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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디지털스토리] 막걸리 한잔하고 등산 하시나요…실족으로 죽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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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산 정상에서 친구와 막걸리 한잔 하는 맛에 산행합니다.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기분 짱이네요"

최근 한 블로거가 남긴 산행 후기다. 또 다른 블로거는 "기분 좋은 꽃맞이 아니 막걸리 맞이 산행"이라며 산 중턱에서 막걸리 마시는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높고 푸른 하늘이 어우러지는 '가을 산'. 등산객 발길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음주 산행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 5월 북한산을 순찰한 결과,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펴고 앉아 술판을 벌이거나 큰 소리로 건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에도 대표적인 단풍여행지인 설악산, 소요산 등에서 술을 마신 등산객들이 다투거나 등산로 바로 옆에서 소변을 봐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해 산악 사고 9천133건…가을철에 가장 많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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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 119구조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산악 사고는 9천133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23.8%(2천171건)가 가을철인 9~10월 사이에 발생했다.

사고는 50.9%(1천105건)가 '토~일요일'에 발생했고 평일에도 하루 평균 27건의 산악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발생 시간은 낮 12시~오후 2시 사이가 21%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경기도 지역에서 발생한 산악사고 1천205건을 분석한 결과, 일반조난이 31.0%(373건)로 가장 많고, 실족추락 21.1%(254건)로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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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족추락의 경우 하산하면서 소위 '정상주'로 통하는 음주, 피로, 미끄럼 등으로 인한 낙상이 사고의 주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2010~2012년까지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악사고 1천686건 중 음주로 인한 사고가 30%에 달했다.

특히 국내 산은 바위가 많아 실족이나 추락할 경우 찰과상, 골절, 뇌진탕 등은 물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 "음주산행 문화 바꿔야" 고성방가, 쓰레기 문제 지적

음주 산행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으나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이를 제지하거나 단속할 마땅한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자연공원법 제27조는 지정된 장소 밖에서의 야영, 취사, 상행위와 자연환경을 훼손할 수 있는 일련의 행위들을 제한하고 있으나 음주행위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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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달아 음주산행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등산은 등산 자체를 즐기기 위함이다. 이기적인 행동은 안 했으면 좋겠다. 산에서 음악소리, 고성, 음주 등은 정말 민폐다"라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공공장소 금연법처럼 금주법이 생겨야 한다. 한국이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민족이라 술 먹고 노는 걸 너무 좋아해서 산에서 술 마셔도 내버려뒀지만. 이제는 규제를 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술을 마신 후 산 정상이나 풀숲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 국립공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매주 산행을 즐기는 박 모(65)씨는 "주변을 봐도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다치는 경우는 못 봤다. 음주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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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구조 모습[경기재난안전본부 제공=연합뉴스]



◇해외 음주 산행 금지…국내도 관련 법 개정 추진

해외는 음주 산행을 철저히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Minneapolis) 공원은 공원 내 음주 통제 지역을 두고 음주를 금지한다.

캐나다 국립공원에서도 산에서 술을 마시지 못한다. 일부 야영장, 개인 주택 또는 허가된 건물에서만 술이 허용된다.

국내에서는 최근 관련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지난 7월 자연공원에서 음주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자연공원 내 금지행위에 흡연과 음주행위를 포함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각각 200만원과 20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환경부가 추진한 국립공원 내 음주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은 과잉 규제라는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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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은 산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 기상정보 및 등산코스별 거리·난이도 확인 ▲ 등산 전 가벼운 스트레칭 ▲ 칼로리 소모에 대비한 충분한 수분섭취 및 비상식량 준비 등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고 당했을 경우에는 119에 바로 전화하고 휴대전화를 GPS 연결해 구조대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인포그래픽 = 정예은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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