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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메이 英총리, 브렉시트 '2년 이행기' 제안…브렉시트 협상 탄력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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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후 기존 체제 2년간 유지"…2019년 3월 브렉시트 시한 2년 미루는 셈]

머니투데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연설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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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2년간 현체제를 유지하는 이행기를 갖자고 제안했다. 메이 총리가 지지부진한 브렉시트 협상에 돌파구를 열었다는 평가 속에 영국의 브렉시트 지지 진영에서는 시간만 낭비하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이탈리아 피렌체 연설에서 브렉시트 이후 약 2년간의 이행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행기에는 영국과 EU가 지금과 같은 조건으로 무역을 하고 EU 시민들도 계속 영국에서 거주하거나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이 총리는 영국의 EU 재정 분담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액수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BBC 등 영국 매체들은 약 200억 유로(약 27조 원)정도가 될 걸로 봤다. FT는 영국 관리들의 말을 빌려 메이 총리가 200억 유로 이상 지불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는 또 이행기에는 EU 법과 EU 법원의 판결도 수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은 지난해 6월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최근에는 EU와 브렉시트를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리스본조약 50조는 EU 탈퇴 협상 시한을 2년으로 못 박았다. 협상이 실패해도 영국은 2019년 3월 EU 회원국 자격을 잃게 된다. FT는 메이 총리가 영국이 2021년까지 실질적으로 EU에 남기 위한 계획을 마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행기에 달라지는 것 가운데 하나는 영국이 EU 정식 회원국 자격을 잃은 뒤라 EU 입법 과정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메이 총리의 제안을 환영했다. 브렉시트가 몰고 올 즉각적인 충격을 피하고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라는 판단에서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대표도 메이 총리의 제안이 건설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이번 연설은 협상을 진전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협상은 최근까지 줄곧 겉돌았다.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EU 단일시장 접근을 위한 새 무역협정을 우선시한 가운데 EU는 '이혼합의금'을 비롯한 탈퇴 조건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EU가 영국에 이혼합의금을 요구하는 건 영국이 회원국으로서 약속한 예산분담금 등을 내야 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EU가 2014~2020년 장기예산을 이미 확정한 만큼 이혼합의금은 영국이 내야 할 걸 내는 것이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메이 총리는 이날 "영국은 EU 회원국일 때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EU가 영국에 이혼합의금으로 약 600억 유로를 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가 이날 이행기에 200억 유로 이상을 낼 수 있다고 시사한 건 브렉시트 협상의 교착상태를 푸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영국의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메이 총리가 이행기 제안으로 브렉시트를 중단시켰다고 비판했다. 영국 보수당의 오웬 패터슨 하원의원은 이행기가 영국의 무역협정만 쓸데없이 지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가 새로운 차원의 경제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나 노르웨이가 EU와 맺은 기존 협정과 다른 창의적인 해법으로 이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을 맺었다. 노르웨이는 EU 근로자를 받고 EU 법을 따르는 조건으로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얻었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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