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슈플러스] '공해 수준' 일회용 컵, 보증금 부활하면 달라질까?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일회용 컵이 도심 곳곳 산처럼 쌓이고 있다. 테이크 아웃 커피 문화의 확산과 함께 나타난 이른바 ‘컵 공해(公害)’다.

이에 정부는 최근 지난 2008년 폐지된 ‘컵 보증금’ 부활을 예고했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원찮다. 일회용 컵은 공병과 달리 재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50∼100원의 보증금을 받기 위해 일회용 컵을 반납할 사람이 얼마나 많겠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방향이 잘못됐다. 실효성 없이 가격만 높아질 것”이라며 우려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1인당 커피 소비량 288잔→377잔

컵 공해는 커피소비량이 늘어나면서 대두됐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77잔으로 나타났다. 하루 1잔 꼴인 셈인데 288잔이었던 2012년에 비하면 5년 새 100잔 가까이 늘어났다. 이처럼 커피 소비량이 늘어나자 2006년 3조원대였던 커피시장 규모도 지난해 8조8000억원 규모로 크게 늘었다.

세계일보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 도로변 등 도심 곳곳에 얼음이 녹아내린 일회용 컵들이 많아진 배경이다. 평소 커피를 즐기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사람들이 버리고 싶어서 버리겠느냐.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는 등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길거리에 일회용 컵이 수북이 쌓여있는 것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적이 잇따르자 환경부는 최근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와 비닐봉지 사용량 감축 등을 골자로 한 일회용품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고려 중인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앞서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패스트푸드 업체, 커피전문점 등과의 자발적 협약을 통해 시행된 바 있다. 당시 업체들이 일회용 컵 하나당 50∼100원씩 보증금을 받은 뒤 소비자가 컵을 가져오면 돈을 돌려줬다.

환경부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에도 보증금 제도를 통해서 일회용 용기의 길거리 무단투기가 상당히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오리건주의 경우 길거리 무단 투기가 40%에서 6%로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실효성은 “글쎄…”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실효성이 문제다.

앞서 컵 보증금 제도가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될 때에도 낮은 회수율과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한 시민단체가 2주 간 패스트푸드 및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200여곳을 대상으로 일회용 컵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회용 컵을 환불하는 소비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장 20곳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환불되는 일회용 컵 중 60~80%가 매장 내에서 사용된 뒤 바로 환불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시민단체는 “컵 회수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은 환경부나 환경단체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소비자 13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도 일회용 컵 환불 노력을 하는 사람은 22.4%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2002년 제도를 처음 도입하고 6년 동안 40%에 미치지 못했던 회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컵 보증금을 얼마로 할 지도 문제다. 현재 50∼100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는 보증금이 너무 낮으면 회수율이 높지 않을 것이고, 너무 높으면 업체들이 소비자들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어서다. 비슷한 예로 올해부터 소주병의 빈병 보증금이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2배 이상 올랐지만 올해 상반기 반환율이 47%에 그쳐 소주와 맥줏값만 올랐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50원, 100원을 받기 위해 컵을 커피전문점에 도로 가져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소주나 맥주병도 가져오면 돈을 준다고 하지만 다들 그냥 버리지 않느냐”고 말했다.

세계일보

◆“보증금 확 높이거나 쓰레기통 늘려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외국처럼 컵 보증금을 1000원 이상으로 대폭 올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독일이 대표적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와 함부르크시, 베를린시 등은 일회용 컵 사용 억제를 위해 인증 스티커가 부착된 플라스틱 컵에 1유로(1330원)의 보증금을 부과한다. 독일 내 61개 브랜드의 카페, 베이커리 매장에서 소비자들은 해당 컵 사용 후 반환 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텀블러와 머그잔 사용 장려도 중요하다. 텀블러나 머그잔 사용에 따라 유의미한 수준의 비용 인하나 관련 혜택을 주도록 제도화한다면 일회용 컵 사용이 줄어들 수 있다. 재사용이 가능한 다회용 플라스틱 컵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시민의식이 문제”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길거리 쓰레기통을 늘려야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서울만 보더라도 각 구청 별로 쓰레기통 갯수가 100∼2000여개로 천차만별인 상황이라 시민들 입에서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쓰레기 문제는 일회용 컵 사용을 아예 자제하도록 설계하거나 쓰레기통을 늘려야 해결되는 문제”라며 “지자체 사정상 일반적인 쓰레기통 증가가 부담이라면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처럼 일회용 컵만 버릴 수 있는 전용 쓰레기통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