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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1인방송 명과 암] ② 방통위도 못 막는다? 날뛰는 1인 방송자 위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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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유튜브 채널에서 영구 정지 처분을 받은 유튜버 '신태일'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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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나 혼자’ 하는 것들이 늘었다. 혼밥, 1인 가구 등 혼족을 위한 맞춤형 상품과 앱 들이 봇물 터지는 가운데 방송마저도 혼자 한단다. 초창기만 해도 ‘저게 되겠냐’는 말이 많았다. 한정적 이용 대상과 음성 위주 전달방식으로 단순 자아표출, 간단한 정보소통 위주가 되며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됐기 때문. 그러나 1인 방송은 성장하기 바쁘다. 삼성, CJ 등 대기업도 1인 방송에 눈을 돌려 시장을 키우고 있다. 다양한 그림, 출연진의 어느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며 최소 60명 이상의 스태프들을 동원하는 TV 프로그램들이 무색해질 정도다. 그러나 발빠른 성장과 더불어 플랫폼 초기부터 발생했던 유해성 논란 역시 커져가고 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결국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볼수록 빠져든다는 1인 방송의 세계. 명과 암을 들여다본다.-편집자주

“이걸 그냥 볼 수 있는 거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초등학생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영상은 초등학생들이 즐겨하는 게임에 대한 것이었지만 간간이 들리는 욕설이 귀를 거슬리게 했다. 호기심이 일어 물었더니 스스럼없이 “볼 수 있다”고 답한다. 욕설이 나오는 게 싫지 않냐는 질문에 뜨악한 답변이 돌아왔다. “친구들도 다 보는데요? 요즘 유행이에요.”

요즘 1인 방송은 참 다양하다. 4살 아이도 스마트폰 조작을 하게 한다는 키즈 방송부터 패션, 뷰티, 게임 등 대중의 구미를 당기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 한참 유행인 “이거 실화냐”는 유행어는 다이아티비 소속 크리에이터 보겸에게서 탄생하기까지 했다. 재미는 물론이고 유익하기까지 한 프로그램도 있지만 정반대의 길을 걷는 프로그램도 있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부모와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패드립(패륜과 애드리브의 합성어)’이 난무하고, ‘PC방에서 몰래 컴퓨터 끄고 도망가기’ ‘지하철에서 라면 먹기’ ‘미성년자에게 피임도구 나눠주기’ 등 별별 엽기적인 행각들이 펼쳐지는 프로그램들이 계속 성장해나가는 1인 방송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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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BJ를 살해협박한 BJ '김윤태'가 경찰서에서 귀가하는 길 방송한 영상=캡처


■ 소변 락스 마시기, 살해 협박까지…무법·무개념 지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월 초 ‘전국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행태’를 조사한 결과 10대의 10명 중 9명은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했다. 또 4명 중 1명은 아프리카TV나 유튜브를 활용해 개인방송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1인 방송들 중에는 심각할 정도로 유해한 콘텐츠들이 난무한다. 최근 엽기 방송 대표주자로 꼽히던 1인 방송인 ‘신태일’은 아프리카TV에 이어 유튜브에서도 영구 정지 처분을 받았다. 신태일은 ‘알바생에 전화해 욕하기’ ‘주유소에서 10원어치 주유해달라고 하기’ ‘락스 마시기’ 등 자극적 영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자신의 소변을 마시는 영상을 올린 뒤 영구정지처분을 받았다. 인기 온라인 게임 방송을 주 콘텐츠로 하던 갓건배는 여성 혐오를 미러링하겠다며 “남자는 키가 작으면 저게 남자인가 싶다. 어디 뭐 아픈 애인가 싶다” “옛날 6·25 전쟁 때 다리가 잘린 건가 싶다”는 등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영구정지처분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10일에는 한 남성 BJ가 여성 BJ를 살해하겠다며 이를 생방송으로 진행해 논란을 빚었다. ‘김윤태’라는 아이디를 사용한 이 남성 BJ는 여성 BJ A씨를 살해하겠다면서 “A씨 집 주소를 찾았다”고 공개하고, 차를 타고 직접 해당 주소로 찾아가는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무엇보다 방송 중 “혹시 모르니까 도망가려면 가라. 실제로 나를 만나면 죽을 수도 있다. 그 주소에 A가 살지 않아도 여성이라면 목 졸라 죽이겠다” 등 위협을 계속했고 이를 지켜보던 네티즌들이 신고하면서 ‘김윤태’는 경찰에 체포됐다. 하지만 그는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행위만 적용, 범칙금 5만원 통고처분을 받고 귀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형사과로 넘기기에는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시 영상을 지켜보던 네티즌들이 신고를 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던 ‘김윤태’는 경찰서에서 귀가하는 영상까지 생중계하며 몰상식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느끼게 했다.

이밖에 성기 노출, 음란적 내용 등이 1인 방송 플랫폼을 타고 무분별하게 네티즌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렇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을 내보낼까. 수익 때문이다. 이미 주요 콘텐츠들은 자리잡은 선두주자들이 있고, 경쟁자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좀 더 차별화되고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특정 콘텐츠를 찾으려다 보니 점점 더 엽기적이고 비도덕적인 방송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한 1인 방송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들어본 별풍선으로 설명하면 쉬울 것 같다. 아프리카TV는 유료아이템인 별풍선이 BJ들의 수익이다. 별풍선은 1개당 100원으로 네티즌들이 사는 가격은 부가세가 붙어 110원, BJ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60~80원 정도다”면서 “이것이 쌓이고 쌓여 BJ 월급이 되고 연봉이 된다. BJ 케이가 얼마 전 별풍선을 환전해 3억 가량의 스포츠카를 뽑아 화제가 되지 않았나. 지난해 1년간 누적 수익 1위 BJ가 벌어들인 금액은 7억여 원이다. 1~20위까지 모두 연봉 3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유명세를 타고 인기를 얻기만 하면 돈이 모여드는 데 못할 게 없다. 별다른 제재도 없는 상황에서 수익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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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갓건배2' 캡처


■ 방통위 "국회서 법 만들어야"…국회 "강력 규제 필요성 공감"

고수익 창출에 콘텐츠만 있다면 큰 돈 들이지 않고 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특히 업계 관계자가 밝혔듯 ‘별다른 제재’가 없다는 것이 고수익을 위한 무개념, 범법 방송에 불을 지핀다. 무엇보다 최근 영구 정지 처분을 받은 신태일이나 갓건배는 또다른 플랫폼에서 같은 콘텐츠를 이어갈 수 있다. 이 점이 1인 방송 미디어의 맹점으로 꼽힌다. 갓건배는 지난 3월 게임 전문방송 플랫폼 ‘트위치’로부터 혐오방송이라는 이유로 영구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유튜브로 활동 영역을 옮긴 갓건배는 이번 영구정지처분을 받고도 하루만에 같은 플랫폼에 ‘갓 건배2’라는 채널을 만들었다. 신태일 역시 여러 차례 플랫폼을 옮겨왔던 상황이다. 이번 영구 정지 처분에도 신태일은 ‘푸워유튜브’라는 유튜브 채널의 방송을 통해 “계정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가게를 차리거나 다른 플랫폼에서 다시 방송을 재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처럼 영구정지처분을 받은 1인방송 크리에이터들이 다시는 방송활동을 할 수 없게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신고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접수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지난 7일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와 관계 부처 간 간담회’에서 “개인 인터넷 방송 1인 방송인(BJ)들의 선정적인 방송과 막말, 욕설 들이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1인 방송에서 욕설이나 기행을 일삼아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법의 제도를 개선해 인터넷에서도 유해성을 판단하고 제재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방통위 단속만으로는 영상물 단속에 한계가 있으므로 사업자와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다음, 구글, 페이스북 등 국내외 주요 포털사업자들에게 당부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는 부분이다. 예전부터 신고도 많이 들어왔지만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위원장이)포털, 1인 방송 플랫폼 등에 자율규제를 요청한 것이다. 현상황으로는 자율규제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신태일’이나 ‘갓건배’ 같은 경우도 같은 정보 콘텐츠라도 다른 주소로 나타나면 다른 콘텐츠로 본다. 이를 원천 차단할 방법은 수사기관에서 접근할 문제지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우리는 콘텐트적 문제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신고가 들어오거나 유해성 높은 콘텐츠라고 판단될 경우에 내부적 기준에 맞춰 규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이같은 유해성 콘텐츠를 강제할만한 조항이 없기에 전적이 있는 인물이나 사전 콘텐츠 심의는 할 수 없다. 다만 ‘콘텐츠’가 등장한 후 규정을 위반하고 논란이 될 만한 부분들을 판단해 삭제하고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줘야 가능하다. 신고가 들어오면 권고를 할 수 있는 정도라 내부적 한계가 있다”고 성토했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1인 방송 규제 문제점들이 불거졌다. 당시 국정감사를 통해 인터넷 방송사들이 BJ의 음란.폭력 방송을 알고도 이를 중지시키지 않을 경우 해당 방송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그러나 이 법안은 홀연히 사라졌고 대신 지난 8월 30일, 국토교통위원회 자유한국당 박맹우 의원이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를 현행법상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해 현행 신고제를 등록제로 변경하고, 사업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내용의 방송 및 정보 등은 삭제 또는 유통을 차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제 발의가 됐으니 확정이 되기까지는 기약이 없다.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기한이나 구체적 계획은 없다. 사회적 공감이나 이슈를 얻지 못해 국회에 ‘잠자는 법안’이 많은 만큼 이 법안 역시 기약이 없는 것이 국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주요 내용은 신고제를 등록제로 변경한다는 정도다. 국회 내에서 1인 방송 문제점에 대한 더 구체적 법안을 마련할 계획은 없는 걸까.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정재 의원 측은 기자와 통화에서 “1인 방송 문제점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면서 “현재 발의된 법안이 1인 방송 활성화와 다양성이란 방안으로 보면 역행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폐해가 큰 상황이기에 더 강력한 규제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보다 구체적이고 강력한 법이 체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인 방송 콘텐츠는 사후규제를 받을 수밖에 상황이라 자율규제 안에서 책임감이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자율규제에 한계가 있는 것이 여실히 보여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규제 수위를 강화하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제재를 받아도 반복되는 상황에 관해선 온라인 세상에도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국정감사 때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짚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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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TV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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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 수익 …남은 과제 산적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유해성 논란 외에도 저작권 문제와 수익 문제 등도 업계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 채널이야 저작권 문제가 선해결되지만 일반인 크리에이터가 진행하는 리뷰, 음원, 영상 등은 저작권 문제가 다반사다.

실제 소송으로도 번진 경우도 있다. 한국음반산업협회는 아프리카TV가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의 음원 사용 보상금을 누락했다며 2015년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보상금 담당이 독단적 업무상 배임행위로 아프리카TV에 유리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법원은 한국음반산업협회가 아프리카TV를 상대로 낸 32억원대 1심 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아프리카TV는 ‘양사 계약에 근거해 이미 적법하게 정산이 끝난 건’이라며 “음산협이 제기한 소송은 양사가 사용료 협의를 마친 것을 부정하고 일방적으로 보상금을 요구하는 부당한 압박이었다. 이번 사법부의 판결로 정당하게 음원을 사용하는 BJ들의 권리가 더 이상 침해 받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앞서 사회적 논란으로 야기된 크리에이터의 자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참신한 콘텐츠에 대해서만이라도 수익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MCN 채널 한 관계자는 “일부 스타급 크리에이터를 제외하고는 수입이 미미하거나 없는 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극단적 노이즈 마케팅이 넘쳐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마땅한 수익구조가 없는 상황에서 콘텐츠 품질 저하는 당연하고, 이러한 콘텐츠들이 MCN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며 “대기업이나 정부까지 참여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입증된 MCN이 더욱 견고한 입지와 성장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크리에이터로 활약할 수 있는 기반조성 및 체계적 교육제도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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