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Why 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형사처벌 가능할까?

댓글 2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이 전 대통령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9월 19일 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고, 지난 18일 블랙리스트 피해자 조사를 받은 배우 문성근씨와 김미화씨 등도 민사·형사 고소를 예고하고 있다.

법조계의 의견은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견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체적인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처벌이 쉽지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형사처벌 가능할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노컷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나?

= 그렇다. 서울중앙지검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한 사건을 공안2부에 배당했다. 그동안 민감한 고소 고발사건들을 형사부에 배당해서 시간을 끌던 이전 정부와는 다른 모습이다.

또 배우 문성근씨와 개그우먼 김미화씨 등도 곧 고소장을 제출할 것으로 보여 수사대상 사건이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어떤 혐의에 대해 수사를 하나?

= 일단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고발한 사건을 중심으로 수사를 하게 될 것이다.

고소·고발된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포함해 국정원의 민병환 전 2차장,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과 산하에서 실제 문건을 작성한 추명호 팀장 외 국정원 직원과 심리전단 사이버외곽팀 관여자, 어버이연합 관련자까지 문건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11명이다.

이들의 혐의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그리고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직권남용)과 공무집행방해 등이다.

박 시장은 "이 전 대통령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국가 근간을 흔들고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했다"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고소이유를 밝혔다.

앞서 국정원도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과거 국정원이 박 시장 견제 방안을 담은 문건을 만들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실행에 옮긴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수사대상은 원 전 원장과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었다.

여기에 BBK문제와 4대강 문제, 자원외교 문제 등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노컷뉴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이명박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서게될까?

=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지만 이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서게 되는 시기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법정구속됐고,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도 구속됐다. 이종명 3차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다른 고발자들에 대한 수사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또 '박원순 제압문건' 외에도 광범위한 블랙리스트 문제와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에 이르기까지 수사대상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포토라인에 서는 시기가 임박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서울지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시간이 한참 걸릴 것"이라면서 "국정원 문건만으로 전직 대통령까지 연결하려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률적으로는 가능해도 정치적인 부담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이 아무리 적폐청산이라고 해도 야당에서는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컷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사처벌은 가능한가?

= 아직 본격수사에 들어간 건 아니어서 단정적으로 된다. 안 된다고 말하기는 성급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특수통 출신의 전·현직 검찰관계자 10여명에게 사법처리 가능성 여부에 대해 확인을 했더니 처벌이 가능하다는 쪽이 우세하긴 했지만 쉽지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검찰내부에서는 '처벌 가능하다'는 의견과 수사를 해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고검장급 고위간부는 "블랙리스트건 화이트리스트건 단발성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보고했다는 건 대통령이 그런 사실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이라면서 "수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원세훈 전 원장과 공범으로 처벌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지검의 한 핵심관계자는 "형사처벌 가능성을 얘기하기는 성급하다"면서 "수사는 해와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검찰의 다른 중견간부는 "형사처벌 여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진술과 당시 청와대 핵심참모들의 진술에 달렸다"면서 "검찰에서는 그동안 드러난 사실을 바탕으로 수사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컷뉴스

박영수 특별검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의견도 들어봤나?

=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도 신중론이 나온다. 특검의 핵심관계자는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와 구조는 비슷해 보인다"면서도 "이명박 정부는 국정원이 주도한 반면에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와대 비서실이 주도했으니까 결이 좀 달라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원세훈 국정원장이 핵심역할을 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모든걸 주도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국정원은 지휘체계랑 보고체계가 갖춰진 조직이지만 청와대는 비서실장이 아닌 대통령이 정점이라는 점에서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특수통 검사출신의 변호사들도 입장이 엇갈렸다. 수사는 생물이어서 해봐야 한다는 의견과 원세훈과 공범관계이므로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 그리고 이미 세월이 지난 사건이므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국한해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이었다.

▶ 수사가 생물이어서 해봐야 한다는 건 유동적이라는 거냐?

= 정치도 생물이고 수사도 생물이다.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이기도 하고
수사를 하는 쪽의 의지의 문제라는 의견이기도 하다.

일단 수사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검찰이 박원순 시장의 고소·고발장이 제출되자 곧바로 형사부가 아닌 'MB 국정원 댓글 사건과 블랙리스트'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민감한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법률검토를 한다는 이유 등으로 차일피일 미루거나 형사부에 배당했을텐데 그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검사장을 지낸 박영관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이명박 정권 시절 사이버 여론 조작,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공작 진상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직업공무원제를 유린한 공무원 블랙리스트 공작도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나는 검사장 십 수 명에게 사표를 강요한 2009년 1월 검찰인사를 '기축년 1월 대학살'이라 부른다. 후일 인사 책임자는 MB가 직접 숙청 인사를 지시했다고 말하고 다녔다. 비루하고 교활한 사람들"이라면서 "시효가 남아 있으니 엄정한 수사를 통해 처벌을 해야 한다. '기축년 1월 학살 칠적(七賊)'을 잊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그렇지만 '학살 7적'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특수통 출신의 한 중견변호사는 "전직 대통령을 처벌하는 데는 찬성하지 않지만 지금의 분위기로는 처벌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충분히 구속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전직 대통령을 단죄하기 위해서는 '공범' 수준이 아닌 구체적인 지시나 다른 범죄혐의를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컷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사를 받은 경험이 워낙 많아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던데?

= 그렇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과 14범'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었다. 실제로 선거법 위반 유죄가 확정돼서 국회의원직을 잃기도 했고 위장전입이나 그런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사례가 적지 않다. 수사를 받은 경험이 엄청 많은 건 사실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이기도 했던 정두언 전 의원은 'MB가 그렇게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일 김현정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정 전 의원은 "MB가 굉장히 신중하고 약았거든요. 그래서 뭐 자국 같은 거 잘 안 남기고 웬만하면 다 밑으로 책임을 떠넘긴 사람입니다, 평소에. 우리가 옛날에 예를 들어서 이런 걸 좀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그게 부담스러운 일이면 알아서 하든지 말든지 그런 식입니다. 그래서 알아서 하잖아요. 그래서 잘못되면 내가 언제 하라 그랬어? 그렇게 나온다. 명쾌하게 이렇게 딱딱 부러지게 정리를 안 해 준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적자생존(?)'이라고 부를 정도로 지시하고 메모하게 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흔적을 잘남기지 않는 걸로 잘알려져 있다.

검찰내부에서도 이런 이유들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이 나온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수사대상이 됐지만 '국정원 문건'만으로 MB에게 이르기에는 지난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수사보다 몇 배는 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컷뉴스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이명박 전 대통령 쪽에서는 '정치보복'이라고 하는데?

=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정치보복으로 비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친이계인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는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적폐는 청산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없는 적폐를 생산하는 것은 그것은 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블랙리스트'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어떤 나라의, 어떤 정권의 대통령이 그런 것을 지시하고 앉았을 대통령이 어디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가 100일 조금 넘었는데 거의 매일 이명박 대통령 잡아가라든지, 수사하라든지. 여권이나 여당 인사들이 발언한 것이 거의 하루 한 번꼴로 했다"면서 "적폐가 있으면 있는 대로 도려내면 되지, 이것을 바람몰이 하듯이, 산양몰이 하듯이. 매일 여권이, 여당 의원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하고 잡아가라고 하면 검찰이 없는 적폐라도 만들 수밖에 더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켜야할 국정원이 정권의 안보를 위해서 온갖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걸 수사하는 걸 두고 정치보복이라고 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정치보복이다 이렇게 얘기한다고 하는데, 내가 아는 최대의 정치보복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했던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로 인해서 노 전 대통령이 불행한 선택을 한 것 아닌가? 그래서 정말 그것은 시대의 아픔이었고 국민의 상처로 남아 있는데 지금 이런 중대한 국가 근간을 해친 사건을 지금 밝히자고 하고, 또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것인데 그걸 정치보복이라고 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노컷뉴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자료사진)


이명박 정부에서 MB멘토이면서 방통대군으로 불리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하늘의 섭리는 빈틈이 없다며 '천망불루'라는 말을 많이 인용했는데 결국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돼 형이 확정됐고 9개월만에 '셀프사면'된 일이 있다.

'천망불루'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로 "하늘의 그물망은 넓고 넓어 엉성한 것 같으나 반드시 (악을)걸러낸다는 '천망회회 소이불루 (天網恢恢疎而不漏)'를 줄여서 말하는 것이다.

'천망회회 소이불루 (天網恢恢疎而不漏)'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이 말이 다시 떠오른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