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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호준의 길위의 편지]에펠탑 제대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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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가까이에서 본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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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상징하는 것은 많다. 그만큼 가볼 곳도 많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에펠탑이다. 빌딩이 거의 없는 도시에 우뚝 솟아 있는 탑이니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 번쯤 찾아가 보기 마련이다. 나 역시 에펠탑을 찾아간 적이 있다.

에펠탑은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서 개최한 파리 만국박람회 때 구스타브 에펠의 설계로 세운 탑이다. 이름도 설계자의 이름을 땄다. 301m의 높이는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였다고 한다. 사실 에펠탑에 대해서는 별로 덧붙일 말이 없다. 워낙 유명한 탑 아닌가. 거기에다 내가 알고 있는 어줍지 않은 상식 몇 줄 붙여봐야 특별한 정보가 될 리 없다.

파리의 랜드마크라는 그럴 듯한 이름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이 엄청난 구조물은 이방인인 내가 봐도 무척 이질적이었다. 건립 당시 파리 사람들이 반대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고통의 현장이라 불렸을 정도로, 에펠탑에 대한 파리 시민의 반대는 극렬했다고 한다. 그중에도 가장 앞장섰던 이들이 예술가들이었다.

에펠탑 앞에 섰을 때 먼저 떠오른 사람은 G. 모파상이었다. 장편소설 '여자의 일생'으로 유명한 모파상 역시 에펠탑 건립을 무척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에펠탑이 완공되자마자 날마다 카페를 차지하고 앉아서 식사도 하고 글도 쓰더라는 것이다. 그 모습이 얄미웠던 누군가가 물었단다. “그렇게 맹렬하게 반대를 하더니 어찌 이렇게 자주 오시나요?”

그러자 모파상은 태연하게 식사를 하며 대답했다고 한다. “파리 시내를 아무리 봐도 에펠탑이 안 보이는 곳은 이곳뿐이라서 그렇다네.”

농담 같은 일화이기는 하지만 정말 에펠탑을 보지 않고 파리를 돌아다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뭐든지 너무 가까우면 잘 보이지 않는 법. 에펠탑 역시 가까이에서 보면 그리 아름다울 게 없는 철골 구조물에 지나지 않았다. 조금씩 뒷걸음질 치자 다시 탑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결국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겸사겸사 찾아간 곳이 몽마르트 언덕이었다. 기대한 대로 성심성당(사크레 쾨르 대성당) 앞에서 활짝 펼쳐진 파리 시내와 어느 정도 입체감을 갖춘 에펠탑을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뭔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가 몽파르나스 타워에 가면 파리 전경은 물론 에펠탑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몽파르나스 타워는 파리15구에 있는 초고층 빌딩이다. 높은 건물이 없는 파리로서는 아주 특별한 빌딩인 셈이다. 59층 옥상 전망대와 레스토랑이 있는 56층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특히 옥상은 전망이 좋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입장료가 25유로, 3만이 넘는 돈을 내야한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파리는 지금까지 본 파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파리라는 교과서를 펼쳐서 읽어주는 듯 친절했다. 저기가 에펠탑·개선문·몽마르트 언덕·루브르 박물관… 몽파르나스 공동묘지도 한눈에 들어왔다. 파노라마를 보듯 사방을 다니며 파리의 전경을 담았다. 끝까지 감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도시 전체를 어떻게 그리 잔잔하게 유지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고층빌딩에 대한 욕망을 누른 그들이 가상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파리가 평지 위에 세워진 도시라고는 하지만, 에펠탑을 제외하고 무엇 하나 튀지 않는 풍경이 경이로웠다.

해가 설핏 기우는가 싶더니 서쪽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파리 전체가 누군가 붓질이라도 하는 듯 붉게 채색됐다. 한 순간 에펠탑에 조명이 들어왔다. 곧이어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건물이 불을 밝혔다. 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역시 파리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몽마르트 언덕에서 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야가 넓어지면서 감동도 커졌다. 에펠탑을 출발한 조명이 도시 곳곳을 훑고 지나갔다. 더 이상 설명할 언어가 없었다. 59층 옥상에 오래 서서 파리 시내를 듬뿍 가슴에 퍼 담았다.

비용은 조금 들었지만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여기 오지 않고 그냥 갔으면 어쩔 뻔 했어? 몽파르나스 타워를 내려오며 혼자 중얼거린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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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파르나스 타워에서 바라본 에펠탑과 파리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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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시인·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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