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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시승기] 알아서 핸들 꺾고 차선 바꾸고…똑똑한 'BMW 530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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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지금까지 한국 시장에서 BMW 중형 세단 5시리즈의 대표는 누가 뭐래도 4기통 1천995cc 디젤 엔진의 '520d'였다.

한 때 '강남 소나타'라고 불릴 만큼 많이 팔려 수입 디젤차 '붐'을 주도했고, 지난해에도 BMW5 시리즈 전체 판매량(1만7천223대) 가운데 77%를 520d를 비롯한 디젤 모델이 휩쓸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배기가스 조작 의혹에 더해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되고 경유가격 인상까지 거론되면서, 디젤차 인기가 빠르게 식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출시된 '뉴 5시리즈'도 예외가 아니다. 8월까지 총 판매량(1만497대)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34%(3천544대)를 의외로 가솔린 모델 530i(사륜구동 530i xDrive 포함)가 차지했다.

시중의 평가처럼, 530i로 처음 만난 7세대 '뉴 5시리즈'의 외관은 이전 6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헤드램프 안쪽이 BMW의 상징 '키드니(콩팥) 그릴'과 붙은 이른바 '앞트임' 성형수술 정도가 눈에 띄었다. 'M스포츠 패키지'가 기본 적용되면서, 앞범퍼 아래 양쪽에 커다랗게 뚫린 공기 흡입구와 옆면 스커트 트림 등을 통해 역동성이 강조됐다.

덩치도 커진 느낌이었다. 실제로 뉴 5시리즈의 전장·전폭·전고는 각 4천936mm, 1천868mm, 1천479mm로 전 세대보다 29mm, 8mm, 15mm씩 길다.

감탄은 도로 위에서 시작됐다. 뉴 530i는 상상 이상으로 매우 부드럽고 조용했다. 스티어링 휠(핸들) 조정이나 주행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기분 좋은 안락함을 줬다.

BMW가 과거 6기통 자연 흡기 가솔린 엔진 덕에 '실키식스(Silky Six)'라는 별명을 얻었다지만, 4기통으로 다운사이징(축소)한 가솔린 엔진도 명성을 잇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힘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그 어떤 세단보다 반응이 빠르고 잘 달렸다. 전 세대 528i 모델 엔진에서 업그레이드된 4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은 최대 252마력의 힘을 낼 수 있다. 마력 수는 이전 엔진보다 7마력이나 늘었지만,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오히려 약 11%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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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반(半) 자율주행'이 가능한 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이었다.

차에 오르고 잠시 후 곡선 주로에 접어들자 스티어링 휠(핸들)이 내가 꺾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버틴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계기판에 '녹색 핸들' 표시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예 핸들에서 손을 놓는 '모험'을 해봤다. 차는 스스로 스티어링 휠을 조정하며 차선 한 가운데로 정확하게 주행했다. 지금까지 내가 살짝살짝 차선을 벗어날 때마다 530i가 스티어링 휠을 끊임없이 안쪽으로 대신 꺾어줬던 것이다.

'차선 유지 어시스턴트(Lane Keeping Assistant)' 기능으로, 차가 차선을 벗어나거나 옆 차선 차를 보지 못한 채 운전자가 차선 변경을 시도하면 이 시스템이 스티어링휠을 스스로 움직여 사고를 예방한다.

사고 직전 찰나에나 작동되는 것이라 실험은 어려웠지만, 530i에는 측면충돌경고 시스템(Side Collision Warning)도 탑재됐다. 다른 차가 옆에서 위험하게 다가오면 시각 신호와 스티어링휠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충분한 공간이 있는 방향으로 스티어링휠을 움직여 차를 안전하게 이동한다.

심지어 160㎞ 이하 속도로 달리다가 앞에 갑자기 장애물이 나타날 경우, 530i는 스스로 신속하게 차선까지 바꿀 수 있는 '회피 보조 장치'도 갖췄다는 게 BMW의 설명이다.

BMW 관계자는 "특히 5시리즈에는 경쟁 동급 세단과 달리 첨단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이 있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교통 상황에서도 스스로 멈췄다가 앞차가 출발하면 자동으로 출발하는 등 가장 진보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일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손을 흔드는 간단한 동작만으로 전화를 받고, 끄고. 볼륨과 내비게이션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제스처 컨트롤' 기능도 마음에 쏙 들었다.

콘셉트카(양산 전 개발단계 차량)를 제외한다면, 530i는 현존하는 '가장 진보한 패밀리 세단'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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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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