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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42년 만에 법원 떠나는 양승태 대법원장…"사법부 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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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퇴임식 내내 밝은 표정…"고목 같은 법관 된다면 영광"]

머니투데이

양승태 대법원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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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69·사법연수원 2기)이 22일 퇴임식을 끝으로 42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쳤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했다. 13명의 대법관들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전국 각급 법원 법관들과 관계자 600여명이 자리를 메웠다.

양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 사법부 독립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재판 결과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기만 하면 극언을 마다 않는 도를 넘은 비난이 다반사로 일고 있고 폭력에 가까운 집단적인 공격조차 빈발하고 있다"며 "이는 사법부가 당면한 큰 위기이자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의 기본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사람을 우리 편 아니면 상대편으로 일률적으로 줄 세워 재단하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만연하고, 자신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강변하면서 다른 쪽의 논리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진영논리의 병폐가 사회 곳곳을 물들였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오랜 역사적 교훈을 통해 이룩한 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거나 정치적인 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루어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양 대법원장은 특히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법관독립의 원칙은 법관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며 "법관독립의 원칙은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제도로서 법관에게는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재판의 독립을 지켜야 할 헌법적인 의무와 책임이 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한 그루 늙은 나무도/ 고목 소리 들으려면/ 속은 으레껏 썩고/ 곧은 가지들은 다 부러져야/ 그 물론 굽은 등걸에/ 매 맞은 자국들도 남아 있어야'라는 무산 조오현 스님의 시 구절을 인용해 "제가 그저 오래된 법관에 그치지 않고 온 몸과 마음이 상처에 싸여있는 고목 같은 법관이 될 수 있다면 더 없는 영광과 행복으로 여기겠다"고 말했다.

퇴임사 뒤에는 감사패 전달과 꽃다발 전달 등의 식순이 진행됐다. 선임 대법관인 김용덕 대법관이 대표로 감사패를 전달했다. 양 대법원장의 두 딸이 꽃다발을 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시종일관 담담하고도 밝은 표정이었다. 퇴임식이 끝난 뒤에는 단상을 내려와 일일이 지인들과 악수를 나눴다.

양 대법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경남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1975년 11월 법관으로 임용된 뒤 법원행정처 차장, 특허법원장, 대법관 등을 역임했다. 2011년 9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 취임한 그는 오는 24일을 끝으로 법복을 벗는다. 퇴임일이 주말과 겹쳐 퇴임식이 조금 이르게 진행됐다.

양 대법원장은 재임기간 평생법관제를 도입해 재판 질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2심 선고 생중계 도입을 통해 사법부와 국민간 소통을 강화한 것도 성과다. 그러나 올초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서 드러났듯 사법부를 관료화시켰다는 비판도 있다.

한편 전날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김명수 차기 대법원장은 이르면 25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임기를 시작한다.

백인성(변호사) ,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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