 통해 뚫리면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아예 증발되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D 안면 인식 기술 등은 안전하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며 “누군가 해당 정보만 가지면 신원 위조를 완벽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민등록번호나 사회보장번호 같은 간단한 개인 정보를 도난 당할 경우 입는 피해도 엄청나고 복구하기 어려운데 생체 정보를 도난당했을 경우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생체 인식 기술 자체도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이나 애플의 최신 제품들의 보안이 가짜 지문 등으로 간단히 풀리는 사례가 유튜브 등에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범죄자들이 강제와 위협으로 다른 사람의 안면, 지문, 홍채 정보를 통해 모바일폰의 잠금 장치를 풀고 금품을 강탈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 기술과 안면 인식 기술을 결합하면 개인의 얼굴 정보를 통해 성적인 취향이나 정치적 이념을 판별할 수 있다는 마이클 코진스키 스탠퍼드 대학 교수의 최근 주장에 대해 제니 데이비스 호주 국립대 사회학 강사는 “새로운 형태의 생물학적 근본주의(biological essentialism)”라고 비판했다.

인종, 피부색, 생김새로 사람을 판정하고 차별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기술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토마스 키넌 캘거리대학 교수는 “현행 법은 개인의 얼굴 정보를 공공 정보로 간주한다. 개인의 얼굴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생산한 것을 사생활 침해로 보는 법은 없다”며 “법과 규제가 급속한 기술 발전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법률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책과 사회적 합의는 언제나 기술 발전 속도에 한참 뒤지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 개개인이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방성수 기자(ssb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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