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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다윤이가 와 달라고"…이별식장 찾은 소꿉친구는 눈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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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서 故은화·다윤양 이별식 열어

유족들 "우리처럼 아픈 부모 두 번 다시 나오지 말아야"

24일까지 서울시청에서 이별식 치른 뒤 25일 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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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현욱 윤여진 기자] 마른 줄 알았던 눈물샘은 다시 터져버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3년 5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자식을 보내야하는 부모들의 심정은 아픔이 줄지 않은 듯 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우리처럼 아픈 부모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눈가를 훔쳤다.

◇이별식장 찾은 소꿉친구, “다윤이가 와 달라고…”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세월호 희생자 고(故) 조은화(단원고 1반)양과 허다윤(2반)양의 이별식이 열렸다. 이날 오전 목포 신항을 출발한 유가족들은 검정 계열 정장 차림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의 안내를 받으며 오후 2시 30분 이별식장이 마련된 다목적홀로 들어왔다.

흰 국화 대신 생전의 딸들이 좋아했던 장미꽃을 헌화한 은화양 엄마 이금희씨는 “(박원순 시장에게)무리한 부탁을 해 마련한 자리”라며 감사의 뜻을 전한 뒤, “3년간 너무 춥고 지저분한 곳에 있던 딸의 마지막 길을 무사히 보내고 싶었다”고 울먹였다. 이씨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치킨을 사준다고 했는데 영영 먹지 못할 것 같지만 (시신으로나마) 돌아와 다행”이라며 “대한민국이 세월호 사고 이후 변화했으면 한다”고 했다.

다윤양 엄마 박은미씨도 “은화와 다윤이를 먼저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국민들과 나라에서 일하는 분들이 다시는 (세월호)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힘을 보태주시면 더욱 고맙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이 헌화를 마친 뒤 정부 관계자와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이별식장을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남도지사 시절 진도 팽목항과 목포신항에서 두 가족의 부모들이 어떤 고통을 겪으시고 견디셨는지 가까이에서 뵈어 왔다”며 “이별식이라고 하지만 자식을 이런 방법으로 떠나보내는 엄마·아빠의 마음 속에 이별이 있을 수 있겠나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총리는 이어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유가족들에게) 진 빚”이라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빚을 진 채무자의 마음으로 유가족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온기를 줘 쓰러지지 않게 잘 지탱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별식장을 찾아 추모의 시간을 보냈다. 이별식장 한편에는 교복과 함께 은화·다윤양이 생전에 사용하던 책걸상이 놓여 있었다.

일반 시민들도 이별식장을 찾아 은화·다윤양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대학원생 마리(35)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안산 단원고를 찾았지만 이후 진도 팽목항과 목포 신항엔 가질 못했다”며 “모든 국민이 가슴 한 켠에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 대한 부채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윤양이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놀이터에서 같이 놀던 ‘소꿉 친구’라고 밝힌 이모(19)씨는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쳐냈다. 이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다윤이가 계속 꿈에서 나온다. 다윤이가 계속 (이별식에)와 달라고 했다”며 유족의 손을 꼭 잡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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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다윤양 마지막 배웅길 추모 발길…세월호 특조위원들도 찾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힘을 모았던 이들도 은화·다윤양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고 ‘잊지 말라 0416’ 피켓 시위를 해 온 김효진(35)씨의 눈은 충혈돼 있었다. 김씨는 “지난 정부 시절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 운동을 했고 이번 정부에선 세월호 인양 이후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며 “정부와 해경이 세월호 희생자를 구하지 못한 이유에는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명록에는 1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관계자들의 이름도 여럿 눈에 띄었다.

유족들은 이별식을 찾은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다윤양의 이모 박은경(49)씨는 “시민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싶다”며 “너무 가슴이 아프지만 시민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는 이별식을 하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별식을 찾은 140여명의 시민들이 방명록에 이름을 남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지 않은 채 조용히 다녀가시는 분들도 많아 실제 방문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에서 3년 만에 수습된 은화·다윤양의 유골은 현재 서울대병원에 안치돼 있다. 24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시청에서 이별식을 치른 뒤 25일 발인 예정이다.

이후 단원고에 들러 작별 인사를 건넨 뒤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경기 평택 서호 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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