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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과거의 발언'으로 최강희 감독 '폭탄발언' 해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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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최강희 감독의 폭탄발언이 K리그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예상되는 발언이다. (전북현대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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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아무리 고된 일이 겹쳐도 특유의 유쾌한 언변으로 속마음을 감춰왔던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이 의미심장한 발언을 던져 K리그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규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팀의 감독이 돌연 "나의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된다"고 전했다. 이후 추가설명이 없이 "(구체적인 이야기는)시기를 봐서 해야 할 것 같다"고만 덧붙여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K리그 클래식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북의 최강희 감독이 지난 20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상주상무와의 30라운드 홈 경기를 마친 뒤 공식회견에서 자신의 거취를 암시하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날 전북은 정혁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1-2로 역전패했다.

전북(승점 60)이 상대전적에서 10승3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던 상주에게 패할 것이라는 전망은 흔치 않았다. 이날 패배로 최강희 감독의 개인통산 200승은 무산됐고, 수원을 꺾은 2위 제주(승점 57)와의 격차도 3점으로 좁혀지게 됐으니 여러모로 씁쓸한 결과였다.

가뜩이나 충격적인 패배였는데 더 큰 충격은 이후 최강희 감독의 발언이었다. 최 감독은 "오늘 (개인통산)200승을 달성하고 말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올 시즌 나의 거취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한다"면서 "우승 윤곽이 드러나면 이야기하려했는데, 다시 한 번 정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선수들의 정신무장을 위한 '충격요법' 정도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석하기에는 너무도 공적인 자리였다.

구단 관계자들은 "거취에 대한 것은 전혀 들은 적이 없다"고 이구동성이다. 실제 최강희 감독은 전북 구단과 2020년까지 계약이 체결돼 있다. 그러나 '진지한 고민'이랄지 '우승 윤곽이 드러나면 전하려던 이야기' '시기를 봐서 다시 이야기할 것' 등을 종합할 때 즉흥적인 발언이라기 보단 꾸준한 고민 속에서 나온 생각일 공산이 크다.

휴식을 취할지 다른 도전을 생각할 것인지는 속단하기 힘드나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예상된다.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강희대제' 같은 승부사 최강희 감독도,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도 모두 지쳤다는 사실이다. 돌아보면 과거의 발언 속에서도 그런 아픔이 담겨 있었다.

"두려운 것은 내가 흔들리는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날카로운 바늘로 나 자신을 계속해서 찌르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2015년 12월 말 최강희 감독이 전한 말이다. K리그 2연패에 성공하고, 2016년을 준비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 전지훈련을 앞두고 있을 때다. 리그 3연패와 ACL 우승이라는 커다란 열매를 위해 의욕적으로 몸과 마음을 무장해야할 때, 최 감독은 근본적인 화두와 싸우고 있었다. 정상에 올라야한다는 부담의 문제는 아니었다.

최 감독은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는데, 환경이 그리 되고 있다.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공짜는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전북이 우승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는 암묵적 공감대가 깔리기 시작했고, 정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곱절의 노력이 필요한데 내부 구성원들만 공허하게 땀을 흘리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감으로 들었다는 뜻이다.

사실 전북에서 이룰 것을 대부분 이뤘다. 2007년 여름부터 전북의 지휘봉을 잡고 ACL 우승 2회(2006, 2016)에 K리그 우승 4회(2009, 2011, 2014, 2015)다. 2017시즌을 앞두고 최강희 감독은 "올해는 절대적으로 좋은 축구를 펼쳐야한다. 정규리그 우승보다 그게 더 중요한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추상적인 지향점을 말해야할 정도로 자기와의 싸움이 더 힘들어졌다. 이미 자기 자신과는 다음 계획을 세워놓았는지도 모른다.

상징적 지점인 개인 200승과 함께 입장을 밝히려 했을 공산이 크다. 공표 시점은 늦춰졌지만, 올 시즌 이후 '변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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