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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침팬지와 대화할 수 있다면… 인간과 동물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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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美 침팬지 언어 연구의 고전 'Next of Kin' 번역집 출간]

머니투데이

손님이 오면 차를 대접하고 무료할 땐 잡지를 넘겨 본다. 필요에 따라 거짓말을 꾸며내기도 하고 집단에서 정치적 모략을 꾸민다. 우리에게 꽤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 모든 행동의 주체가 인간이 아닌 침팬지라면?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하는 점(호모 로퀜스)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책의 저자인 로저 파우츠 박사가 30여년간 침팬지를 연구한 결과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침팬지들은 개별 단어를 학습하는 것 뿐 아니라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만들고 단어의 순서를 바꿔 문장의 의미를 구분할 수 있다. '담요 위 칫솔'과 '칫솔 위 담요'의 차이를 안다는 것이다.

인간과 침팬지는 유전자의 98.4%가 일치한다고 한다. 아프리카 코끼리와 인도 코끼리의 사이보다 인간과 침팬지와의 사이가 더 가깝다는 의미다. 단지 지능만 높은 것이 아니라 유창한 수화실력을 가지고 있고 의사소통에서 추상적 상징을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런 능력을 자기 아들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파우츠 박사는 침팬지 '워쇼'와 함께한 삶의 기록을 전하면서 "나는 이 꼬마 침팬지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종종 되새겨야 했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다면 인간과 가장 유사한 그리고 가장 가까운 이 종을 우리와 구분지을 근거는 어디 있는가. 인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수백마리의 침팬지가 차갑고 어두운 지하 실험실에 갇혀 에이즈·간염 등 의학연구, 화장품·신약 등 화학제품의 위험성 생체실험에 사용된다. 우주공간과 같은 미지의 스트레스 상황에 보내지기도 한다. 그러나 파우츠 박사의 연구결과가 확인해주듯, '인간과 동물의 경계'란 분명하지 않고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 인간이 가져온 다른 종에 대한 우월의식의 근거를 무참히 무너뜨리면서 그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이었는지 고발한다. 인간이 고유한 존재인 것처럼 침팬지도, 다른 동물 종도 마찬가지다. 파우츠 박사와 침팬지와의 대화, 공생기를 따라가다 보면 생명과 존재의 의미, 인간의 도덕적 의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나아가 세상의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과학을 이용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침팬지와의 대화=로저 파우츠·스티븐 투켈 밀스 지음. 허진 옮김. 열린책들 펴냄. 528쪽/2만5000원.

이경은 기자 ke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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