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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부산 첫 퀴어축제…"성소수자 인권 보장" vs "동성애는 비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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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목소리…다행히 큰 충돌 없어

뉴스1

23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앞에서 열린 부산퀴어축제 참석자들의 퍼레이드 행렬과 동성애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 및 시민들. 2017.9.23/뉴스1 © News1 박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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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ㆍ경남=뉴스1) 박기범 기자 = 23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앞에서는 동성애 등 성소수자를 위한 축제와 동성애를 반대하는 축제가 동시에 열렸다.

불과 200여미터를 사이에 두고 다른 목소리를 전하는 대규모 축제가 열리면서 해운대 일대는 여름 성수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일부에서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세우며 고성이 오고 갔지만, 다행히 큰 충돌은 없었다.

◇ 부산 첫 '퀴어문화축제'…"퀴어 아이가"

이날 오전 10시부터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앞 구남로에서 성소수자의 축제 '제1회 부산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이번 퀴어축제는 부산에서 열리는 첫 번째 행사다.

행사 슬로건은 '우리는 퀴어다'를 부산말로 옮긴 '퀴어 아이가'로 정해졌다.

행사는 오전 10시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QIP, 동아대 성소수자 동아리 동그라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부산지역 성소수자 인권단체 외에도 대구퀴어문화축제, 강원퀴어캠프 등 전국에서 모인 성소수자 인권 단체의 부스가 문을 열며 시작됐다.

오후 1시부터는 축제장소에 마련된 특별무대에서 정세일(스카웨이커스), 비크루, 아는언니들 합창단, 바나나몽키스패너 등의 다양한 공연이 진행됐다.

부산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퀴어축제였음에도 이날 행사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추최측은 1000여명이 축제를 즐긴 것으로 추정했다.

축제에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스티커를 붙이거나, 무지개 깃발을 든 시민들부터 독특한 복장으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이어간 이들까지, 다양한 모습의 참석자들이 어울려 축제를 즐겼다.

대구 퀴어문화축제 부스에서 대구 축제 공식셔츠를 판매한 A씨는 "30여장의 셔츠를 준비했는데 모두 판매될 것 같다"며 "첫 축제에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놀랐다. 앞으로 부산에서도 좋은 축제가 이어질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동아대 성소수자 동아리 동그라미의 B씨 역시 "많은 분들이 오셔서 후원을 약속하고 가셨다"며 "오늘을 계기로 부산에서도 성소수자를 위한 행사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행사에서 무지개 깃발을 몸에 둘러싸고 나타난 C씨는 "퀴어축제는 성소수자를 가시화 하는 행사"라며 "일부에서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고 계시지만,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부산시민들이 이번 축제를 계기로 우리의 존재를 조금씩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퍼레이드는 구남로에서 출발해 해운대해수욕장 주변 2.8km구간에서 진행됐다.

◇ 동성애는 비정상…미풍양속 지켜야 '맞불'

퀴어축제가 열린 구남로 맞은 편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맞불집회가 열렸다.

부산시민사회단체총연합, 신부산교육포럼, 한국사회복지연합회, 부산여성기독협의회 등 46개 단체로 구성된 건강한부산만들기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옛 해운대역 광장에서 약 4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성애를 반대하는 '2017 레알러브 시민축제'를 개최했다.

축제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시민연대 회원들은 해운대역에서부터 퀴어축제가 열리는 무대까지 긴 줄을 만들어 퀴어축제와 동성애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진정한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 "아이들에게는 부부가 필요하다" "동성애는 에이즈의 원인" 등의 피켓을 들고 동성애를 비판했다.

또 내년으로 예정된 개헌에서 동성애를 반대해야 한다는 서명을 받고, 동성애를 에이즈 원인으로 지목하는 선전전을 벌였다.

추최측은 이날 행사에 약 4000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오후 1시부터 본격 시작된 축제는 태권도, 성악, 소프라노, 어린이 태권도 공연 등의 무대행사에 이어 이종석 부산시민사회단체총연합 상임대표를 시작으로 기독교, 불교, 천주교, 유고 등 종교단체와 지역 시민사회단체 인사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오후 3시 30분부터 시작된 퀴어축제퍼레이드 구간에는 약 1000명의 회원들이 줄이어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박경만 건강한 부산만들기 시민연대 사무총장은 "퀴어축제가 열린다고 듣고, 이들이 추구하는 것이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에 축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동성애는 비정상적인 소수만이 추구하는 성적지향이다. 퀴어축제는 그것을 정상화시키고, 이성애자들을 이상한 것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우리 문화행사를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사랑을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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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앞 구남로에서 열린 '부산 퀴어축제' 행사장 주변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17.9.23/뉴스1 © News1 박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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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시간·장소에서 문화행사…일부 고성 들리기도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전하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이날 양측간 충돌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큰 갈등은 없었다.

이날 경찰은 질서 유지 차원에서 8개 중대, 4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해 충돌 방지에 나섰다. 퀴어축제 현장으로 들어서던 반대측 사람들의 입장을 막고, 내부에서 고성이 들릴 경우 큰 갈등으로 번지기 전에 제지하기도 했다.

다만 축제현장 주변을 띠 형식으로 둘러싼 퀴어축제 반대측 인사들은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채 집회에 나서 불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 퀴어축제 참가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축제장 주변을 성처럼 둘러싸고 있다. 일부는 우리에게 고성을 지르고 있어 위압감이 들기도 한다"며 "저건 1인 시위가 아니다. 사전 신고를 했는지 의문이다"고 불안한 목소리를 전했다.

실제 이날 현장에서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든 일부는 퀴어축제 참가자들에게 "비정상"이라고 외치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집회신고가 안 된 것은 맞다"면서도 "현 정부 들어 어떠한 형식의 시위라도 인정하라는 분위기가 있다. 우선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향후 문제가 생길 경우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양측간 충돌이 없도록 현장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축제는 퀴어축제 참가자들의 퍼레이드로 막을 내렸다. 다행히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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