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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어른들 보고 배우는 아기들, 끈기도 배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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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생후 15개월된 아기들이 음악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습. 어른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본 아기들의 경우 음악을 듣기 위해 버튼을 더 많이 누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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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미국 스탠포드대의 심리학자인 앨버트 반두라 교수는 유명한 '보보인형' 실험을 진행했다. 보보인형을 때리는 어른들을 본 3~6세의 아이들은 홀로 방에 남겨졌을 때 어른들이 보였던 폭력적인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최근 미국 연구진은 생후 15개월 된 아기들 역시 자신들이 본 어른의 행동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번엔 폭력적인 성향처럼 나쁜 행동이 아니었다. '인내'와 '끈기'였다.

줄리아 레오나르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인지뇌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노력하는 어른을 본 생후 15개월 된 아기들의 인내와 끈기력이 향상된 것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1일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생후 15개월 된 아기 102명을 34명씩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연구자는 첫 번째 그룹의 아기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고 인사한 뒤 장난감이 들어있는 박스를 보여줬다. 연구진은 "여기에 뭐가 들었을까? 내가 꺼내볼게"라고 말을 한 뒤 30초 동안 작은 박스에서 장난감을 꺼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쉽게 꺼낼 수 있지만 아기들에게 궁리하고 계속해서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박스를 요리조리 뜯어보며 "어떻게 이 장난감을 꺼낼 수 있을까?"라는 말을 통해 아기에게 박스를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두번째 그룹의 아기에게는 장난감을 박스에서 노력 없이 손쉽게 꺼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번째 그룹의 아기들에게는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후 연구진은 각 그룹의 아기들에게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장난감을 보여줬다. 작동법을 가르쳐 준 뒤 아기 손에 쥐어주고 버튼을 누르는 횟수를 관찰했다. 실은 이 장난감은 큰 버튼을 눌러도 음악은 나오지 않았다. 어른들만 누를 수 있는 작은 버튼을 눌러야만 음악이 흘러나온다. 장난감을 받은 아기들은 버튼을 눌러 음악을 들으려 하지만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끈기와 인내를 갖고 있는 아기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 더 많은 시도를 하게 된다. 버튼을 더 많이 누르는 것이다. 아무리 눌러도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한 뒤에야 아기들은 장난감을 손에서 놓거나 옆에 있던 엄마에게 건넨다.

세 그룹 중 음악을 듣기 위해 버튼을 누른 횟수가 가장 많은 그룹은 단연 첫번째 그룹이었다. 연구진은 "어른들이 장난감을 꺼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본 아기들의 끈기와 인내심이 다른 그룹보다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첫번째 그룹의 아기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 버튼을 약 40여차례 이상 눌렀으며 가장 많은 시도를 한 횟수는 무려 80회까지 나왔다. 노력 없이 장난감을 차지한 어른의 모습을 본 아기의 경우 버튼을 누른 횟수는 30회 미만이었다. 실험을 반복해도 노력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본 아기들의 끈기력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스에서 장난감을 꺼내는 것 외에, 열쇠고리에서 장난감을 분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본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진은 "어른들의 행동을 지켜보게 하는 것이 아기들에게 인내와 끈기를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순 없다"면서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기들 역시 이를 따라서 열심히 하는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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