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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TF초점] '출시 한 달' BAT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 시장 안착 고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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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 코리아가 지난달 13일 자사 첫 궐련형 전자담배인 '글로'를 출시한 가운데 세금 문제와 더불어 제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BAT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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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성로 기자]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이하 BAT) 코리아가 지난달 13일 야심 차게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의 기대감과 달리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필립모리스 '아이코스'에 이어 후발 주자로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진출했지만, 제품 디자인과 성능에 대한 불만과 정부 규제로 인해 출시 효과가 미비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국내 출시 후 한 달, 유저를 비롯해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의 시장 안착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글로는 출시 때부터 거론된 다소 투박한 디자인과 더불어 최근엔 디바이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잖게 들리고 있다.

글로는 본체와 홀더로 구분된 아이코스와 달리 일체형 구조이다. 디바이스에 전용 연초를 꽂아 흡연하는데 일부에선 기기 그립감이 좋지 않고, '휴대폰 보조 배터리를 피우는 것 같다'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일반 연초와 달리 전자담배는 비주얼적인 부분이 소비로 이어지는 경향이 짙다. 글로는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전자담배의 아이폰'이라 불리는 아이코스와 상반되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 'BAT 글로코리아' 자유게시판엔 제품에 대한 다양한 불만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디바이스 아래쪽에 있는 플라스틱 뚜껑에서 일어난다는 '백화현상'을 비롯해 전용 연초인 네오스틱이 제대로 가열되지 않으면서 연무량과 타격감이 덜 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백화현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한 유저는 "구매 후 2주간은 깨끗했는데 최근에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면봉에 물을 묻혀 열심히 닦으면 지워지는가 싶다가도 물기가 마르면 다시 원상복구된다. 찝찝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게시글엔 본인도 백화현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댓글이 이어지며 적지 않은 유저들이 같은 현상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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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인 'BAT 글로코리아'엔 백화현상을 비롯해 제품에 대한 불만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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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 관계자는 지난 19일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고객 센터에서 최대한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대처하고 있다"며 "백화현상 같은 경우는 배터리 쪽에 문제가 된 것 같은데 대부분 급속 충전을 한 디바이스에 이상 현상이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출시 때부터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설명할 때 급속 충전을 지양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연무량이나 타격감은 사용자의 흡연 습관이나 기기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기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급속 충전을 꼭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기로 인해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플라스틱이 녹아 내리는 상황까진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다소 찝찝할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인체에)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정부 규제 역시 글로의 시장 안착을 힘들게 하고 있다. 제품 출시와 함께 불거졌던 세금 인상 문제는 여전히 진행중이고, 최근엔 전용 스토어 간판까지 떼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여성가족부는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의 청소년유해물건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역시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된 기기의 제품명을 간판으로 내걸어도 되는지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청소년유해물건으로 지정된다면 전용 스토어 간판을 포함한 광고 활동은 제한되고 상표 면적의 10분의 1보다 큰 크기의 경고 문구도 의무로 삽입해야 한다.

현행법상,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용 연초만 규제를 받고 있고, 기기는 법테두리 밖에 있다. 기기를 청소년에게 팔아도 따로 처벌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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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 관계자는 '최대한 소비자 입장에서 불만 사항에 대해 대처하고 있다'며 '백화현상은 자사가 지양하라고 당부한 급속 충전으로 인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BAT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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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 코리아 관계자는 "현행법상 기기 같은 경우는 청소년에 판매를 해도 규제를 받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BAT 코리아는 엄격하게 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전용 스토어 출입 역시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고, 온라인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지 않다"며 "간판 문제 역시 법적인 해석의 여지가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BAT 코리아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세금이다. 글로 출시 불과 9일 뒤인 지난달 22일부터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과 관련한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이 시작했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여야 만장일치로 궐련형 전자담배 한 갑당 126원의 개별소비세를 594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후 여야가 형평성 문제를 두고 잠시 대립한 가운데 최근엔 기획재정부가 전자담배 한갑당 개별소비세를 일반 담배의 80% 수준(461원)으로 올리자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BAT 코리아 측은 글로 출시에 적지 않은 금액(약 1조7000억 원)이 들어간 만큼, 담뱃세가 인상된다면 전용 연초인 '네오스틱'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관계자 역시 세금 인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내부적으로도 가장 걱정하는 부분임을 인정했다.

업계 내에선 '글로'를 두고 우려의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선발 주자인 '아이코스'와 비교해 출시 효과가 크지 않고, 소비자 반응도 상대적으로 조용하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기존에 있던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에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디바이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출시 초기이긴 하지만, 사실 냉정하게 말해 업계 내에서 글로가 고전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디자인 쪽에서 아이코스에 확연히 밀리는 상황인 것 같다. 업계나 소비자들 반응 역시 크지 않은 분위기다"라고 밝혔다.

이어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에 없던 새로운 영역이다. 현재 세금 문제가 화두인데 증세라기보단 정상화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같은 업계로서 세금 인상이 반갑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BAT 코리아는 글로의 시장 안착을 낙관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판매량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편의점에서도 글로 기기를 판매하고 있고, 내년 이른 상반기에는 판매망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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