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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기자의 현장+] 좀비보다 더 무서운 '취객'…'운전자에게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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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취객’이 잘 보이지 않아 / 술에 취해 도롯가나 골목길에 쓰러져 있어 / 주택가 이면도로 가로등이 있다고 하지만 어두워 사물을 식별하기 어려워 / 비 오는 날이면 더 위험 / 중증 알코올성 간염은 폭음 후 생명에의 위협도

세계일보

지난 22일 오전 2시 서울 강남역부터 신논현역까지 강남대로 일대. 왕복 8차선 도로에 시민 3명이 좌우를 살피지 않은 채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비틀비틀하면서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로 툭 튀어나오면 진짜 욕이 그냥 나옵니다. 밤이라 잘 보이지도 않아요.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흔들지만…. 잘 태워주지도 않는 것 같아요. 취한 상태로 지나가는 사람이랑 어깨를 부딪칠 수도 있고 잘 못 하다 큰 사고로 이어지질 수도 있잖아요. 늦은 밤, 우회전할 때 비틀비틀하는 취객이 서 있으면 간담이 서늘합니다."

밤늦게까지 야외에서 술자리 이어질 때가 많은 요즘. 지난 22일 새벽 2시 서울 강남역부터 신논현역까지 강남대로 일대. 술을 마시고 가게 앞에 눕거나 버스정류장에 쓰려져 있는 취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거리는 택시를 잡기 위해 취객들로 가득 찼고, 불빛이 반짝이며 창문을 활짝 연 술집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가 도로까지 올려 퍼졌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존재 ‘거리의 취객’. 취객이 비틀비틀하면서 이면도로에 누워 있거나 택시를 잡기 위해 불쑥불쑥 튀어나와 운전자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왕복 8차선 도로를 위험천만하게 걷는 ‘거리의 취객’ 때문에 많은 운전자가 식은땀을 흘리며 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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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전 2시 서울 강남역 일대. '취객'이 택시 앞을 가로막고 있다.


개인택시 기사 김 씨는 “늦은 밤에 취객을 보기만 해도 겁이 납니다”며 “취객이 차 앞을 막아서 욕설·손가락질·싸움 등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승차한 취객인 시트에 토사물을 뱉으면 그날은 장사를 접어야 한다. 냄새나는 차에 누가 타겠냐”며 “당해 보면 그 심정을 알지…. 비틀거리면서 취객이 다가오면 상태를 보고 판단한다”고 털어놓았다.

비 오는 밤길에 취객은 더 위험하다. 빗길에 제동거리가 길어진다는 것. 빗길에서는 노면과 타이어 사이에 수막이 생겨 마찰력이 급격히 떨어져 제동거리가 평소보다 20% 가까이 늘어난다. 최근 5년간 9만 4천여 건의 빗길 교통사고로 2천 5백여 명이 숨져 치사율도 맑은 날 사고보다 1.25배 높다. 비 오는 밤길은 차선이 잘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빗물에 젖은 노면이 전조등에 반사돼 사물이 잘 분간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운전자 최 씨는 아찔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운전자 최 씨는 “비 오는 날 운전을 하면 일단 길이 미끄러운 게 가장 힘들죠. 그리고 차선이 잘 안 보이니까. 야간에는 조심하게 운전을 하지만, 조심을 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 나는 것 아니잖아요” 말했다. 이어 “비 오는 날 8차선 도로서 무단 횡단하는 취객을 칠 뻔했다”며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손이 떨린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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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전 2시 서울 강남역부터 신논현역까지 강남대로 일대. 택시를 잡기 위해 취객이 차도까지 점령했다. '취객'을 본 듯한 택시가 '빈 차'에서 '예약' 표시등을 바꿔놓고 대기 중이다. '취객'을 골라 태우는 택시들이 많다고 한다.


어두운 밤길 운전자가 취객을 발견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장면도 있었다. 빨간불로 바뀐 신호를 인식하지 못한 취객이 왕복 8차선 도로를 건너는 위험한 행동도 볼 수 있었다. 신호를 무시하고 비틀거리면서 왕복 8차선을 무단 횡단으로 건너는가 하면, 술에 취한 채 도로에 스마트 폰을 떨어뜨려 허리 숙여 찾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운전자가 숙인 취객을 발견 후 차량을 멈춘 상태여서 사고는 없었지만 위험천만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술에 취해 도로변이나 상가 앞에 잠든 취객을 본다고 해도 딱히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술집 밀집지역이나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가로등이 있다고 하지만 어두워서 사물을 식별하기 쉽지 않아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운전자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의사 황만기 원장은 “평소 알코올성 지방간 소견을 보이는 과다음주자(만성적인 과다음주자 중 약 90~98%가 알코올성 지방간이며, 이 중에서 10~15%는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행됨)는 더 간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며 “중증 알코올성 간염은 폭음 이후 갑자기 발생할 수 있고 생명에의 위협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은 알코올 분해 효소가 남성에 비해 적고, 술의 지방 친화적 특성으로 인해 같은 양의 음주를 하더라도 남성과 비교하면 체내 지방 비율이 높아 일반적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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