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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상한 책을 보았다]핫한 힙합의 세계로 아이들 초대…“달리고/날뛰-고/돌리고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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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GO뭉치

J1(제이원) 지음 |창비 | 156쪽 | 1만2000원

경향신문

겸손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예의를 교육받으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힙합은 천하의 막돼먹은 음악일 테다. 있는 대로 자랑하고, 내키는 대로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과격한 표현까지 동원하는 음악이 힙합이다. 심지어 어른들에게 인사 잘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부모님 말씀 잘 들어야 할 초등학생에게 힙합을 가르친다고 하면 쌍지팡이 짚고 말릴 사람도 있을 듯하다.

그런데 <4GO뭉치>는 ‘초등 중학년’ 이상의 독자들에게 힙합의 매력을 알리겠다는 책이다. 그래서 ‘이상한 책’이다. 아이들이 힙합을 알아서 무엇이 좋다는 걸까.

<4GO뭉치>는 주인공 ‘한눈팔기’를 중심으로 박치기, 말더듬이, 아이씨 등 4명의 아이들이 힙합 크루를 만들고 공연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크루’란 “여러 친구들이 힙합을 위해 만든 집단”이다. <4GO뭉치>는 이처럼 ‘라임’ ‘플로’ ‘프리스타일’ ‘스왜그’ 같은 힙합 용어들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아이들에게 힙합은 무엇보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독창적으로 표현하게 돕는 수단이다. 세상을 구하겠다거나 기존 체제에 저항하라는 거창한 주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꿈이어도, 과장이어도 된다. 심지어 단순한 말장난도 괜찮다. 랩에서 중요한 것은 “끝내주는 이야기를 얼마나 끝내주게 들려줄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힙합은 그렇게 자기표현을 부추기고, 가사를 써나가는 과정에서 더 재미있는 생각을 하도록 돕는다.

힙합은 솔직함이 생명이다. 가사를 쓰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고민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사람들과 많이 대화하고, 세상 소식에 귀를 기울일 때 랩도 강해진다. 아이들은 랩 가사를 쓰면서 가슴이 뻥 뚫리는 경험을 한다. 물론 힙합은 가사를 넘어 음악이기도 하다. 독창적인 방식으로 만들어낸 리듬을 들을 때 아이들은 “몸에 있는 구멍 전체로 음악이 스며”드는 경험을 한다. 모든 좋은 음악이 그렇듯, 힙합도 아이들의 감각을 활짝 열어준다.

초등학생들이 힙합을 하면 얼마나 할까. 생각해보니 얼마 전 끝난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6>에도 초등학생 조우찬이 나왔다. 조우찬은 예상을 깨고 쟁쟁한 현역 래퍼들을 제치며 준결승 무대까지 진출했다. 랩 실력이나 가사의 구성 역시 기존 성인 래퍼들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지금은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된 지드래곤도 초등학생 때 이미 녹음을 했다.

<4GO뭉치>에는 라임에 맞춰 지은 랩 가사들이 수록됐다. 비트, 라임, 음길이, 쉼표 등을 표시해 따라할 수 있게 했다. “어려운 사람/도우라 그래서/심심하다는/친구와 놀아/줬더니 하는/말/정신 차려/말 좀 들어/거짓말 절대/말라 그래서/용기 내 내 맘/솔직히 말/했더니 하는/말 정신 차려/말 좀 들어/그럴 거면/아무 말 말아/말 듣다/말라 죽겠어”

이쯤 되면 초등학생 래퍼가 이 랩을 실연한 음악을 듣고 싶어지지만, 출판사는 <4GO뭉치>를 종이책으로 한정지은 것 같아 아쉽다. 독자가 직접 해보는 수밖에. “쿵따라/끼긱-기/철그락처/얼-커억/달리고/날뛰-고/돌리고 날/갯-짓”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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