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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MBC 경영자료 내놓으라는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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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방송통신위원회가 MBC의 최대 주주이자 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해 2012년 이후 5년간 운영 현황을 담은 서류와 이사회 회의록, MBC 임원 급여와 직원 성과급 배분 내역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정부가 역대 처음으로 방문진에 대해 사실상 경영 감사를 벌이겠다는 것으로 방송 독립성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난달 25일 의원 워크숍을 앞두고 만든 내부 문건대로 방통위가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통위는 22일 "MBC 노조 파업으로 방송 파행을 겪고 있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MBC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 사무 전반에 대한 검사·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날 공문을 통해 지난 5년간 방문진 이사회 회의록 전체와 사장 추천과 해임 관련 자료, 방문진과 MBC 간에 오간 문서 일체 등을 오는 29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감독관청으로서 방문진이 MBC에 대한 관리·감독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보기 위해 자료를 요청했다"며 "필요하면 현장 실태 점검도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방문진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방문진 사무처 관계자는 "1988년 방문진이 설립된 이후 30년 동안 정부에 이런 유의 자료를 제출한 적은 없다"면서 "이는 독립적이고 독자적으로 MBC를 관리·감독하기 위해 설립된 방문진의 입법 취지에 위배된다"고 했다.

방통위가 요구한 문서 규모와 범위가 방대해 전 정부에서 임명된 경영진의 과실과 비리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이른바 '방송 장악 문건'에도 "방통위의 관리·감독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사장(경영진)의 비리(공금 사적 유용) 등 부정·불법적 행위 실태를 엄중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도 그동안 수시로 "MBC·KBS 같은 공영방송에 대한 방송 감독권을 통해 방송의 공적 책임과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 행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이번 자료 요구도 이 위원장이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역대 어느 정부도 시도한 적 없는 월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방문진)는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를 받았지만 방통위로부터 직접적인 경영 감독은 받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방송의 독립성을 이야기하는 현 정부에서 방송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할 수 있는 조치가 벌어진 것은 난센스"라며 "정부가 방문진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방통위 고위 관계자도 "지난 2002년 법제처에서 '방통위(당시 방송위원회)가 방문진에 대한 감독 권한이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역대 정부에서는 감독 대상이 언론기관이라는 점 때문에 실제로 감독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면서 "방문진을 독립기구로 설립한 취지상 정부의 감독 권한이 없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과기방송통신위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방통위의 방문진에 대한 자료 제출 목록을 보면 방문진에 대한 자료 요구인지 MBC에 대한 자료 요구인지 구분이 불가능하다"며 "초법적 자료 요구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신동흔 기자(dhs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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