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화재 사각지대' 원룸·주택…처벌조항 없는 소방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6년 화재 사망자 절반이 주택 거주

전문가 "정부 차원 지원·홍보 활동 절실"

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인데…기준이 왜 다른건가요."

화재로 회사원 딸을 잃은 김모씨(50·여)는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연신 "(딸이 살던 원룸에) 소방 시설도 제대로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6일 오전 2시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김씨의 딸 A씨(25)는 갑작스런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같은 층에 살고 있던 최모씨(50)의 방 멀티탭에서 시작된 불로 연기를 흡입, 병원 치료 중 결국 숨진 것이다.

김씨는 "사고 당일 딸이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는데 일이 바빠 읽어보지 못했다"며 "메시지를 빨리 읽고 전화라도 한 통 했다면 딸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딸이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보고 '우리 A가 제일 예쁘네'라는 말을 하고싶었다는 김씨는 "소방시설이 잘 갖춰졌다면 딸이 자다가도 대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A씨가 거주했던 원룸에는 소화기는 있었지만 단독경보기는 없었다. 소화기도 방마다 설치돼있지는 않았다. 잠자는 시간 덮쳐온 화재에 빨리 대피하지 못한 이유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아파트와 기숙사를 제외한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은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원룸이나 단독주택의 소방시설 설치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법은 '의무'를 말하고 있지만 정작 처벌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소화기는 구비돼있어도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제대로 설치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소방청이 지난해 실시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 파악 결과'에 따르면 전국 일반주택의 소화기 및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율은 29.53%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서울의 경우도 소방시설 설치율은 30.47%에 그쳤다.

법에 강제성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허점도 많다. 보통 아파트나 기숙사에는 방마다 소화기가 설치되지만 원룸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 시행령 제4조에 따르면 바닥면적이 33㎡(약 9.9평) 이하로 구획된 건물의 경우 방마다 소화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 9.9평 미만으로 지어지는 원룸이 여기 해당된다.

화재 안전 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원룸이나 주택이 많다보니 화재 피해도 막대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화재 사망자 중 주택 화재로 숨진 사망자의 비율은 49.35%로 거의 절반에 가까웠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원룸도 개인의 소유기 때문에 소방시설 설치를 강요만 할 수는 없다"면서도 "화재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금이나 홍보 활동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hanantway@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