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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개고기 합법화하라” vs “개 좀 살려주세요”···광화문에 울려퍼진 두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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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식용 농가는 살고 싶다. 개고기를 합법화하라.” “개고기 반대한다. 우리 함께 살립시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는 개식용 문제를 두고 서로 다른 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편에서는 개식용 종식에 반대하는 대한육견협회 회원 500여명(주최 측 추산)이 ‘개식용 금지의 입법 반대’ 집회를 열였다. 다른 쪽에서는 동물호보단체 회원 30여명이 이에 반대하는 팻말 시위를 하며 집회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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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견협회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이날 집회에 식용견으로 길러진 개 9마리를 트럭 3대에 각 3마리씩 싣고 나타났다. 개들이 실린 트럭에는 ‘정부는 식용견 농가 말살정책 즉각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이 붙었다. 김상영 육견협회 회장은 “식용으로 먹는 개와 집에서 키우는 개는 완전히 다른 종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개를 데려왔다”면서 “농가에서 기르는 개는 대부분 잡종견으로 250여종 가운데 2~3종에 한정된다. 이를 식용견으로 지정해 달라”고 했다.

동물보호단체 회원인 한 여성은 개가 실린 트럭 주변에서 눈물을 흘리며 10여분간 “개 좀 살려주세요”를 외치다 탈진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개는 축산법에선 분명히 가축으로 분류돼 있으나 식품가공법에선 빠져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개고기가 현재 합법도 불법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돼 개식용 농가와 동물보호단체가 수십년을 대립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식육견과 애완견을 분리하는 등 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며 “그래야 개 농가도 살고 개를 키우는 사람들도 더 이상 개식용 반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육견협회 회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개식용을 불법화해 개사육 농가를 궤멸하고 선량한 농민을 궤멸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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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집회 현장을 찾은 박소연 동물보호단체 케어 대표는 “지금은 개식용 합법화가 아닌 불법화를 요구해야 할 때”라며 “개식용을 끝내기 위해 정부는 식용견 농가에 전업 지원 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집회 현장에 동물을 좁은 우리에 동원하는 것은 명백한 동물 학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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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견협회 회원들이 집회를 진행하는 동안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은 집회 장소 주변에서 ‘우리 함께 살립시다’ ‘개고기 반대’ 등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묵언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또 일부 회원들은 개들이 실린 트럭과 집회 모습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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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동물보호단체 및 수의사단체 24개가 참여하는 동물유관단체협의회(동단협)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한육견협회의 개식용 합법화 집회 및 도로 행진을 비판했다.

동단협은 “개식용은 새로운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마땅한 또 하나의 적폐인데 광화문 광장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개식용 집회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육견협회가 계획 중인 집회는 동물학대 집회로 자신들이 동물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유린하고 있는지 시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육견협회는 오후 3시부터 세종로공원에서 출발해 청와대 사랑채 앞을 지나는 길로 행진을 진행했다. 육견협회는 지난 7월6일에도 서울 종로구 보신각 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생존권 보장을 요구한 바 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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