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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자영업 대출 521조 위험수위 … 가게 목 안 좋으면 돈줄 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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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집계, 한은보다 41조 많아

경쟁 심한 업종 등 대출 관리 강화

임대업 대출은 원금분할상환 도입

내달 발표 가계부채 대책에 담기로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520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확한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2일 KAIST 경영대학이 주최한 ‘21세기 금융비전포럼’ 강연에서 이러한 내용을 소개했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개인사업자의 금융권 대출 규모를 480조2000억원(지난해 말 기준)으로 추산했는데,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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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대출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생계형과 일반형은 연 소득과 자산 기준에 따라 구분되는데, 생계형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38조6000억원, 일반형은 178조원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일정 수 이상 종사자를 고용한 기업형 자영업자 대출이 164조1000억원, 부동산임대업 같은 투자형 자영업자 대출이 140조4000억원이다. 생계형과 일반형 대출은 7등급 이하 저신용 대출자 비중이 각각 13.8%와 10.1%로 높게 나타났다. 기업형 대출(4%)과 투자형 대출(1.7%)은 대출자 중 저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았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중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자영업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담아 발표한다. ‘치킨 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자영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대출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서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자영업자 특화 여신심사 모형을 구축해 차주의 업종과 상권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지금은 은행이 자영업자에게 대출해줄 때 대출자의 연체 이력과 연간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심사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 정보를 여신심사 단계에서 활용한다. 가게를 내는 상권이 어딘지, 그 지역에서 해당 업종의 과밀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반영해 대출 조건에 반영한다. 따라서 상권분석 결과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은행이 대출한도를 줄이거나 대출금리를 올리게 된다.

김 부위원장은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에 대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임대업자 대출에도 원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는 원금 분할상환을 적용토록 한다는 뜻이다. 단, 나눠 갚는 원금 비율은 차주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 준비를 위해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늘리면서 부동산 입대업자 대출은 2013~2015년 연평균 23% 증가했다. 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부동산 임대업자는 자산가가 많아 연체율은 다른 업종보다 낮다(0.13%). 대신 건당 평균금액이 4억5100만원으로 모든 업종 중 가장 많다. 그만큼 부동산 경기나 금리 변동에 취약하다.

따라서 원금을 분할 상환토록 하는 간접 규제를 통해 임대업자 대출을 관리해 나간다는 게 금융당국 계획이다. 그동안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원금 분할상환이 의무화됐지만 사업자 대출엔 제한이 없었다.

부동산 임대업자 대출 규제 강화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타격을 줄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주택담보대출을 조이자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반사 이익을 봐왔다. 지난 18~19일 실시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단지 내 상가 입찰에서 신규 분양물량 51개 점포가 평균 175%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보이며 모두 팔릴 정도였다.

하지만 임대업자에 대한 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오피스텔·다가구주택·상가 등을 임대하려는 투자 수요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수익형 부동산 수익률은 연 5~6%대인데, 이자에다 원금까지 갚고 나면 손에 들어오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대출만 믿고 여러 점포를 매입하는 식의 무리한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적지 않았다”며 “시장이 영향을 받겠지만 한편으론 투자 건전성은 좋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나친 대출에 따른 수익형 부동산 투자 거품이 일부 빠질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는 자기자본 비중을 높이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안장원·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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